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인간 내면에 깊숙이 자리 잡은 야만적 본성을
극한 상황에 처한 소년들의 행위를 통해
상징적이고 우화적으로 묘사한 걸작!
미래의 어느 시점, 핵전쟁이 벌어져 원자탄 세례를 받는 영국에서 한 무리의 소년들이 피난길에 오른다는 설정으로 이 소설은 시작한다. 안타깝게도 소년들을 태운 비행기는 적군의 습격을 받아 추락하고 불행 중 다행으로 추락 직전, 무사히 비행기에서 탈출한 소년들은 태평양 무인도에 당도한다.
문명을 벗어나 원시 상태에 놓인 소년들이 만끽하게 되는 것은 과연 천진과 행복의 낙원일까? 이 질문에 대해 골딩은 문명의 구속에서 벗어나는 순간부터 천진난만한 소년들이, 보이지 않는 타성 혹은 보이지 않는 의지를 통해 곧바로 문명의 폐허로 돌진해가는 모습을 그려내는 것으로 답한다. 결국 골딩은 사회와 문명의 결함이 인간성을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그 결함의 근원을 인간성의 결함으로까지 소급해 투시한다.
문예세계문학선으로 개정 출간된 《009 파리대왕》은 출판사가 무려 스물 한 차례 거절 끝에 출간을 결정해 1954년 출간된 윌리엄 골딩의 첫 소설이다. 골딩이 하급장교로서 군복무 중 2차 세계대전의 참상을 목도하고, 인간 본성의 밑바탕에 흐르는 악의 개념을 철저히 탐구해 작가의 세계관을 드러낸 작품으로 1983년 골딩에게 노벨문학상 수상의 영예를 안겨주었고, 그의 대표작이 되었다.
목차
소라의 소리
산정의 봉화
바닷가 오두막
채색한 얼굴과 긴 머리
바다에서 온 짐승
허공에서 온 짐승
그림자와 큰 나무
어둠에게 주는 선물
죽음 앞에서
소라와 안경
성채 바위
사냥꾼의 소리
작품 해설
윌리엄 골딩 연보
저자소개
출판사리뷰
★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 미국대학위원회 SAT 추천 도서
★ 《타임》 선정 100대 영문 소설
★ 《뉴스위크》 선정 세계 최고의 책 100선
★ 〈옵서버〉 선정 가장 위대한 소설 100선
★ 랜덤하우스 선정 20세기 영문 소설 100선
★ BBC 선정 영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소설 100선
★ 피터 박스올 선정 죽기 전에 꼭 읽어야 할 1001권의 책
“대체 우리가 뭐지? 사람이야? 아니면 동물이야?
그것도 아니면 야만인이야?”
어른 없이 무인도에 떨어진 소년들의 잔혹한 생존기
미래의 어느 시점, 핵전쟁이 벌어져 원자탄 세례를 받는 영국에서 한 무리의 소년들이 피난길에 오른다는 설정으로 이 소설은 시작한다. 안타깝게도 소년들을 태운 비행기는 적군의 습격을 받아 추락하고 불행 중 다행으로 추락 직전, 안전장치가 작동해 무사히 비행기에서 탈출한 소년들은 태평양 열대지방의 무인도에 당도한다.
추락한 비행기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6~12세의 또래 소년들은, 처음에는 열두 살 랠프를 지도자로 세워 생존을 위한 방법들을 제법 영리하게 터득해 나간다. 산정에 봉화를 올려 구조 신호를 보내는 계획도 한다. 불을 관리하는 일은 성가대의 연장자인 잭이 자청해 맡는다. 한편 랠프는 바닷가에 오두막을 세우자고 제안하면서 사냥을 우선하는 잭과 대립한다. 그러던 중 잭과 그의 사냥부대가 멧돼지를 잡아 크게 위세를 떨친다.
