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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의 역사 (마스크제공)

31,500 3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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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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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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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현직 소방관이 집념을 담아 집필한
‘소방에 관한 거의 모든 것의 역사’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화재와 소방의 미시사이자 인류 문명사. 이와 동시에 소방 직무에 종사하거나 관련 업무를 준비하는 사람들에게는 객관식 단답형 수험서에서는 찾을 수 없는 배경 교양과 상식, 원리와 시뮬레이션을 풍부하게 제공하는 현장 지향적이고 실용적인 소방 교양서. 빅뱅 134억 년 후 지구에 불이 일어날 3요소가 갖추어지고 142만 년 전 호모 에렉투스가 불을 활용하기 시작한 때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소화약제, 소방 도구와 기술, 소방차, 경보 및 피난 시설, 대화재의 경험과 교훈, 소방 조직과 소방관의 삶에 이르기까지 불과 싸워 온 인류의 경험과 지식을 빼곡하게 담았다.

목차

들어가며: 인류와 불의 역사 023

1부 소화약제의 역사 - 불을 끄는 물질들

1장 물, 가장 기본적 소화 물질 043
2장 불 끄는 작용을 하는 기체 이산화탄소 054
3장 분말 소화약제 062
4장 거품 소화약제 075
5장 할론 소화약제 089
6장 할로겐 화합물 및 불활성 기체 소화약제 107
7장 미분무 소화 설비 110
8장 미래의 소화약제는? 116

2부 소화 기구의 역사 - 작은 소방차

1장 불의 사용과 소화의 필요성 125
2장 불을 끄기 위한 최초의 기구 132
3장 양동이에서 소방펌프까지 134
4장 현대적 소화 기구의 등장 151
5장 소다산 소화기 162
6장 유리병 소화기 169
7장 가연물에 따른 소화 기구의 진화 178
8장 분말 소화기 189
9장 할론 소화기 196
10장 소화기의 의의와 교육의 필요성 200

3부 펌프, 유체역학, 동력기관 - 소방의 작동 원리

1장 필연적 발명품, 펌프 213
2장 소방펌프의 흡입력과 유체역학 243
3장 증기 펌프와 증기기관 259
4장 획기적 운송 수단 증기기관 차량 275
5장 액체 화석 연료를 사용하는 내연기관 차량 281

4부 소방차의 역사 - 현대 소방력의 상징

1장 다양한 소화 기구의 변천 301
2장 영국의 수동 소방펌프 310
3장 미국의 수동 소방펌프 333
4장 소방대의 역할 확장과 수동 펌프 시대의 황혼 344
5장 증기기관 소방펌프 357
6장 내연기관 소방차 370
7장 사다리차, 특수 목적의 소방차 386
8장 우리나라 소방차의 역사 404
9장 현대 사회에서 소방차의 의의 408

5부 스프링클러의 역사 - 건축물 화재의 수호자

1장 스프링클러의 원형 419
2장 산업의 변화와 다공관 살수 설비 429
3장 스프링클러 헤드 437
4장 현대적 스프링클러 설비 444
5장 스프링클러의 기능과 신뢰성 향상 467
6장 창고용 스프링클러 소화 설비 481
7장 주택용 스프링클러 소화 설비 495
8장 스프링클러의 미래 500

6부 경보 설비의 역사 - 건축물 화재의 파수꾼

1장 화재 발견의 골든 타임 509
2장 도시의 화재경보 514
3장 화재의 신고 528
4장 건축물 내부의 화재경보 560
5장 화재를 감지하는 장치들 574
6장 우리나라와 일본의 화재경보 시스템 592
7장 경보 설비의 생명은 신속성과 정확성 595

7부 피난 설비의 역사 - 비상 출구와 유도등

1장 도시 방화의 변천 607
2장 비상시 대피하는 통로, 출구 614
3장 비상 출구의 필요성을 알린 대형 사고들 621
4장 유도등, EXIT, 出口?志 649

