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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구름 잎사귀 (마스크제공)

9,900 11,000
제조사
바른북스
원산지
대한민국
배송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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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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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시를 쓰는 일은 사람들 마음속에 씨앗 한 알 묻는 일. 나는 자연이 보낸 하루를 선물 받았어요. 리본을 풀며 정성껏 살아야지, 부스러기 남기지 않는 삶을 살아야지, 다시 누군가에게 배송될 리본을 묶으며 생각해요. 낯선 곳, 모르는 이여, 저희 숲속 창고에 쟁여놓은 맑은 바람과 푸른 고요를 띄워 보내요. 곁에 있어도 될까요? 그대가 다시 모든 것들을 키워내는 초록 들판이 되길 기원합니다. 우리 함께 초원의 빛으로 살아봐요. 낯선 곳, 모르는 이여, 깡마른 나무 같은 사람이 거칠지만 향기로운 풀 속에서 그대를 무작정 기다립니다.

목차

시인의 말

제1부 내 안에 정원을 가꾸다

꽃이 하는 말
강물 냄새
선암매
야생 속으로
와온 바다
꽃밭
다시 목련꽃
서어나무 아래서
오월
맞춰보실래요, 꽃 이름
여름 백합 만개
엘리멘탈
나는 엉겅퀴다
숲의 시작
첫사랑
백합 새순
겨울 숲에서
순천만정원의 꿈

제2부 산밭에서 일하다

자갈감자
풀섶 메모
한겨울
시월 단상
백로
칠월 하루
잠깐 소나기
무 조림
늙은 호박
오후의 발견
하늘은 나날이 높아지고
소전(小田)
팥을 털며
폭염, 담백한 피서
겨울 소반
시절(時節)이 빠르다
키부츠를 꿈꾸며
산속 부엌에서

제3부 그 한 사람을 만나다

오래된 냄비
그녀는 아름답다
시(詩)
외갓집
마음
모든 삶은 작고 크다
옥잠화
집으로
한글
까치 정비소
맑은 눈빛
논물
부엌의 마음
풀치조림
소원풀이집
고집
고향 연가
푸른 고요

제4부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다

뒤란
골목길
사랑을 다시 시작한다
마음에 대하여
기분 꽃 같네
함박눈
봄은 부풀어
마음이 드러누울 때
새벽밥
선택
여린 것들은 힘이 세다
청춘 일지
사랑에 대하여
통과 의례
다시 봐도 선암사
붙잡다
새벽 숲은 신이 돌아다닌다
수수경단

제5부 호모루덴스를 꿈꾸다

아프리카 춤을 추자
여름밤
층층나무의 비밀
땅을 조금 갖던 날
어머니의 장날
여름을 씻다
상추쌈
동글동글
언제나 봄은
행복지수
바위에 앉아
비밀 통로
높이 헤엄쳐
잔소리
콘크리트에서 냉이를 캤다
흰 구름 잎사귀

해설

저자소개


출판사리뷰

이 시집은 시인이기 전에 한 인간으로서, 한 인간이기 전에 아주 작은 자연의 일부로서 살아왔던 삶의 단편이자, 자연과 함께했던 푸르디푸른 순간들의 기록이다.

시인의 첫 번째 시집 『나무가 하는 말, 산책할까요』에서 시인은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가지들의 말소리를 알아듣는 특별한 귀를 가지고 있다. “당신이 지나온 겨울을 알아요”라며 불쑥 손을 내미는 나무와 함께 시인은 삶의 여정을 함께하면서 독자를 다정한 연대를 느낄 수 있는 건강한 에코토피아로 초대했다.

두 번째 시집 『흰 구름 잎사귀』에서는 삶의 어떤 색깔 속에서도 자연 속의 인간 본질을 놓치지 말라고 신신당부한다. 위난희 시인은 사람을 너무나 좋아하는 사람이다. 사람에 대한 그의 관심은 “그것을 아시나요/세상 제일 재미있는 사람 여행을(「아프리카 춤을 추자」 중에서)”이라는 진술을 통해 드러나고, “사람을 사랑한다는 건/그 마음에 얹혀져/새털처럼 가볍고 포근해진다는 것(「꽃이 하는 말」 중에서)”이라는 진술은 사람에 대한 시인의 깊은 애정을 잘 보여준다. 시인은 삶의 방향을 놓치고 울먹이는 이들에게 “떨어지는 모든 것들은 언젠가 부활했다/세상 기슭 어디에 있을 그대여/맑은 눈빛은 삶의 결정적 단서다(「맑은 눈빛」 중에서)”라고 말한다.

