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도서출판 푸른숲에서 영국의 떠오르는 문화 비평가, 에밀리 부틀이 21세기의 시대정신이 된 진정성을 탐구한 책 『우리는 왜 진정성에 집착하는가』를 출간했다. 구글 검색 결과에 따르면, 지난 1개월간 ‘진정성’이라는 키워드로 작성된 뉴스는 우리나라에서만 약 53,100개에 달했다. 2023년에는 메리엄웹스터에서 올해의 단어로 ‘Authentic(진정한)’을 선정했다. 유명 배우의 인터뷰에서부터 기업의 지역 상생 마케팅에 이르기까지, 진정성이 등장하는 영역 역시 다양하다. 이처럼 모두가 경쟁하듯 각자의 진정성을 내세운다.
진정성 없음을 인정하는 모습조차 진정성이 되는 세상, 모두가 진정성을 위해 행동하지만 그 누구도 진정성을 완벽하게 충족할 수는 없다. 이런 시대에 진정성이 과연 무엇을 보장해 줄 수 있는지 재고해 보는 것은 시대의 혼란을 현명하게 헤쳐가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이다. 1장 ‘셀럽’부터 시작해 6장 ‘고백’에 이르기까지, 이 책은 구체적인 대상에서 추상적인 주제로 나아가며 진정성을 탐구한다. 셀럽 문화, 예술 창작, 소비 문화, 정체성 정치 등 풍부한 예시를 들며 우리 사회에 만연한 진정성의 모순을 해체한다.
목차
서문
1장 셀럽
2장 예술
3장 제품
4장 정체성
5장 순수성
6장 고백
헌사
후주
저자소개
출판사리뷰
진정성 있는 음악, 진정성 있는 사과, 진정성 있는 광고…
진정성만이 살아남는 세상
가히 진정성 과잉의 시대라 할 만하다. 우리는 모든 것에 진정성을 따진다. 『우리는 왜 진정성에 집착하는가』는 우리가 통상 내거는 ‘진정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진정성은 “진정한 자아와는 다른 방향으로 우리를 밀어내거나 끌어당기는 외부의 힘에 맞서는 개념”으로 쓰이며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기준이 되었다. 주위를 조금만 둘러보면, ‘진정성 있는’ 혹은 ‘진정성 없는’이라는 표현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진정성 있고 없는 것을 가르는 것은 무엇일까? 우리는 왜 ‘진정성 있는’ 것을 옳다 여기고, ‘진정성 없는’ 것을 그르다 여길까? 한발 더 나아가, 진정성 없음을 투명하게 시인하는 태도마저 진정성 있다고 여기는 것은 왜일까? 진정성 없는 사과는 안하느니만 못하고 진정성이 담긴 가사는 큰 감동을 준다. 자전 소설로 분류되는 작품들은 작가의 지난 생애와 낱낱이 비교된다. 예능은 계속해서 ‘진정성 있는 프로그램’이라는 타이틀을 좇는다. 이렇듯 모두가 서로의 진정성을 감시하는 세상에서는 나의 자아와 창작물 모두 진정성 있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 ‘진짜’를 향한 집착이 과도해지며 진정성은 우리를 옥죄는 덫이자 거역할 수 없는 교리가 되었다. 그러나 이 세상은, 진정성만이 전부는 아니다.
‘진정성 있는 진정성’을 원하는 사람들,
만들어진 진정성이란 무엇인가
저자가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는 명확하다. 바로 지금 이 글을 읽는 당신이 가진 태도 즉, 진정성에 가닿아야 한다는 생각에 의문을 가지라는 것이다. 우리는 늘 진실이 지금 현재 이곳이 아니라 미래에, 다른 시공간에 있다고 여긴다. 지금의 내가 ‘진짜’가 아니라는 생각은 현실을 공허하게 만든다. 실재가 ‘허상’이 되고, ‘허상’이 실재가 된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허상’은 ‘허상’이기에 우리는 늘 무언가를 갈망한다. 무엇을 갈망하는지도 모르는 채로. 이러한 상황에서 ‘진정성’을 유지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한 예로, 자본주의의 세계에서 ‘진정한 자아’를 찾는 방법은 물건을 사는 것이다. 기업들은 더 이상 물건을 팔지 않는다. 기업들은 “자아감”을 판다. 우리 사회의 새로운 규범이 된 진정성은 “전통적인 성공의 개념에 영합하거나 의존하지 않고 더 ‘당신 자신이’ 될 수 있도록 돕겠다는 제품들만 양산했”다. 우리는 특정 제품들을 구매함으로써 ‘진정한 나’를 만든다. 그리고 그것을 소셜 미디어에 전시한다. 우리의 ‘진정성’은 이렇게 만들어진다.
소셜 미디어에 ‘업로드’되는 ‘나’와 액정 너머 현실을 사는 ‘나’는 다르지만 다르지 않다. 소셜 미디어에 등장하는 나는 의도적으로 연출된 ‘나’이지만, 현실의 나는 물성으로 존재하는 ‘나’이다. 이 둘은 다르다. 그러나 두 버전 모두 결국 ‘나’이기에 다르지 않다. “진정한 자아” 혹은 “진짜 나”가 있다는 생각으로 인해 우리는 무한한 가능성처럼 보이는 소셜 미디어와 자본주의의 세계를 헤맨다. 늘 환상을 좇고 있는 셈이다. ‘진짜 나’를 찾을 수 있다는 환상, 수많은 가능성 중 ‘진정한 자아’로 이어지는 단 하나의 길이 있다는 환상 말이다. 그러니 이제는 완전히 다른 가능성을 탐색할 때이다. ‘이 환상은 내가 아니야’라고 말하고, “내가 누구인지 굳이 증명하려 애쓰지 않는다면?”
‘진정성의 시대’, 이제는 ‘진정성’을 넘어서는
새로운 시각이 필요하다
『우리는 왜 진정성에 집착하는가』는 총 6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각 장은 ‘셀럽’, ‘예술’, ‘제품’, ‘정체성’, ‘순수성’, ‘고백’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우리가 유독 진정성 여부에 집착하고 진정성과 깊은 관련이 있다고 여기는 영역들을 돌아본다. 이 책은 대중문화와 철학을 결합하는 방식을 통해, 무슨 대가를 치르더라도 우리 자신이 되라고 주장하는 문화를 둘러싼 이념을 해체하고 무엇이 진정성에 대한 강박을 부추기는지 의문을 제기한다. “오늘날 진정성은 여러 의미를 지니고 있으며, 공적인 영역에서 막연하”게 사용된다. “그것은 지난 수십 년간, 그 의미를 특정하기 어려움에도 바람직한 제품의 특성으로 우리에게 되팔렸다.” 이처럼 진정성이 모든 것에 있어 가치를 재단하는 제1기준이 되었다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무엇인지 아무도 제대로 알지 못한다면 우리가 원하는 ‘진정한 것’의 정체를 다시 살펴보아야 한다. 이런 시대에 『우리는 왜 진정성에 집착하는가』는 혼란 속에서 함께 나아갈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