8부 소방관의 역사 - 불을 끄는 사람들

1장 소방관의 개인 안전 장비 667
2장 우리나라의 소방의 역사 677
3장 우리나라 소방공무원의 일 692

저자소개


출판사리뷰

현직 소방관이 저술한 소방 미시사
불과 싸우며 발전한 인류의 발자취 담아

화염과 연기로 뒤덮인 화재 현장을 누비는 현직 소방관이 불과 싸우며 발전한 인류의 발자취를 책으로 엮어 냈다. 인류는 불을 발견하고 제어하고 화재와 싸우면서 삶의 질을 높이고 대도시를 형성해 오늘날과 같은 문명에 이르렀다. 불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인류의 역사는 불을 다루고 화재 진압 능력과 기술 및 소방 조직을 발전시켜 온 역사이기도 하다.

《소방의 역사》는 이처럼 중요한 인류사의 한 부분인 소방의 미시사를 탐구한 책이다. 국내에서는 처음이며 더구나 현직 소방관이 관련 분야 역사서를 집필한 경우는 세계적으로도 유사한 경우를 찾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소방에 관한 국내 도서나 자료가 매우 부족한 현실에서 저자는 오랜 기간 과학과 기술, 인류학과 고생물학, 도시사를 틈틈이 독학하고, 본격적으로 집필에 들어간 3년 동안은 퇴근 후와 비번 시간을 해외의 특허 문서, 기사, 논문, 블로그 등을 뒤지며 자료를 찾고 정리하는 작업에 꼬박 바쳤다.

저자 송병준은 2006년 소방공무원으로 임용되어 인천소방본부 산하 공단소방서, 남부(미추홀)소방서, 인천소방학교에서 근무했고, 소방청 중앙소방학교 교수 요원, 화재 교관을 거쳐 현재 인천소방본부 소속 소방관으로 지금도 화재 현장에서 일하고 있다.

3억 년 전 지구에 불의 발생이 가능해지고
142만 년 전 호모 에렉투스부터 불을 활용하다

소방 활동 이전에 먼저 불이 있었다. 그런데 지구상에 불은 언제부터 존재했을까. 소방학에서는 불의 3요소를 ‘탈 수 있는 물질(가연물)’, ‘산소’, ‘열’이라고 말한다. 이 세 요소가 모두 갖춰져야 불이 일어나는데, 이를 근거로 따져보면 우리가 사는 이 지구에 불이 발생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된 것은 대기에 일정한 산소 농도가 조성되고 육지에 연소 가능한 유기물이 풍성해진 시기, 즉 지금으로부터 약 3억 년 전쯤이다.

불은 우주 공간, 이를테면 대기가 없거나 대기 조성비가 다른 행성에서는 일상적으로 발생하는 현상이 아니다. 대기 중에 일정한 산소 농도가 유지되고 지표면에 탈 수 있는 유기물, 즉 탄소화합물이 풍부한 지구와 같은 환경이 전제되어야 일어날 수 있다. 지구에서도 대기 중 산소 농도가 21퍼센트로 유지되는 현재를 기준으로 가연물이 있는 공간에 열에너지가 모이는 우연한 사건이 있어야만 발생할 수 있는, 어쩌면 지구에서만 발생하는 아주 특별한 현상인 것이다. -27쪽

그렇다면 인류는 언제부터 불을 인지하고 활용했을까. 불을 사용한 시점에 관한 가장 오래된 증거는 케냐 체소완자에서 올도완Oldowan 석기라 불리는 뗀석기와 함께 발견된 불에 탄 진흙 조각을 들 수 있다. 이를 근거로 호모 에렉투스가 활동하던 142만 년 전부터 불을 사용하기 시작했다고 보는 것이 고생물학의 견해라고 저자는 소개한다.

이런 사실을 알게 된 아이오와대학교의 인류학자 질 프루에츠Jill D. Pruetz와 유타대학교의 니콜 허조그Nicole M. Herzog는 이 침팬지 무리를 통해 초기 인류와 불의 연관성을 살펴보는 연구를 진행했다. 두 인류학자는 인류가 불을 다루는 능력이 세 단계의 인지적 진화 과정을 거치며 갖춰졌다는 모델을 설정했다.