랠프의 권위와 지도력이 약화되자, 그를 따르던 ‘새끼돼지’로 불리는 소년이 잭에게 뺨을 맞고 그의 안경 한 알이 깨진다. 랠프는 다시 회의를 소집하고 봉화를 철저히 관리하는 것과 오두막의 필요성을 강조하지만 잭을 우두머리로 한 사냥부대는 반대한다. 이제까지는 소라를 쥔 사람이 발언권을 가졌는데 그러한 규칙도 잭은 무시해버린다.
죽은 낙하산병을 발견한 소년들이 무서운 짐승을 봤다고 하는 바람에 무리 전체가 동요하자, 그들을 안심시키려고 랠프가 수색대를 조직한다. 그들은 산 정상에서 낙하산병의 시체를 보고 놀라서 겁에 질려 도망친다. 랠프와 잭은 회의에서 결별하기로 한다. 소년들 대부분은 고기 맛에 이끌려 잭의 사냥부대에 가담한다.
잭은 사냥부대를 이끌고 멧돼지를 잡아 그 머리를 막대에 꽂는다. 그리고 그들이 두려워하는 짐승에 대한 제물로 멧돼지 머리를 숲속에 남겨놓는다. 한편 잭은 잔치를 열고 랠프와 다른 소년들을 초대한다. 잭과 사냥부대 패거리는 승리를 자축하며 춤을 추고 주문을 왼다. 이때 두려운 짐승의 정체가 실은 시체였다는 사실을 알려주려고 나타난 사이먼을 흥분한 소년들이 짐승을 도륙하듯 살해하고 만다.
랠프에게는 이제 근시 소년 새끼돼지와 소년 몇 명만이 남아 있다. 잭의 사냥부대는 근시 소년의 안경을 훔쳐간다. 안경이 없어 불을 피울 수 없게 된 랠프와 새끼돼지는 잭이 진을 친 성채 바위로 찾아가 안경을 돌려 달라고 부탁하지만 거절당한다.
랠프와 잭이 다투는 사이 로저는 커다란 바위를 굴려 새끼돼지가 바위와 함께 낭떠러지로 떨어져 죽게 한다. 랠프는 도망쳐 잠적한다. 그러나 이제 오랑캐로 변한 사냥패들이 수색에 나서 그는 위험한 고비를 맞는다. 몇 번의 위기를 넘겨 가까스로 바닷가로 나왔을 때 연기를 보고 섬에 들른 영국 해군 장교의 구조를 받으며 이야기가 끝난다.
인간 내면에 깊숙이 자리 잡은 야만적 본성을
극한 상황에 처한 소년들의 행위를 통해
상징적이고 우화적으로 묘사한 걸작!
루소는 인간의 죄악과 비참한 운명은 문명사회의 제도적 결함 때문이고 행복은 자연의 상태에 있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낭만주의는 문명을 벗어나 원시를 동경하는 풍조를 유행시켰고 그것은 곧 19세기에 유행한 남태평양 표류 소설, 모험 소설의 기조 철학이 되었다. 윌리엄 골딩의 《파리대왕》은 그러한 감상적인 ‘고귀한 야만인의 신화’를 무참히 깨뜨려버린 작품이다.
문명을 벗어나 원시 상태에 놓인 소년들이 만끽하게 되는 것은 과연 천진과 행복의 낙원일까? 이 질문에 대해 골딩은 문명의 구속에서 벗어나는 순간부터 천진난만한 소년들이, 보이지 않는 타성 혹은 보이지 않는 의지를 통해 곧바로 문명의 폐허로 돌진해가는 모습을 그려내는 것으로 답한다. 결국 골딩은 사회와 문명의 결함이 인간성을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그 결함의 근원을 인간성의 결함으로까지 소급해 투시한다.
《파리대왕》은 인간의 원죄와 타락을 주제로 삼는다는 점에서 전통적인 우화 소설과도 비교할 수 있지만 전통적인 우화 소설에서는 신의 은총과 같은 기독교적 가치 긍정이 수반되고 구원에 대한 희망이 강조되는 반면, 이 소설에서는 그러한 긍정과 희망을 찾아볼 수 없다는 점이 특징적이다.
