책소개
푸르게 푸른 걸음으로 모든 살아 있는 것들의 벼리를 매만지는
몽상하는 농부의 기록, 한올한올 펼치는 대지의 기록
『푸른 몽상가』는 푸른 대지의 호흡을, 농부 시인의 차분한 숨소리를 느낄 수 있는 시집이다. 일과를 시작하며 땅과 마주한 첫 호흡부터 하늘과 물, 바람의 기운으로 한올한올 자라는 순간순간을 마주한 흔적을 담았다.
더 뜨거운 온기로 숨 내쉬는 겨울로부터 다시 봄으로 생동하는 여름의 땀, 수확의 계절로 순환하는 땅의 이야기를 한삽한삽 흙을 보듬는 정성으로 다듬어 펼쳐낸 기록이다.
오, 이 넓은
대지의 심장을 두드리는
새벽녘, 닭 울음소리
새들의 아침 노래
-‘아침이 오는 소리’ 부분
천변만화하는 땅의 일상에서 만난 소중한 존재를 담고, 노래한다.
달님네야 비추소서
홀씨에 싹이 트고 아기 우는 소리 들릴 때까지
잠자는 대지를 깨우소서 달님네야
지금은 부는 바람이 차가우나
그때는 젊음이 있어 따스하리
-‘망월’ 부분
하루를 이루고, 달을, 계절을, 한해를 관장하는 해님달님으로부터 대지를 따수이 비치는 바람의 결을 느끼고 중계한다.
오월의 푸르름도
시월의 풍요롬도
삼켜버린 검은 산
-‘검은산’ 부분
대자연의 거룩한 품 안에서 사람은 사람의 일을 보듬는다. 오만한 겉치레를 벗어버리자 제안한다. ‘난 아직 내게 남은 외로움을 위해 검은 산의 푸르른 날을 기다릴 거외다’ 하면서.
목차
005 - 펴내는글
013 - 도심의 고요
014 - 뜸북새
015 - 추산(秋山)
018 - 몸은 아파도 마음은 하나
020 - 귀휴
023 - 아침이 오는 소리
024 - 탑골을 지키는 사람들
027 - 구속(拘束)
028 - 백설기
030 - 눈 내리는 밤
034 - 내 마음에
036 - 갈대의 합주
040 - 그리운 친구여!
046 - 망월
048 - 검은 산
052 - 외숙을 떠나 보내며
054 - 푸른 몽상가
058 - 망각(忘却)의 강
062 - 그림자들의 방앗간
064 - 아침 바다
067 - 방문 밖 저편
068 - 갯마을 소녀
070 - 백열등 불빛 아래
074 - 밤의 애가
078 - 달(月)
083 - 첫눈이 오면
084 - 차창 밖엔 너울이
086 - 숲속을 걷는 날엔
088 - 겨울비
092 - 묵시(墨示)의 편지
094 - 파도
097 - 사랑과 고독
098 - 바람은 가고 나는 띄우네
100 - 겨울 가면
104 - 일몰의 창
106 - 가을 편지
108 - 까치밥
110 - 슬픔의 가치
112 - 간증의 손길
113 - 도시의 화음
114 - 논두렁에 누워
118 - 마지막 몸짓
120 - 삶의 방식
122 - 당부
126 - 아버지의 멍에
저자소개
출판사리뷰
시란 꿈과 환희의 말이며 또한 슬픔과 번뇌의 깊이를 만끽할 수 있는 내적인 요소들의 집합이다. 좀처럼 쓰러지지 않는 투사들의 넋을 가장 아름답고 선명하게 혹은 미지의 파문을 던지는 우리 삶의 연공을 나르며 개성적인 시각으로 그려놓은 한 폭의 수채화를 시간과 공간 속에 전시해 놓은 소장품들이다.
또한, 시는 사랑의 노래이며 이별의 노래이다. 우린 살아가면서 숱한 사랑과 이별해야 한다. 그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숙명이다. 시는 이 숙명적인 삶을 하늘에 떠가는 구름처럼 보다 넓은 자유의 영역에 몸담을 수 있게 하는 마음의 꽃이다. 어떤 사람이든 그 마음에 꽃을 피울 수 있는 능력을 지녔다. 그러나 모두가 그 꽃을 피우지 못하고 그것을 두려워함은 진실된 마음을 소유하지 못했음이다.
진실된 마음을 갖는다면 순수함을 감지할 수 있는 눈을 얻게 마련이니 그 눈으로 세상을 본다면 보다 폭넓은 이성의 세계를 구축할 수 있으며 그 안에서 시인은 나룻배를 타고 꿈속을 가듯 감성의 거적을 벗겨가는 것이다.
시인이란 어린아이가 되고 어른이 될 수 있는 심적 소유자이며, 이 세상의 미와 추함을 개성적인 시각으로 가장 선열하고 자유롭게 관찰할 줄 아는 관찰자이며, 신의 숨소리를 인간의 고뇌를 광명을 시라는 장르에 가장 정교하고 심도 있게 접목할 수 있는 원예가이다. 또한, 시인은 말보다는 침묵으로 말하고 이론가보다는 실천 행동가이며 세상을 안을 만큼 넓은 안목과 마음을 가진 생활 속의 공상가이다. 공상은 시인이 그의 세계로 이르게 하는 상념의 창이다. 많이 보고 많이 느끼며 세상에 펼쳐진 삶의 언어들을 가슴에서 정제해 이면지 위에 재구성하는 편집가인 것이다.
시를 쓴다는 것은 참답게 자아를 확립하는 것이며, 참답게 자아를 확립한다는 것은 삶과 죽음의 문턱을 오가며 비극적인 체험을 통해 삶의 진실을 깨우치는 기호를 만들어 가는 것이다.
나는 내가 서야 할 자리를 찾기 위해 끝없는 방황을 해야 했고, 영원히 그 방황은 끊이지 않을지도 모른다. 변신을 꿈꾸는 인간의 끝없는 여행이 인생의 속성이라면 말이다. 그 방황 속에서 그 누구도 아닌, 보다 나이기를 고집하며 삶의 이정표를 남기기 위해 나는 노래한다. 자연의 숨소리를, 우리 마음의 기쁨과 슬픔을, 야누스가 되어 가는지, 이미 되어버렸는지 애매한 사랑과 이별을.
김경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