첫 번째 단계는 불의 움직임을 이해하고 예상하여 불 가까이에 갈 수 있을 정도로 불의 개념을 인지하는 것, 두 번째 단계는 연료를 더 공급하거나 제거해서 불을 키우거나 작게 할 수 있는 통제 능력을 갖추는 것, 그리고 세 번째 단계는 불이 없는 곳에서 불을 피울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었다. 각 단계별 능력은 순차적으로 습득하는 것으로 예측했으며, 마지막 단계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인류가 화식을 할 수 있는 것으로 보았다. -128쪽

불을 자유롭게 사용하는 능력을 획득하면서 인간의 생활 전반에 걸쳐 질적이고 극적인 변화가 일어났다. 불을 사용하면서 문명 생활을 시작할 수 있었다는 사실에는 이견이 없을 정도로 불은 생활에 불가결하고 유용한 것이었지만 한편으로 주변 환경뿐 아니라 인간의 생명까지도 파괴하는 위험성도 갖고 있었다. 따라서 불로 인한 재난 즉 화재를 예방하거나 제압하는 능력이 필수적인 요소로 떠올랐다. 이로부터 이 책의 주제인 소방 기술, 소화약제, 소방 도구 및 조직 등이 어떻게 고안되었고 변화, 발전했는지를 추적하는 저자의 방대한 탐사가 이어진다.

실수요자의 필요에 부응한 구성
지적 탐구와 현장 지향성을 결합한 종합 소방 교양서

인류와 불의 관계부터 탐색을 시작하지만 《소방의 역사》는 시계열에 따른 연대기적 구성이 아니다. 이 책은 1부 소화약제(불을 끄는 물질)의 역사, 2부 소화 기구의 역사, 3부 펌프, 유체역학, 동력기관, 4부 소방차의 역사, 5부 스프링클러의 역사, 6부 경보 설비의 역사, 7부 피난 설비의 역사, 8부 소방관의 역사 등 언뜻 보면 실무 매뉴얼과도 같은 특이한 구성이다. 하지만 조금만 살펴보면 이는 철저히 현장에서 필요한 실용성을 목적으로 한 접근임을 알 수 있다. 저자는 지적 호기심을 충족시키기 위한 탐색 못지않게 화재 현장이나 실무 교육 현장에서 활용 가능하도록 소방 관련 실무자나 자격증 준비자 등 실수요자들의 필요성을 염두에 두고 구성했다.

저자는 화재 현장은 물론 관련 교육기관에서 근무하면서 현재 사용 중인 소화약제나 소화 기구, 소방차, 소방 설비 등의 기원, 쓰임새, 작동 원리, 효용과 한계 등을 사용자들에게 알기 쉽게 전달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절감했다. 심지어 법령 등에는 실제 쓰임과 맞지 않는 용어나 사실이 일정 테두리 안에서 계속 재생산되는 현실에 의문이 많았다.

아무리 소방 설비와 조직을 늘린다고 해도 우리나라에서는 매년 4만여 건의 화재가 발생하여 2천여 명의 인명 피해와 1조 원 이상의 재산 손실이 발생한다. 문명이 발달하면 인간이 사용하는 기계와 물품이 달라지고 그때마다 소화 방법도 변화한다. 이 역동적인 상호 관계를 깊이 인지하고 화재가 일어나는 조건과 방식, 대처법에 대한 관심과 다양한 상상력을 증폭시켜 화재를 사전에 예방하거나 피해를 최소화하도록 교육하는 것이 이 책의 주요 집필 동기이기도 하다.