다 벗었다고 생각했다
적절히 잘 벗는 고수의
진면목과 맞닥뜨리기 전까지
비교하지 말자 다짐해도
저 등성이의 햇살과 물이 좋을까
미련스럽게 자꾸 거슬러
오르는 법이 궁금했다

세상길은 끊임없이 혼란스러워
겨울 한가운데 뻗어나간 나뭇가지
절대 고독과 무거운 침묵을 생산해 내는
너의 우람한 시간을 목격하기 전까지

다 벗었다고 생각했다
적절히 잘 벗는 고수의
진면목과 맞닥뜨리기 전까지
뭇 영혼을 재워두고 직면하는
정제된 생명을 만드는 너의 시간 속에서
무조건적인 사랑을 받았던 때가 떠올랐다
다시 돌아갈 수 없는 곳에 대한
그리움이 환히 만져졌다

눈의 무게로 찢어지는 어깨의 파열음
골짝을 파헤치는 물살의 비수에
터진 속살을 내주면서도
속속들이 안으로만 갈고 있는
너의 굴곡을 체험하기 전까지
다 벗었다고 생각했다
적절히 잘 벗는 고수의
진면목과 맞닥뜨리기 전까지
- 「겨울 숲에서」 전문

‘겨울 숲’은 ‘적절히 잘 벗는 고수’다. 온갖 것들이 얼어붙는 겨울에도 얼지 않고 흐르는 ‘계곡물’은, 숲을 오르는 발걸음들을 더 높은 상류로 이끈다. 겨울의 한가운데로 뻗은 ‘나뭇가지’가 ‘절대 고독’으로 서서 ‘무거운 침묵’을 생산하는 동안, ‘겨울 숲’은 수많은 영혼들을 품속에 재우고 봄에 터져 나올 ‘정제된 생명’을 잉태 중이다. 모든 것을 벗어버리고 여린 숨결을 품는 ‘겨울 숲’을 통해 시인은 ‘무조건적인 사랑’을 받았던 옛날을 떠올리고,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시간과 공간에 대한 그리움을 환해진 손길로 더듬는다. 모든 것을 내어주고 더 높고 깊은 곳을 찾아 거슬러 오르는, ‘적절히 잘 벗는 고수’의 ‘진면목’과 맞닥뜨린 시인은 무거운 겸허를 안은 채 숲을 빠져나온다.

「숲의 시작」에서 ‘숲’이 치유와 성숙을 이끄는 장소였다면, 「겨울 숲에서」의 ‘겨울 숲’은 절대 고독의 세계이자, 여린 숨결들을 품는 생명의 원천이다. ‘눈의 무게’로 찢어지는 어깨의 ‘파열음’과 ‘골짝’을 파헤치는 ‘물살의 비수’는 품속에 잠든 ‘뭇 영혼’들을 위해 모든 것을 벗어버린 ‘겨울 숲’의 희생을 잘 보여준다. 이처럼 시인이 자연물을 대상으로 보여주는 사유도 결국에는 사람을 향해 있다. 훌훌 다 벗고, 누군가에게 온전한 사랑이 되는 일, 그 사랑을 위해 단 하나도 남김없이 ‘나’를 희생하는 일. 그것은 시인이 삶을 살아가는 이유이다.

