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익숙하면서도 낯선 ‘모던 서울’
슬픔의 도시를 걷다
대한민국의 성공 신화를 대표하는 아름답고 세련된 도시 서울. 오랫동안 한반도의 중심도시로 기능해 온 서울의 거리에는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들춰내고 싶지 않은 ‘모던 서울’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다. 바로 식민, 분단, 이산의 기억이다.
건국대학교 통일인문학연구단의 젊은 연구진들과 교수들이 ‘모던 서울’의 공간을 걸으며 그 속에 켜켜이 쌓여 있는 아픈 기억을 17편의 이야기에 담았다. 『소설가 구보 씨의 일일』에 등장하는 식민지 수도 경성의 공간(화신상가-현 종로타워, 낙랑팔라-현 더플라자 호텔), 해방 정국 시기에 분단 체제를 극복하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역사적인 장소들(백범 김구 선생의 경교장, 서북학회회관 터, 몽양 여운형 선생의 조선건국준비위원회 본부 터), 일본 제국의 식민지 자본화를 고스란히 담은 용산·영등포 공업기지(현 용산역 철도정비창 부지, 경방 타임스퀘어), 중국 동포 타운의 변천사(가리봉연변거리, 대림동포타운, 자양동 양꼬치거리), 해방과 전쟁에 휩쓸린 성북의 예술가들 이야기(이쾌대의 성북회화연구소, 권진규 아틀리에, 박경리 가옥, 최만린미술관), 서울의 기념관과 박물관(대한민국역사박물관, 서소문성지 역사박물관, 전쟁기념관, 민주화운동기념관) 등 ‘모던 서울’의 여러 단면을 품은 100여 곳을 함께 돌아본다. 이를 통해 우리나라 근현대사의 어두운 기억을 마주하고 위로하면서 우리 안에 내재된 역사적 트라우마를 치유하고자 한다.
목차
· 서문: 모던 서울, 걷기를 시작하며 008
1부 충돌하는 기억 드러내기: 제국, 자본, 국가
· 『소설가 구보 씨의 일일』, 식민지 수도 경성이 가졌던 환상(幻想)과 진상(眞相)의 혼종 024
· 분단 체제에 항거한 교회와 민주화 운동 050
· 서울에서 언론을 걷다: 언론계의 분단과 반공주의의 변천 081
· 권력과 저항 사이에서 반복되는 예술에 관한 기억을 찾아서 100
2부 트라우마적 기억 마주하기: 식민과 분단 그리고 저항
· 일본 제국이 그린 식민지 자본화의 청사진, 용산·영등포 공업기지 122
· 분열을 걸으며 통합을 상상하다: 1945~1948년 해방정국의 좌우 대립 151
· ‘인권우체통’에 부치는 편지: ‘남산’의 폭력과 고통 그리고 기억 172
· 미싱 돌리던 ‘여성’들의 인간 선언: 1970년대 여성 노동자의 기억으로 걷는 청계 산책 192
3부 배제된 기억 불러오기: 식민-이산, 독립-건국, 분단-전쟁
· 중국 동포 디아스포라의 삶의 현장을 걷다 220
· 3.1운동의 사적지가 모여 있는 삼일대로 탐방 244
· ‘건국운동’의 자취를 따라 걷는 종로길 263
· 1945년 8월에서 1948년 8월까지: 보이지 않게 된 시간 속의 ‘목소리’를 따라 걷는 길 286
· 서울 북쪽 끝에서 식민과 전쟁의 자취를 찾다 311
4부 연대와 삶의 기억으로 가져오기: 성찰적 극복하기와 사회적 치유
· 일제강점기 문화예술인들의 그윽한 향기를 찾아 떠나는 성북동 길 336
· 해방과 전쟁의 격동에 휩쓸린 성북의 예술가들 359
· 남북의 현주소를 진단하고 통일을 디자인하다 379
· 기억의 전승, 공간의 정치: 서울의 기념관·박물관 399
· 본문에서 미처 다루지 못한 ‘모던 서울’의 장소들 433