실용성을 염두에 둔 이 같은 구성은 또한 소방의 최우선 목적이 인명 피해를 줄이는 쪽으로 변화해 온 과정을 일목요연하게 보여 주는 장점도 있다. 모든 소방 도구와 설비, 소방 조직의 발전은 일관되게 초기 역사에서는 건물 등 재산을 지키는 데 중점을 둔 활동이었지만 현대로 올수록 인명의 가치를 우선시하는 쪽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1820년대 영국에서는 미용사이자 화가, 작가인 에이브러햄 위벨Abraham Wivell이 당시 영국의 사설 소방대가 행하는 소방 활동의 목적이 인명 보호보다는 주로 건축물인 재산 보호에 치중하는 것을 문제로 삼았다. 이를 계기로 위벨은 화재가 난 건물 위층에서 지상으로 미처 대피하지 못해 퇴로가 막힌 사람을 창문으로 대피시키기 위해 접이식 사다리에 바퀴를 단 피난 기구를 만들었다. 이 사다리는 접혀 있을 때는 2층까지 닿고 갈고리가 달린 추가 사다리를 펼치면 4층까지 닿을 수 있었다. 사다리에 사람이 오르내리는 면 반대쪽에는 위아래가 뚫린 천으로 만든 긴 자루를 매달아 여러 사람이 미끄럼을 타서 지상으로 내려올 수 있게 했다. 1836년 위벨은 ‘화재로부터 인명을 보호하기 위한 왕립학회Royal Society for Protection of Life from Fire’를 조직하고 런던 곳곳에 85개의 사다리차를 보급했다. -349~350쪽

대연각 호텔 화재에서 인명 피해가 많았던 이유는 경제 발전의 가치를 최우선으로 하던 시대에 인명을 중시하는 안전 의식이 뒷전으로 밀려난 탓이 가장 크다. 그 증거로 1984년 발생한 부산 대아관광호텔 화재를 들 수 있다. 대연각 화재의 교훈으로 개선된 방화 대책이 적용되었지만 비슷한 원인에 의해 인명 피해가 컸다. 이 화재에서는 스프링클러가 전혀 작동하지 않았고, 호텔 내장재는 방염 성능이 없는 가연성으로 만들어졌으며, 경보 설비와 유도등도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또 건물 내 비상구 출입문 중 다수가 잠겨 있었다. -644쪽

이처럼 《소방의 역사》는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화재와 소방 대응의 미시사이자 인류 문명사이기도 하지만, 소방 직무에 종사하거나 관련 업무를 준비하는 사람들에게는 자격증을 위한 수험서에서는 구하지 못할 배경 교양과 상식, 원리와 시뮬레이션을 풍부하게 제공하는 현장 지향적인 종합 교양서라 할 수 있다.

스쿼츠부터 스프링클러까지
소방의 발전이 있었기에 가능한 대도시의 삶

농경 사회가 되고 촌락을 이루어 살면서 가옥 밀집도가 높아지자 화재의 규모 또한 커졌다. 특히 고대 그리스, 이집트, 로마 등 문명이 번성한 곳은 예외 없이 엄청난 화재 피해를 입은 뒤에 소방 기술이나 조직이 발전하기 시작한다. 《소방의 역사》는 기록이 남아 있는 것 중 불을 끄기 위한 최초의 기구 스쿼츠부터 현대의 빌딩에 필수 설비로 들어간 스프링클러와 화재경보기, 유도등에 이르기까지 소방 기술의 혁신과 발전을 촘촘하게 탐색한다.

오늘날 대도시 생활에 익숙한 현대인들은 소방의 발전이 도시 형성에서 얼마나 중대한 역할을 했는지 쉽게 짐작하지 못한다. 예를 들어 1666년 9월 2일부터 6일까지 런던에서 발생한 대화재는 1만 3200채의 가옥과 87채의 교구 교회, 세인트 폴 대성당 등 화재 범위 내 건축물 대부분을 파괴했는데, 이는 런던 전체 건축물의 대략 5분의 4에 달하는 것이었고 전체 인구 8만 명 중 7만 명이 거주지를 잃을 정도의 규모였다. 런던 대화재는 화재에 대한 대비가 없다면 도시의 존립이 불가능함을 보여 준 참사였다.