어머니 목수건을 풀자
옥잠화 흰 대궁이 피었다
늘 기진한 뒷덜미
받쳐주던 흰 옥양목을 풀자
후드득 떨어지던
남이 볼라 훔치던
새벽 눈물일까
서러운 저녁의 사연일까

어머니 목수건을 풀자
옥잠화 흰 대궁이 피었다
아무리 곤란하더라도
대문을 들어서면 탈탈 털어라
하루를 공손하게 정돈해라
어머니 세수하려고 목수건을 풀면
옥잠화 흰 꽃 대궁이 희게 흔들렸다
몸종을 데리고 시집을 왔던
큰살림의 친정을
한 번도 꺼내지 않고
검불을 모아 일궈낸 산수 벌
소나기 지나간 푸른 들판 일하다
기진한 여름 한 철
잠시 목수건 풀어 거푸 세수하시고 일어섰다
옥잠화 흰 꽃 대궁이 따라 일어섰다
- 「옥잠화」 전문

위난희 시인이 타자를 인식하는 방식은 다분히 시적인데, 비유를 통해 대상을 인식하는 시인의 이러한 독특한 지각 방식은 시인이 자기 인식을 넘어 세계를 보다 선명하게 이해하고, 자아와 세계의 적절한 관계를 수립하는 데에 일조한다.

「옥잠화」에서 시인은 ‘어머니’를 ‘옥잠화’로 인식한다. 어머니가 ‘목수건’을 풀고 일어서자, ‘옥잠화’가 ‘따라’ 일어섰다는 표현은 시적 대상인 어머니와 보조관념인 옥잠화의 완전한 합일을 이루면서, 어머니라는 존재에 대한 그 어떤 자세한 진술보다도 더욱 뚜렷하고 선명한 인상을 남긴다. 남이 볼세라 새벽에 ‘눈물’을 훔치던 여인, 목에 둘렀던 ‘수건’으로 제 몸을 ‘탈탈’ 털어서 하루를 정리하던 여인. 부유했던 ‘친정’의 도움을 조금도 빌리지 않고, ‘검불’을 모아 일궈낸 여인의 살림. 이렇듯 정갈한 삶을 살아낸 시인의 어머니는 그늘진 곳에서 조용히 피어났다가, 바람이 불면 ‘탈탈’ 꽃가루를 날려 보내고, 아침이 되면 수줍어 꽃잎을 오므리는 ‘옥잠화’를 너무나 닮아 있다. 저녁나절에 피기 시작해서 밤에 활짝 꽃을 피웠다가 아침이 되면 수줍게 꽃잎을 살짝 오므린다는 이 꽃 덕분에 독자들은 시인의 어머니를 선명하고 명징한 실체로서 받아들이게 되는 것이다.

한 고집 하는 남자를 사랑했네
대나무 쪼개지는 푸른 파열음
다시 세울 수 없는 그 남자를 사랑했네
단단한 아카시아 나무못처럼 징 박아 놓으면
흔들리지도 부러지지도 않는 남자를 사랑했네
매사 견디는 일에 이력이 붙은 사람
사사건건 내면의 생채기가 차올라도
어쩔 수 없다던 답답한 그 속을 따라 걸었네

몇 달 며칠 폭염에 사납던 노동에도
한 번도 마음을 문밖에 세워 두지 않던 사람
자디잔 조팝꽃 일상을 다 들어주던 사람
오늘도 쇠가죽 고집이 정성껏 밭을 갈고 있다
긴 세월의 언덕을 넘어오고서야
나는 그 남자의 푸른 고집을
한없이 지칠 줄 모르는
꿈쩍도 않는 한결같음을 사랑했구나
그 삶을 따라온 일이 참으로 잘했구나
청춘을 다 바친 사람은 내가 아니라 그대였음을
- 「고집」 전문

시인은 자신이 사랑한 남자를 ‘대나무 쪼개지는 푸른 파열음’, ‘견디는 일에 이력이 붙은 사람’, ‘한 번도 마음을 문밖에 세워 두지 않던 사람’으로 인식하고 있다. 시인은 추상적일 수밖에 없는 대상의 내적 측면을 다양한 감각을 통해 구체화하거나, 감각의 전이를 통해 이중적인 요소들을 통합하는 방식으로 제시하는데, 이러한 시인의 ‘보여주기’ 능력은 너무나 탁월해서 독자들은 대상이나 장면을 떠올리는 과정에서 심미적으로 고양되는 느낌을 받게 된다.

