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커먼즈란 무엇인가』 한디디,
『말을 부수는 말』 이라영 추천! ★★★
“나에게 시골살이란 치열한 저항이다”
도시와 시골의 이분법을 넘어서는 시골살이,
시골에서 싸우며 더 촘촘한 민주주의를 상상하다
“이 책의 힘은 무엇보다 도시-시골의 이분법을 넘어서면서도 시골의 대안적 힘을 실천적으로 발견하고자 하는 저자의 의지에 있다. …… 모순투성이인 시골살이의 구체적 장면들을 재생산하는 음험한 구조적 힘을 드러내고 다양한 이데올로기와 무수하고 복잡한 감정, 더 위태로운 자리에 있는 사람들의 보이지 않는 얼굴과 들리지 않던 목소리를 보이고 들리게 한다.”_한디디(『커먼즈란 무엇인가』의 저자)
“이 책은 치유의 장소도 낙오자들의 도피처도 아닌 시민들이 살아가는 삶의 장소로서의 지역에 대한 정치적 말하기이다.” _이라영(예술사회학자, 『정치적인 식탁』 『말을 부수는 말』의 저자)
정치적 시골살이가 시작된 사연
대도시의 유연한 노동시장 안에서 여성 노동자이자 불안정 노동자로, 또 가난한 활동가로 살던 저자는 더는 자신을 조각내서 판매하는 불안정 임금노동을 지속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게 된다. 그러면서 가난해도 죽거나 다치거나 비참해지지 않고 높은 삶의 질을 누리며 살 방법을 찾아, 어떤 존재도 착취하지 않는 삶의 가능성을 실험해왔다. 자본주의 구조의 가장자리에 있으면서도 자본주의적 삶이 아닌 다른 양식은 경험해보지 못했던 ‘자본주의의 자식’이 자본으로부터 삶의 영역을 조금씩 되찾아오기 위한 시작이었던 셈이다.
소비하기 위해 임금을 버는 노동 말고, 삶을 꾸려가는 데 필요한 기술을 배워 가능한 한 손노동으로 직접 삶의 영역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최소한의 돈으로 존엄한 삶을 유지하는 작지만 본질적인 저항을 한 땀 한 땀 이어갔다. 하지만 직접 생산을 위해 쌓이는 짐과 순환하지 못한 채 배출되는 쓰레기와 먹거리는 도시 구조 안에서는 해결할 수 없었다. 도시에서는 더 이상 실험을 지속할 수 없다는 결론과 함께, 저자는 8년 전 시골의 삶으로 진입했다. ‘자본주의를 떠받치고 있는 “테두리 노동”의 존재들이 자본주의 구조의 바깥을 향한다면?’이라는 질문을 안고, 누구도 착취하지 않는 노동, 나를 직접 부양하는 노동에서 성취를 느끼며 살아가는 길을 찾는 긴 과정에서 다다른 결론이었다. 평생을 도시에서 살아온, 자본주의에 균열을 내고자 하는 ‘자본주의의 자식’은 가능성의 범위를 확장하기 위해 시골로 떠났다.
목차
추천의 글
들어가는 글- 정치적인 시골살이?
1부 불평등과 모욕을 넘어 망하거나 죽지 않고 살 수 있을까?
1.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나홀로 가족 직장인의 일상
2. 시골에서 살기로 하다
3. 돌아갈 곳이 없는 사람이 돌아갈 곳을 찾다
4. 조언들
5. 그래서 가능했던 선택
건너가는 글- 그래서, 시골은 대안이 될 수 있을까?: 시골의 현실 마주하기
2부 연결될 권리: 시골과 이동권
1. 버스와 나: 시골 버스 타고 다닙니다
2. 풍경들: 아는 사람만 탈 수 있는 시골 버스
3. 시골 버스의 사정
4. 시골 버스 문제는 교통 약자들의 문제일 뿐: ‘거리두기’와 저상버스, 능력주의
5. 공공재를 공공이 운영하자는 당연한 요구, 버스공영제
6. 버스 운전 노동자에게 듣다
7. 사람도 휠체어도 다닐 수 없는 길, 보행권을 바랍니다
3부 돌봄에는 장소가 필요하다: 시골과 주거권
1. 존엄한 삶의 기본 조건, 주거권
2. 집을 찾는 사람들의 주거권
3. 아픈 줄도 모르고 나홀로 집에: 고령화된 시골의 건강권
4. 어떤 전기 사용자의 고통과 좌절: 에너지 자립과 주거권
4부 생존권을 넘어 존엄을 지킬 수 있도록: 시골과 경제권
1. 시골의 삶에 맞는 경제권의 재정의가 필요하다
2. 시골에서 더 가난한 여성들
3. 진안군 청년과의 대화: 가난과 희망없음에 대하여
5부 ‘기여’는 어떻게 정치가 될 수 있을까?: 시골의 지역 행정 현실
1. 나의 기여는 돈도, 정치도 되지 못했다
2. 진안군의 출산율 자랑과 지역 의료
3. 군수는 청년정책이 아니라 청년이 문제라고 말했다
4. 기본적이지 않은 농민수당
5. 은행에서 대출받게 해주는 것도 지원입니까?