대화재 이후 1년 만에 도시 재건을 위한 자금 모집 수단으로 주택대출상품과 화재보험이 고안되었다. 또 대화재를 겪은 런던 당국은 도시를 위협하는 화재 위험에 대처하는 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쳐 나가 1708년에는 모든 교구에 수동 소방펌프를 보유할 것을 의무화했고, 1726년에는 영국 북동부 요크셔주에 영국 최초로 시의 재정으로 급료를 받는 유급 소방대를 설치했다. 이러한 보완이 이루어진 직후 런던은 산업혁명의 중심지가 되고 불과 수십 년 사이에 인구가 100만 명으로 비약적으로 증가한 거대 도시가 되었다. 산업혁명과 대도시화의 근저에는 런던 대화재 이후 눈에 띄게 늘어난 소방 기술과 소방 조직의 발전이 존재했던 것이다.

큰 화재를 겪으면서 대처 방안을 강구하고 도성에 집중되는 인구 규모를 늘려나간 것은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대규모 피해를 입은 화재와 이에 대한 왕의 조치 등은 《삼국사기》에도 남아 있다. 구체적인 소방 조직의 변천과 활동사를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는 것은 세종대왕 때부터다. 역시 한양에서 발생한 대화재가 던진 충격 때문이었다.

세종 즉위 8년째인 1426년 2월 15일 한양성에서 방화로 추정되는 대화재가 발생했다. 당시 중부와 동서남북 5부로 나뉜 한양에서 중부 1630호, 동부 190호, 남부 350호 등 한양 전체 가옥의 10분의 1 정도인 2200채의 가옥이 소실되는 규모였다. (중략)

1431년 세종 13년에는 밧줄, 사다리, 갈고리, 도끼를 장비한 화재 진압대 격의 금화군이 편성되었다. 금화군은 화재를 발견하면 깃발을 올리고 북을 울려 화재 사실을 알렸고, 신패信牌를 패용해 통행이 금지된 야간에도 이동할 수 있었다. 이들은 불이 도시 전체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건물을 파괴하는 활동을 주로 했으며 물에 적신 천으로 불을 덮어 껐다. -678~680쪽

유엔 경제사회국(DESA)은 인구 1천만 명 이상이 거주하는 대도시를 ‘메가시티’로 분류하는데, 오늘날 전 세계에는 메가시티만 30여 개에 이르며 지구상 인구의 거의 절반이 대도시에서 삶을 이어 가고 있다. 이 거대한 도시화 이면에 상상을 뛰어넘는 화재 경험과 소방의 발전이 치열하게 각축을 벌였음을 《소방의 역사》는 생생한 파노라마로 보여 준다.

화재와 안전에 관심 있는 일반인에게는 교양서이자
위험 감수성을 키울 수 있는 기회

우리나라에서는 매년 4만여 건의 화재가 일어나 수많은 인명 피해와 엄청난 재산상의 손실이 발생한다. 화재가 일어나면 예외 없이 인재라는 말이 나오고 방화문이 열려 있었다, 스프링클러가 작동하지 않았다, 비상 통로가 역할을 못 했다, 경보가 울리지 않았다는 등의 사후 진단이 나온다. 화재에 대비한 건축물의 설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점과 더불어 안전에 대한 사람들의 무관심이 화재를 키우고 인명 피해를 늘렸다는 것이다.

우리 주변을 주의 깊게 둘러보면 의외로 소방 관련 도구나 장치가 곳곳에 설치되어 있다. 하지만 평상시 이를 눈여겨보고 사용법에 관심을 기울이거나 유사시에 대비해 자신의 안전을 지키려는 노력은 부족하다. 이는 소방청이 주관한 ‘화재 관련 국민 인식도 설문조사’(2019년)에서도 간접적으로 드러난다. “화재를 위험하게 느끼는지에 관한 질문에 화재를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국민의 86퍼센트는 ‘화재가 위험하다’고 응답한 반면에, 경험이 없는 국민 중에서는 전체 응답자 중 75퍼센트만 위험하다고 답했다” (205~206쪽)는 것이다.