우리가 《파리대왕》에서 찾아볼 수 있는 것은 인간성 내부에 파리 떼처럼 앉아 있는 암흑에 관한 언급뿐이고 소년들을 구해줄 어른들, 즉 누가 그들을 구해줄 것인가에 관해서는 아무런 암시가 없다. 주인공 랠프가 끊임없이 구조를 기다리는 모습에서 인간의 구원에 대한 종교적 희구를 읽어낼 수도 있다. 이 소설이 상징소설이며 우화소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골딩은 소설 초반에 제법 영리하고 요령 있게 생존의 방법을 찾아나가는 소년들을 그려내다가 점차 짙어지는 절망과 구조에 대한 희박한 가능성, 갖가지 위기의 상황 속에서 나타나는 소년들의 다양한 행위를 통해 인간 내면의 탐욕과 야만성을 보여준다. 골딩은 그렇게 이 작품을 통해 오늘의 문명사회가 지닌 결함을 인간 본성의 결함으로까지 거슬러 올라가 찾아내면서 인간의 진정한 본성은 선(善)과 도덕성보다는 그 반대라는 자신의 세계관을 드러낸다. 골딩은 《파리대왕》을 통해 인간의 모든 죄악과 잔학성은 어떤 외적 요소로부터 생기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내부, 즉 인간 내면에 자리 잡은 ‘어둠의 핵심’에서 연유한다는 사실을 규명하고자 했다.
2차 세계대전의 참상을 목도하고,
인간 본성의 밑바탕에 흐르는 악을 탐구해
탁월한 문학성으로 그려낸 윌리엄 골딩의 대표작!
윌리엄 골딩은 영국의 콘월에서 태어나 옥스퍼드에서 수학하며 처음에는 자연과학을 공부했다. 그러나 적성에 맞지 않는다고 느낀 골딩은 전공을 영문학으로 바꿨다. 1930년 첫 시집을 발간해 시인으로 출발하는가 했더니 포기하고 윌트셔로 이주해 교직생활을 시작했다. 그리고 1961년에 이르러서는 미국으로 건너가 버지니아주에 있는 홀린스 칼리지에서 1년 동안 작가 겸 초빙교수로 강의했다. 그의 특이한 이력을 꼽아보자면 2차 세계대전 중 영국 해군에 입대해 로켓함을 지휘하는 하급장교로 활약했다.
2차 세계대전은 위에 인용한 말에서 볼 수 있듯이 그에게 인간에 대한 심각한 회의를 일으키는 전기가 되었다. 그러나 이 회의는 1차 세계대전 직후 전후 작가들이 품었던 생각과는 달랐다. 즉 헤밍웨이를 위시한 소위 ‘잃어버린 세대’가 느끼던 환멸과는 차원이 다른 회의였다. ‘잃어버린 세대’는 환멸로 인생의 방향감각을 상실한 데 반해, 골딩이 전쟁에 느낀 환멸은 인간의 원죄(原罪)에 대한 확신을 그의 의식 속에 심어주었다. 그는 전쟁과 살육의 원인을 사회 또는 이념의 허구성에서 찾지 않고 인간 본질에 내재한 악의 응어리에서 찾았다. 그리하여 1954년에 쓴 그의 첫 소설 《파리대왕》에서 그러한 인간 본질에 내재한 악을 철저히 해부하기에 이르렀다.
그의 집안은 많은 교육자를 배출한 가문이었고, 그 역시 20년 가까이 교직에 몸담았다. 따라서 그의 교육자적 관심은 예술가적 의욕에 못지않게 문학을 대하는 태도에 큰 영향을 끼쳤다. 소설이 무엇을 묘사할 수 있느냐보다는 소설을 통해 무엇을 가르칠 수 있느냐의 문제가 그에게는 더욱 중요했다. 그는 시대와 장소의 변화에 관계 없이 영원히 변치 않는 인간 본질 또는 인간 조건에 관심을 기울였다. 인간의 진실된 상(像)이 무엇인가를 통찰하는 작업에 참여하는 것이 작가의 자세라고 여겼으며 그는 그 신념의 적절한 표현 양식을 우화적 상징소설이라는 형식에서 발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