6부 정치 혹은 민주주의
1. 민주주의를 포기하기 쉬운 시골
2. 이상하고 수상한 이장의 세계
3. 군의원은 어디를 향해야 하는가
나가는 글- 시골에서 다시 꿈꾸는 풀뿌리 민주주의: 민주주의는 좋은 삶을 상상하기가 가능한 일상
저자소개
출판사리뷰
자본주의를 떠받치는 가장자리를 횡단하는 분투기
그러나 집도 차도 소유하지 않은 여성이 혼자, 농사를 업으로 삼지 않은 채 마주한 시골의 얼굴은 가혹했다. 시골에서 8년을 살아오며 저자가 정리한 지금의 시골은 두 단어로 정리된다. ‘정치 실종’과 ‘각자도생’. 시골은 계절의 변화를 체감하고, 작은 마당 텃밭을 일구고, 내 몸에서 나온 똥오줌으로 거름과 퇴비를 만들 수 있는 곳이고 대안을 발굴해낼 수 있는 장소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대중교통 인프라가 심각하게 취약해서 자가운전을 할 수 없는 이는 고립되기 십상이고, 도시보다 뒤처졌다는 감각 때문에 개발 이데올로기가 강력하고, 그래서인지 기후위기, 동물권, 젠더, 인권이라는 주제는 중요하게 취급되지 않는다. 지원금이라는 명목으로 농민/주민에게 빚을 알선하고, 빈집은 많지만 살 집을 구하기는 어렵고, 행정과 정치 현실은 대놓고 뻔뻔한데 막상 당사자인 주민들은 무심하다. 개인이 알아서 살아남아야 하는 시골살이의 현실. 아래를 향해야 하는 정치는 무관심 속에 방치되고 있었다. 도시를 떠받치며 소외, 빈곤, 무기력, 자학, 기회의 박탈이라는 불평등의 결과를 뒤집어쓴 채 사람들이 떠나가고 비워지고 있는 시골에서, 우리는 새로운 정치, 더 나은 삶을 기대할 수 있는 걸까? 도시와 구분되는 ‘치유와 낭만’의 장소도 아니고 ‘실패’의 장소도 아닌, 시민들이 살아가는 삶의 장소로서 시골을 우리는 제대로 들여다본 적이 있던가?
이토록 끈덕진 정치적인 삶
이 책은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시골로 향한 한 사람이 모순투성이 시골의 민낯을 기록한 작업이자, 시골에 뿌리내린 채 시골을 해체하고 새활용해 더 나은 정치를 향해 늦더라도 한 걸음씩 나아가기를 멈추지 않는 지독한 분투기다. 취업 조건에 ‘자가운전’이 쓰여 있고, “시골에서 살려면 면허부터 따야지”라는 말을 딱지가 앉도록 들어야 하는 시골살이에서 악착같이 시골 버스를 타고 다니는 시골 버스 승차 투쟁(?)은 특히 인상적이다. 저자는 “불편하다고 각자 개인적인 방법으로 해결하면 결국 악순환이 되지 않을까요?”라고 대답하며, 자가운전을 강요하는 구조에 순응하지 않고 버스 이용이라는 가시밭길을 고집한다. 그는 버스 이용만 고집하는 게 아니고, 살고 있는 지역의 버스 시스템과 그것을 만들어낸 구조를 파헤치며 시골의 이동권에 대한 입체적 질문을 던지기 시작한다.
시골의 대중교통 이용자는 어떤 사람들인지, 시골의 대중교통 문제를 보편의 문제가 아닌 ‘교통 약자만의’ 문제로 보며 강 건너 불구경하거나 ‘느린 삶’에 대한 예찬으로 넘어가는 인식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아예 논의조차 되기 힘든 보행권의 문제를 짚는다. 나아가 그렇다면 본질적 대안은 무엇인지 제안하고, 이 문제에 접근할 때 놓치기 쉬운 시골 버스 운전 노동자의 목소리를 전한다. 미처 들리지 않을 목소리를 챙기며, 질문을 던지고, 문제를 향해 나아간다. 시골살이는 그에게 너무나 정치적이다. 삶의 문제는 곧 정치이기 때문에.