대형 사고가 반복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있는 가장 효과적 방법은 평상시 소방에 대한 국민의 관심과 위험에 대한 감수성을 키워 안전 의식을 높이는 것이다. 정말로 내 주변은 화재 발생 가능성이 없는지, 만약 자신이 있는 공간에 불이 나면 내가 있는 건축물의 방화 시설은 지상으로 안전하게 대피할 수 있는 여건이 되는지, 인근 119안전센터에 배치되어 출동하는 소방차의 능력은 화재로부터 나를 구해 줄 수 있는지 등 각자 한 번쯤은 상상해 볼 것을 권한다. 아무도 사용하지 않을 것 같은 아파트 비상계단에 놓인 자전거들, 계단 방화문을 계속 열어 둘 수 있게 만든 도어스토퍼, 잦은 고장으로 일부러 중단시킨 경보 설비 등 이런 사소한 것 때문에 화재로 인한 사망자가 발생한다. -410~411쪽

화재와 같은 재난으로부터 자신의 안전을 지키는 길은 위험 감수성을 높이는 것이다. 갑자기 닥치는 재난은 누구나 대상이 될 수 있음을 실감하고 준비해야 하는데, 이러한 위험에 대비한 소방 교육이 실제로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도 위험 감수성이 필요하다. 소화기의 성능을 최대한 높이려면 소화기를 사용하는 불특정 다수인이 소화기의 의의와 설치 목적을 인지해 소화기를 사용했을 때의 위험과 효과를 가늠하며, 개별 화재 상황에서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를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또 잦은 오작동으로 무관심할 수 있는 화재 경보음을 들었다면 모두의 안전을 위해 감지기의 신뢰성을 높이는 노력과는 별개로 다소 오류가 있더라도 경고의 의미를 과소평가하지 않아야 한다.

무엇보다 가장 현실적인 것은 소화기 교육 훈련의 목적이 다른 사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안전을 위한 것이라는 자각과 관심으로 자발적 동기를 이끌어 내는 것이다. 자발적 동기에 의한 교육 훈련은 피동적으로 참여해 유사시 아무런 기억도 나지 않던 정기적, 법정 교육 훈련의 내용과 결과를 개선할 것이며, 자발적 동기를 유발할 관심의 계기는 모든 사람이 현실적인 화재의 위험에 대해 그것이 실제 이웃에게 닥쳤던 일이며 나에게도 일어날 수 있다는 경각심을 체감할 수 있도록 위험 감수성을 높이는 것에서 시작된다. -206쪽

인류가 화재라는 재난에 맞서 어떤 험난한 과정을 거치며 지금에 이르렀는지, 소방의 역사를 바꾼 화재의 원인과 그 참혹함은 어떠했는지, 소방 도구를 처음 발명한 선구자들은 어떤 계기와 동력으로 연구를 계속했는지 등을 탐색하는 《소방의 역사》를 읽다 보면 저절로 화재에 대한 각별한 주의와 안전에 대한 관심을 기울이게 된다. 자신의 집 소화기는 작동 가능한 상태인지, 사무실 빌딩에 설치된 완강기는 어떻게 사용하는 것인지, 건물의 비상구는 어느 쪽으로 나 있는지 등을 눈여겨보고 실제 쓰임을 살펴보는 위험 감수성을 키우게 되는 것이다.

현직 소방관의 집념 어린 탐구의 결실인 《소방의 역사》는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유럽과 미국 그리고 우리나라의 사례, 역사, 경험 등 소방에 관한 ‘거의 모든 것’을 담고 있다. 역사의 빠졌던 한 단면에 대한 풍부하고 성실한 기록인 동시에 현대인의 안전한 삶을 위한 실용 지식을 빼곡히 담은 이 책이 그 목적에 맞게 널리 활용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상품필수 정보

도서명
소방의 역사 (마스크제공)
저자/출판사
송병준 ,부키
크기/전자책용량
152*224*37mm
쪽수
736쪽
제품 구성
상품상세참조
출간일
2024-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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