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알래스카 한의원』 이소영 작가의 신작
2050년, 이제 가상현실에서 취업 시험이 아닌 취업 리그를 연다고?
대한민국을 뜨겁게 달군 취업 엔터테인먼트가 당신을 찾아왔다!
가상현실이라는 길 끝에서 마주한 인간사회의 추악한 민낯과 진실
“당신은 이 신탁을 받아들이겠습니까?”
오랫동안 상업영화 시나리오를 써온 이소영 작가의 두 번째 장편소설이 마침내 나왔다. 작년에 출간된 『알래스카 한의원』은 첫 책이라 하기 어려울 만큼, 흡입력 있는 스토리와 몰입감으로 많은 독자들에게 이소영이라는 작가를 각인시켰다. 신작 『슈퍼리그』 역시 책장을 넘기는 순간, 가상현실에서 이뤄지는 취업 리그라는 독특하면서도 현실에 있을 법한 세계 속으로 독자를 단숨에 끌어당긴다.
취업, 십 대부터 육십 대까지 세대를 막론하고 인간으로 태어났다면 누구도 피할 수 없는 과제. 그 과제 앞에 선 청년이 있다. 서른 살 청소부 만주. 자연 환경조차 대부분 파괴되어 그야말로 계급화 되어 있는 세상에서, 만주는 소위 말하는 ‘백’ 같은 건 하나도 없는 맨몸의 청년이다. 그런 만주에게 지겹도록 달라붙는 가난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단 하나.
선화그룹의 슈퍼리그에 합격하는 것이다. 취업 리그 가운데서도 전 세계 몇몇의 최고 기업들이 만든 취업 시험만을 가리키는 은어, 슈퍼리그. 만주는 정확히 10번, 10년 동안 슈퍼리그에 도전했다. 이후로 먹고사는 문제로 슈퍼리그를 외면하고 산 3년 만에 갑자기 느닷없이 행운이 그를 찾아온다. “슈퍼리그 안 해? 포기하지 마. 내 가방에 든 거 너 가져.” 죽음을 앞둔 노인이 만주에게 건넨 것은 과연 무엇일까? 만주는 선화의 슈퍼리그에서 과연 어떤 진실과 마주하게 될까?
사회 곳곳에 로봇이 상용화되고 쉽사리 가상현실을 넘나드는 2050년, 끝없이 발전하는 기술 속에서 인간은, 그러니까 우리의 존재 가치는 어디까지 유효한지 돌아보게 만드는 소설.
목차
슈퍼리그
1차
2차
3차
다시 1차
작가의 말
저자소개
출판사리뷰
거리에 시체가 널리고, 오염된 땅으로 먹을 것이 부족한 사회를
살아가는 착하고 찌질한 한 청년에게 찾아온 엄청난 행운!
서른 살 만주는 별독수리가 미처 먹지 못한 뼈 잔해를 치우는 청소 일을 하며, 마더하우스에서는 봉사를 한다. 사실 말이 봉사지, 오염된 땅과 기후로 제대로 된 음식을 먹기가 쉽지 않은 탓에 봉사를 핑계로 끼니를 채우러 가는 것이다. ‘죽음을 기다리는 집’ 마더하우스는 테레사 수녀의 정신 아래 인간이 인간의 죽음을 돌보는 곳이다.
어딘지 살짝 부족해 보일 정도로 착하고, 찌질해 보이는 만주는 역시나 거리에 쓰러져 있는 노인을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거리에 시체가 널린 세상에서 사람들은 모두 바쁘게 걸음을 옮기지만, 만주는 그 노인 가까이로 다가간다. 가슴 가까이에 귀를 대자 생각보다 세찬 심장 소리가 들린다. 만약 그가 말을 할 수 있는 상태라면, 어쩌면 살려달라고 하지 않을까. 결국 만주는 노인을 들쳐 업고 마더하우스로 향한다.
그런데 입소 후 겨우 눈을 뜬 노인은 만주에게 뜻밖의 질문을 던진다. “슈퍼리그 안 해?” 곧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노인 입에서 ‘슈퍼리그’ 이야기가 나오다니. 만주는 그저 웃음이 나온다. 이제 사람들은 양복을 입고, 회사로 가 면접을 보지 않는다. 대신 가상현실 기기를 착용하고 가상현실 슈트를 입는다. 그러고는 링 장에 오른다. 가상현실 속에서 이뤄지는 대기업 취업 시험, 슈퍼리그에 출전하기 위해.