저자는 시골의 이동권과 함께 시골의 삶 전반을 두드리며 다닌다. 빈집은 널려 있지만 살 만한 집을 구하기는 어려운데도 손 놓고 있는 행정, 주거 에너지의 정의로운 전환을 실천하기 어려운 현실 등 시골의 주거권을 다각적으로 살핀다. 시골의 삶에 맞는 ‘경제권’이 필요하다며 시골의 청년과 여성의 삶을 구체적으로 드러내기도 한다. 군수의 말 한마디에 좌우되거나 지역의 삶을 고민하지 않는 민주주의가 실종된 지역 행정의 현실도 마주한다. 불합리한 이장 제도와 풀뿌리 민주주의의 실현과는 거리가 먼 군의원의 역할도 드러낸다. 저자가 지역 언론의 기자로 취재하며 썼던 이 이야기들은 시골 바깥이 아니라 그 안에서 더 나은 삶을 살아내기 위한 분투 속에서 길어 올린 것이다.
이러니 시골에 사람이 없지!: 더 촘촘한 민주주의를 외치다
낭만을 걷어내고 저자가 직시하는 이상하고 수상한 시골의 얼굴은 결국 왜 지금의 시골이 계속해서 비워지고 있는지를 오롯이 드러낸다. 지금의 시골은 도시와 자본주의를 떠받치는 구조적 불평등에 놓인 장소인 동시에 민주주의가 작동하지 않는 장소다. 이 책은 불평등한 구조와 제도를 바라보게 만드는 동시에, 지금의 시골은 대안이 될 수 없다는 뼈아픈 통찰을 요구한다. 지금 시골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구체적인 삶에 관심을 두지 않기 때문이다. 이대로라면 사람들은 계속 시골을 떠나 도시를 향할 것이다.
그러나 살기 위해 시골에 온 저자는 시골에서 더 촘촘한 민주주의를 상상하자고 제안한다. 시골에 산다면 ‘다 아는 이야기’라거나 ‘철없는 소리’라고 취급당하는 문제를 그는 정색하고 낯설게 지적한다. 시골에서도 배제되는 존재는 없어야 하며, 그것을 지향하는 것이 민주주의이며, 그렇게 하고자 반성하는 마음들이 모이는 것이 민주주의 정치라고 말이다. 여전히 문제인 것은 문제라고 소리 높이고, 바꾸어야 하는 것은 바꾸어야 한다고 끈덕지게 요구한다. 저자는 삶을 굴러가게 하는 “지극히 기본적이고 일상적인 문제를 하나하나 정치적 의제로 올려놓”고 “각종 악습과 구조적 모순을 정면으로 들이받는다”(이라영).
판매를 위한 농업만이 아닌 땅과 함께 살아가는 농업을 고민하고, 농민에게 대출을 알선하고 이자를 지원할 것이 아니라 먹거리와 땅을 지키는 노동에 대한 가치를 수당으로 지급하는 것은 어떠한가. 대중교통과 재생에너지를 공공적으로 운영해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사례가 더 많아진다면 시골에서의 삶은 어떻게 바뀔까. 지금 지역에서 살아가고 있는 청년, 여성, 아이의 다양한 욕구와 욕망에 귀 기울이고, 순환과 연결이 이어지는 탈성장과 탈자본의 출발이 시골이 될 수 있다면 어떨까. 상품 생산만이 아니라 지역에 기여하는 노동을 수행할 수 있는 공간이 시골이라면 어떨까. 외부 자본을 끌어오는 축제, 외부 자본을 끌어오는 개발과 관광산업이 아니라 대안을 향하는 실천 자체가 자원이자 관광산업이 되는 마을의 모습은 어떤가. 지나치게 비대한 군수나 이장의 권한과 권력을 견제하는 주민자치회를 통한 자치권의 행사가 제대로 이루어진다면 어떨까?
이 책은 결국 “다른 존재들과 연결되어 있는 감각을 잃지 않은 사람, 좋은 삶을 상상하는 사람이 자신의 삶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한디디) 책이자, “치유의 장소도 낙오자들의 도피처도 아닌 시민들이 살아가는 삶의 장소로서의 지역에 대한 정치적 말하기”(이라영)이다. 저자의 말하는 대안, 그러니까 “괜찮은 삶을 더불어 누리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만드는 가능성”을 포기하지 않은 시민, 더 나은 정치, 더 좋은 삶과 노동을 상상하기를 멈추지 않겠다 다짐한 독자들에게 일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