· 이 책의 집필진 435
저자소개
출판사리뷰
아름답고 세련된 도시 서울이 아닌
역사적 트라우마를 지닌 슬픔의 도시 서울을 걷다
‘모던 서울’의 역사는 ‘모던’이라는 단어가 주는 세련됨과는 거리가 멀다. 우리나라의 근현대 시기는 제국주의의 물결에서 시작된 식민, 이후 전쟁으로 말미암은 국가의 분단 체제, 그와 함께 뿔뿔이 흩어진 이산의 기억으로 점철되어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한반도의 중심도시로 오랫동안 기능해 온 서울은 그 모든 역사를 함께해 왔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서울을 대한민국의 성공 신화를 대표하는 밝은 이미지로만 기억하길 원하는 듯하다. 일제강점기부터 지금까지 이어진 역사적 트라우마는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채 서울의 여러 공간 속에 켜켜이 쌓여 있다. 이 책은 익숙하면서도 낯선 서울의 공간에서 식민, 분단, 이산의 흔적과 만난다. 무의식중에 외면해 온 오래된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제일 먼저 해야 할 것은 그 상처와 마주하는 일이다.
‘모던 서울’의 공간이 품은 사건과 이야기,
인물과 역사, 예술과 문학이 교차하는 17편의 이야기
건국대학교 통일인문학연구단의 젊은 연구진들과 교수들이 ‘모던 서울’의 공간을 걸으며 그 속에 쌓인 아픈 기억을 17편의 이야기에 담았다. 일제강점기 당시 경성 사람들의 선망의 공간인 화신상회(현 종로타워), 젊은 룸펜들의 아지트였던 커피숍 낙랑팔라(현 더플라자 호텔) 등 『소설가 구보 씨의 일일』에 등장하는 장소를 걸으며 식민지 수도 경성의 모습을 떠올리고, 1945년 해방부터 분단 체제가 공고히 되는 1948년까지 백범 김구를 포함한 임시정부 요인들이 임정봉대론, 신탁통치 반대운동, 남북협상 등 굵직한 정치적 사안을 다루었던 경교장, 한반도 문제를 위한 미소공동위원회가 좌절되자 일부 좌우 세력이 합작을 논의했던 덕수궁 석조전, 해방 정국에서 정당 활동과 교육 활동의 발원지로 활용된 서북학회회관 터, 몽양 여운형 선생이 주도한 조선건국준비위원회 본부 터 등 분단 체제에 항거한 인물과 관련된 장소도 함께 걷는다. 그 외에 일본 제국의 식민지 자본화를 고스란히 담은 용산·영등포 공업기지(현 용산역 철도정비창 부지, 경방 타임스퀘어), 중국 동포 타운의 변천사(가리봉연변거리, 대림동포타운, 자양동 양꼬치거리), 해방과 전쟁에 휩쓸린 성북의 예술가들 이야기(이쾌대의 성북회화연구소, 권진규 아틀리에, 박경리 가옥, 최만린미술관), 서울의 기념관과 박물관(대한민국역사박물관, 서소문성지 역사박물관, 전쟁기념관, 민주화운동기념관) 등 ‘모던 서울’을 품은 100여 곳을 다룬다. 본문에서 소개하지 못한 서북 지역의 장소에 대해서는 마지막에 간략한 정보를 실었다.
오천년의 한국사에서 식민, 분단, 이산으로 대표되는 근현대사는 역사적 트라우마로 우리에게 남아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모던 서울’을 걷는다는 것은 편안함과 유쾌함보다는 긴장감과 당혹감, 분노와 슬픔을 안겨 준다. 하지만 삶은 지속되며 생명은 강인한 법. 이 책은 한쪽에 묻어둔 아픈 상처의 기억을 불러와 우리가 그 기억을 ‘마주하고 애도하며 성찰적으로 극복’하여 치유의 길로 나아가도록 이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