가난에서 벗어나 천국으로 갈 수 있는 단 하나의 문,
선화그룹 입사를 위해 가상현실 속 극악한 한계로 뛰어든다
슈퍼리그에 참여할 수 있는 나이인 열여덟 살 이후로 만주는 매해 10년 동안 리그에 도전했다. 하지만 3년 전 완전히 포기했다. 그동안 생활비가 부족한 상황에서도 가상현실 기기와 링 장을 대여했지만, 더 이상은 무리였다. 가망 없는 희망에 시간과 돈을 걸기에, 만주 앞에 놓인 생존은 좀처럼 작아질 줄을 몰랐다. 만주는 10년 동안 선화그룹의 슈퍼리그에만 도전해왔다. 입사만 하면, 깨끗한 물은 기본이고 집과 차, 음식, 거주에 필요한 모든 것들이 제공되는 기업. 만주에게 선화의 슈퍼리그는 단순한 취업 시험이 아닌 개천의 용, 아니 세계의 용, 아니 천국으로 가는 단 하나의 문이었다.
그런데 노인이 다시 말한다. “선화의 슈퍼리그를 봐.” 노망난 노인의 말일지라도, 만주는 포기했던 마음에 다시금 불길이 이는 걸 느낀다. 그때 노인이 다시 던진 한마디. “내가 메고 있던 가방, 거기에 든 거 너 가져.” 사물함을 열어 피범벅이 된 가방에 들어 있는 것을 확인하는 순간, 만주는 그만 다리에 힘이 풀리고 만다. 무토. 그것도 무토2058. 어느 해 선화의 임직원 몇 명에게만 주었다는 가상현실 기기다. 당연한 말이지만 자사의 기기를 쓰면 리그에서 더 유리하다는 설이 있다. 만주는 갑자기 눈앞에 펼쳐진 행운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데.
대체 죽어가는 노인은 누구길래 무토를 가지고 있는 걸까? 그리고 만주는 이제 지긋지긋한 가난에서 벗어나 선화라는 천국의 문으로 입장할 수 있을까? 선화그룹의 슈퍼리그에 담긴 엄청난 진실이 만주와 노인 우삼의 이야기를 통해 거침없이 펼쳐진다.
영화 [감기]가 더 이상 영화만이 아니게 된 현실에서
약 20년 뒤를 다룬 『슈퍼리그』가 그저 소설이기만을 바란다
기술의 발전으로 가상현실에서 취업 시험을 본다는 설정을 과연 우스갯소리로 흘려들을 수 있을까? 2013년에 개봉한 영화 [감기]가 2020년 더 이상 영화가 아니게 된 현실 앞에서, 2050년의 세계를 담은 이 소설을 앞으로도 그저 소설로만 여길 수 있길 바랄 뿐이다. 『슈퍼리그』에는 만주와 같이 취업이 절실한 평범한 청년에서부터 중장년이 되었지만 여전히 취업이 필요한 사람들 그리고 자신들의 사후세계를 궁금해하는 노년의 무리, 로봇으로 태어나 수십 번 재활용되어 그 수명이 다된 존재 들이 나온다. 근미래를 다룬 소설 속 설정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모두 지금 우리 곁에 있는 상황들이다. 십 대부터 육십 대까지 세대를 막론하고 인간으로 태어났다면 누구도 피할 수 없는 과제인 취업, 그 뒤를 쫓는 만주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독자는 자연히 책장 바깥의 현실을 다시 보게 된다.
환경 파괴가 가속화되어 오염된 갈색 물로 샤워를 하는 장면, 방사능이 누출된 원전에 콘크리트를 부어 무마하는 장면, 땅에서 자라는 작물을 믿을 수 없어 향만 가미된 밀가루 반죽으로 끼니를 때우는 장면, 가상현실에서야 사계절의 변화를 체험해보는 장면, 별독수리에게 먹히면 좋은 곳으로 간다는 소문 때문에 자신의 병든 몸을 거리에 눕히는 장면, 인간보다 로봇과 더 많은 마음을 나누게 되는 장면 들을 독자는 비단 소설 속 이야기로만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다. 발전된 기술로 모든 분야가 고도화된 사회이지만, 그럴수록 가난한 사람들, 약한 사람들, 세상의 무른 부분은 더 교묘하게 가려질 뿐이다.
작가는 전작 『알래스카 한의원』에 이어 이번 작품에서도 마치 영화를 읽는 듯이 선명한 이미지들을 독자의 눈앞에 펼쳐놓는다. 현실보다 더 현실 같은 가상현실 속 장면들과 스피드하게 전개되는 서사는 독자를 숨차게 마지막 장으로 달려 나가게 만든다. 그 끝에서 우리는 뼈아픈 질문과 마주하게 될 것이다. 리그의 끝에 다다른 만주가 건네받은 것과 똑같은 물음을. “과연 당신은 천사의 날개를 자를 수 있습니까?” 취업과 생존이라는 인간의 공통분모에 게임과 엔터테인먼트라는 이야기적 재미를 더해, 인간 존재 가치에 묵직한 질문을 던지는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