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이영희 작가가 침묵을 깨고 신작 장편소설 『화녕가(歌)』를 발표했다. 이 작품은 혼란 속에서 불꽃같은 삶을 살았던 여성, 화녕을 주인공으로 1930~40년대 일제강점기 젊은 여인이 기구한 운명 속에서도 자신의 꿈과 자유를 찾아가는 과정을 그려내어 출간부터 장안의 화제다.
화냥년이 된 화녕
노래에 살고 노래에 죽는 소녀 화녕은 윤심덕을 롤모델 삼고 대한제국 최고의 신파극 가수를 꿈꾼다. 하지만 아버지가 처형당하고 나서는 모든 것이 달라졌다. 무조건 살아남아 달라는 아버지의 부탁 때문에 화녕은 아버지의 처형이 이뤄지는 순간조차 천황을 찬양하며 목숨을 부지했고, 이후에도 아버지를 죽인 원수를 위해 노래를 불러야 하는 비참한 신세로 전락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녕은 노래에 대한 열망을 멈출 수가 없었다. 한편 진주부의 제일가는 부자 남초시 집의 손자 인서 도령은 화녕의 노랫가락을 듣고 가슴속에 알 수 없는 일렁임이 이는데, 거기에 진주 헌병대장 스바로의 아들 킨타로까지 얽혀 이야기는 점점 복잡해지고… 모두를 파국으로 몰아갈 줄 알았다면 그때 그 마음을 버렸을까…
윤심덕을 닮고 싶었던 화녕
비록 일본 헌병대장 앞일지라도 화녕이 진심을 다해 부르는 노래는 독자의 심금을 울린다. 이는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는 노래의 힘이자, 현재 K-pop 아티스트들이 전 세계 팬들에게 전하는 희망이나 위로와 매우 닮아있다. 그래서 독자들에게 감동을 전달한다. 1930년대 식민지 조선의 아이콘인 윤심덕이 되고 싶었던 화녕의 여정은 방탄소년단(BTS)이나 블랙핑크(BLACKPINK)와 같은 현대의 대중문화 아이콘들과의 유사성을 통해, 과거와 현재를 아우르는 보편적 메시지를 우리에게 전달한다. 항상 우리 옆에 노래가 있었노라고.
“강남달이 밝아서 님이 놀던 곳 구름 속에 그의 얼굴 가리워졌네”
- 이정숙, ‘강남달’
『화녕가(歌)』는 일본과의 갈등을 정면으로 다루지 않으면서 화녕과 인서, 현성 등 등장인물의 눈을 통해 일제 치하 우리의 정신적 핍박을 매우 사실적으로 전달한다. 작가는 역사와 개인의 갈등을 깊이 있게 탐구하면서도 인물들의 내면적 갈등과 인간적 열망을 섬세하게 감성적으로 조명하며 독자들에게 깊은 여운을 남기는 문학적 성취를 이룬다. 이영희 작가의 탁월한 문학적 역량과 당시 가요에 대한 세심한 연구가 돋보이는 이 소설은 한국 근현대사를 배경으로 한 감동적이고 의미 있는 서사를 제공하며 『화녕가(歌)』를 통해 독자들은 쉽게 잊혀지지 않는 불꽃같은 여인, 화녕을 아로새길 것이다.
목차
어둠을 살라먹은 눈썹달 - 민들레(나의 사랑을 그대에게 드려요)
두 개의 요강 - 앵초(첫사랑, 젊은 시절)
화냥년, 화녕 - 금잔화(비탄)
광명회 - 개나리(희망, 기대)
인서의 독백 - 해바라기(화해)
파문 - 능소화(명예)
끝나지 않는 - 할미꽃(슬픔)
불꽃이 되다 - 화녕(불꽃)
에필로그
저자소개
출판사리뷰
그곳에 노래가 있었다
애플TV+에서 인기리에 상영되었던 ‘파친코(PACINCO)’의 한 장면을 기억하는가? 일본으로 떠나는 여객선 안에서 한국인 여성 소프라노가 일본인 관객들 앞에서 결연하고도 비장한 표정으로 춘향전의 ‘갈까부다’를 열창하던 모습을. 어찌나 구슬프고 화면 구성이 강렬하던지 쉽게 잊히지 않는 명장면이었다. 그렇다. 식민치하에서도 노래는 우리 곁에 존재했다. 어쩌면 노래가 있어 견뎌냈을지도 모른다.
『화녕가(歌)』는 실로 ‘파친코’의 그 장면과 동일한 시기를 배경으로 윤심덕과 같은 실존 인물들이 모티프가 되어 소설화된 작품이다. 실로 1920~40년대 한국 가요사는 일제강점기의 억압 속에서 민족의 정체성과 저항의 메시지를 담아낸 중요한 문화적 유산으로 이 시기의 가요들은 단순한 음악을 넘어, 민족의 슬픔과 절망 또 동시에 희망과 저항의 상징이었다.
소설가 이영희는 『화녕가(歌)』에서 이러한 역사적 배경 속에서 개인의 삶과 사회적 투쟁을 생생하게 그려내며, 그 시대의 절절한 정서를 문학적으로 재현한다. 1920~40년대는 일제의 수탈과 탄압이 더욱 가혹해진 시기이면서 동시에 아이러니하게도 우리 대중음악의 역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시기이기도 하다. 식민지 조선에서도 사람들은 스타에 열광하며 현실의 고통을 잊으려 했던 것일까? 『화녕가(歌)』는 이 시기에, 불꽃같은 열망을 품고 자신의 꿈을 추구하는 화녕의 이야기를 감동적으로 그려내며 단순히 개인의 이야기를 넘어, 당시 한국 대중음악이 가진 역사적, 민족적 의미를 섬세하게 탐구하는 데에까지 나아간다. 또한 이애리수가 부른 [황성의 적], 이난영이 부른 [목포의 눈물], 김서정 작사·작곡의 [강남달] 등 당시 한국 대중음악의 중요한 곡의 가사를 소설에 삽입하여, 화녕의 마음을 그 음악적 의미와 함께 독자들에게 전달한다.
현대 K-pop과 화녕의 유산
『화녕가(歌)』는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중요한 매개로 기능하며 작가 이영희는 화녕이라는 인물을 통해 일제강점기의 고통과 저항을 생생하게 그려내면서, 현대 K-pop의 뿌리와 연결된 강한 생명력을 보여준다. 화녕이 노래를 통해 민족의 혼을 불태웠던 것처럼, 현대의 K-pop 아티스트들은 음악을 통해 전 세계 팬들과 소통하고, 한국의 문화를 알리며 새로운 형태의 저항과 희망을 노래하고 있다. 화녕의 삶과 그의 노래는 그 시대를 넘어 현대에도 큰 울림을 주며, K-pop의 뿌리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하는 작품으로 기대해 볼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