그렇다면, 시인이 대상과의 거리를 좁히는 방식은 어떨까? 그것은 시간이라는 범주를 통해 대상의 의미를 규명하고, 점점 그 본질에 가까이 다가가는 모습으로 나타난다. ‘한 고집 하는 남자’는 시간이라는 빛을 통과하며 ‘푸른 고집’이 되고, ‘푸른 고집’은 다시 숙성의 시간을 거쳐 ‘꿈쩍도 않는 한결같음’으로 변주된다. 시인 또한 그러한 시간의 흐름을 통해 성숙한 눈으로 ‘그대’를 읽고, ‘청춘을 다 바친 사람이 내가 아니라 그대였음을’ 깨닫게 된다.

새벽에 일어나면
별은 늘 단정히 앉아서 기다렸다
그 별을 닮고 싶어서
어둠을 개어 정돈하고 따라나섰다

순한 흙냄새 벌어진 고랑마다
씨앗을 품을 테다
땅이 하는 소리를 들었다
희게 젖어있던 새벽이었다
어두운 것들이 유순하게 물러나며
대지에 숨결을 부어주자
두근두근 고랑이 부풀어 벌어졌다
검게 물든 저녁이었다
버티고 버티던 마음을 던져두고
몸을 혹독하게 부렸던 날
허리를 펼 수도
다리를 쪼그려 앉을 수도 없이
벗겨진 자리마다 온갖 통증이 생겼다

보다 못한 별이 다시 일어나 앉았다
나도 따라서 어둠을 정돈하고 일어섰다
순한 흙냄새 벌어진 고랑마다
씨앗을 품을 테다
땅이 하는 소리를 다시 들었다
더 이상 통증 따위는 두렵지 않다
붉은 해가 파도처럼 부서졌다
섬광체가 나를 통과했다

새벽에 일어나면
별은 늘 단정하게 앉아서 빛났다
나는 별보다 먼저 일어나고 싶다
진실을 키울 테다
처음으로 몸과 마음이 만나
소리치는 소리를 들었다
- 「땅을 조금 갖던 날」 전문

이번엔 시인이 ‘땅’에 대한 욕심을 좀 낸 모양이다. ‘별’이 닮고 싶은 시인은 서둘러 ‘어둠’을 개고 ‘별’을 따라나선다. ‘대지’는 부푼 ‘숨결’로 ‘고랑’을 벌리고, 시인은 그곳에 ‘씨앗을 품을 테다’하고 단호하게 외친다. 씨앗 하나를 심는 일이, 우주 하나를 심는 일이라고 했던가. ‘땅’과 살 붙이고 살아가는 일이 결코 쉬울 리 없다. 땅에 씨앗을 심는 동안 벗겨진 시인의 ‘자리’는 여기저기 ‘통증’투성이다. ‘허리’를 펴지도 ‘쪼그려 앉’지도 못하는 시인을 다시 일으켜 세운 것은 다름 아닌 ‘별’이다. 시인은 ‘땅이 하는 소리’를 듣고 이번에는 ‘더 이상 통증 따위는 두렵지 않다’고 외친다. ‘붉은 해’가 부서지고, ‘섬광체’가 온몸을 통과하지만, 별을 꿈꾸는 시인에서 이제 그러한 고통은 무력해 보인다. 시인은 ‘별’처럼 ‘진실’하게 빛나게 될 날을 꿈꾸면서, ‘벌어진 고랑’ 사이로 다시 ‘씨앗’을 심느라 열중이다.

이처럼 사람을 사랑하는 시인은, 그러나 그 사랑만큼이나 아프고 깊은 상처를 입고, 우연히 ‘숲’이라는 공간을 찾아든다. ‘관계’가 ‘상처’로 귀결되는 현실과 달리 ‘숲’은 시인의 아픔을 치유하는 공간이자, 사람으로부터 상처 입은 시인이 다시 넉넉한 마음으로 또 다른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도록 이끄는, 내면적 성숙의 공간이기도 하다. 우리는 그녀가 토해내는 초록 언어들을 통과하여 오늘 하루를 살아보는 힘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상품필수 정보

도서명
흰 구름 잎사귀 (마스크제공)
저자/출판사
위난희 ,바른북스
크기/전자책용량
135*210*20mm
쪽수
188쪽
제품 구성
상품상세참조
출간일
2024-09-02
목차 또는 책소개
상품상세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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