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2020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작품 활동을 시작한 시인 김동균이 등단 5년 만에 첫 번째 시집 『재재소소』를 출간했다. 신춘문예 당선 당시 “일상을 이야기로 벼리고 여기에 재기를 담아 삶에 대한 일반적 인식을 흔드는 힘을 지니고 있는 작품”이라는 평을 받으며 인상 깊은 시작을 알렸던 시인은, 그동안 발표해온 59편의 시를 첫 시집에 담았다. 일상을 자기만의 인식과 문법으로 재구성하며, 일상의 새로운 전개도를 완성하는 이번 시집은, 과도한 수사나 명징한 사유에 기대지 않고 끊임없는 관찰과 반복으로 일구어낸 새로운 리듬감을 선보인다. 실생활을 감싸고 있던 시간과 공간을 교묘하게 변주하며 마침내 낯선 풍경으로 환원하는 시인의 시는 우리가 동시에 느끼던 것을 함께 곱씹고, 그 후로 새롭게 펼쳐지는 장면에서 각자의 반경으로 헤어지는 일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해설을 쓴 이수명 시인은 “김동균의 시는 존재성과 형식성과 외재성의 동력에 힘입어 폭넓게 전개되고”있다고 이야기한다. 「금붕어」라는 동명의 세 편의 시를 토대로 읽어낸 시인의 시가 어디에서 어떻게 추동하는지, 어떤 형태로 나아가는지 알 수 있는 중요한 매뉴얼이 되기도 한다.
목차
1부 오보에 다모레
좋은 아침 15
티셔츠 16
검은 얼음 17
우유를 따르는 사람 18
이조악기 20
꽃집에 대해서 22
스완지 스티커 24
케이지 26
이유가 있었다 28
우리가 함께 썼던 작은 개 30
새로운 날 32
또 푸른 불이 점화되고 있었다 34
하와이 35
우리가 게임을 36
2부 금붕어는 케이크 전문점
세수 41
금붕어 42
경주 44
금붕어 46
금붕어 47
물살 49
청사로 들어간 사람 50
실생활 52
경험 54
껌과 과일 56
점차 빠른 속도 58
종활 60
짐 62
이전에는 그냥 따라가면 되었다 64
하나와 나사 66
홀케이크 69
3부 푸성귀가 없는 쪽
한 개의 큐브 73
두 개의 큐브 74
화원으로 75
어느 날부터 76
종이집 78
돌담에 있었다 80
도슨트 82
네트 84
계단을 고치면 되었다 86
새가 필요해서 88
버섯이 왔다 90
세 개로 이어지는 큐브 91
휘슬 92
꿈에 95
유리들 96
4부 세검정으로 간다
트랙 101
드라이브 102
리듬 잔치에서 네가 103
빛 없이 있던 것 106
명과집 108
푸드트럭이 달려오고 있었다 109
조제기 110
애니메이션 112
일본장미 113
다회 114
제조기 116
작업 118
말벗 120
화분 121
해설|금붕어 이야기 - 이수명 127
저자소개
출판사리뷰
끊임없이 이동하는 생활을 타고
새로운 리듬에 도착하는 시
2020년 《동아일보》로 등단한 시인 김동균의 첫 시집
등단작 「우유를 따르는 사람」으로 김혜순 시인, 조강석 평론가로부터 “일상을 이야기로 벼리고 여기에 재기를 담아 삶에 대한 일반적 인식을 흔드는 힘을 지니고 있는 작품”이라는 평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시인 김동균의 첫 시집 『재재소소』가 출간되었다. 등단 5년 만에 펴내는 이번 시집은 ‘이곳저곳 또는 여기저기’라는 뜻을 가진 제목처럼, 시 안에서 끊임없이 움직이고 이동하는 시인의 언어를 따라 생활이라는 반복이 재편된다. 시인의 시에는 과도한 수사나 미문에 기대지 않고 생활의 규칙을 집요하게 관찰한 뒤, 그 사이를 비집고 들어서는 리듬으로 변주하는 시인의 시선이 돋보인다. 생활이라는 견고했던 흐름을 뒤바꾸는 시인의 존재를 호명하는 방식은 마침내 한 권의 새로운 리듬으로 탄생한다.
총 4부로 구성된 이번 시집에는 59편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서로 맞닿아 있지 않지만 하나로 이어지는 듯한 인상을 준다. 이번 시집에서 주로 등장하는 일상의 공간들은 장소에 지나지 않고 일련의 ‘사건’처럼 전개되며 새로운 풍경으로 도약한다. 흐름이나 방향, 속도와 같이 눈으로 볼 수 없으나 삶을 구성해온 구두점을 불러와 평면적이던 삶에 높이와 깊이, 부피와 흐름을 부여하며 임체감을 더한다. 시인 김동균이 시를 시작하는 지점에는 어떤 존재에 대한 관찰과 파악, 그리고 그 존재와 함께 드리우는 주변에 대한 헤아림, 그리고 평범한 풍경을 새롭게 뒤바꾸는 작은 속삭임에 대한 귀 기울임에 있다. 생활이라는 틀에 고립되지 않고, 이와 같은 존재들과 함께 시편을 건넌다. 한 편의 시에서 다른 한 편의 시로 가는 간격은 넓지 않다. 김동균 시인의 시집 읽기는 새로운 보폭으로 이어진 징검돌을 건너는 일이 된다. 이 엇박자같이 비틀린 흐름을 느끼며 정형화되었던 생활의 인식을 낯설게 뒤바꾸는 체험이 바로 『재재소소』를 읽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잊지 말고 가장 늦게 도착하기로 한다”
실생활에서 종활까지로의 여정
이번 시집에서 자주 등장하는 시어는 ‘도착한다’라는 동사인데, 이는 시인이 시 안에서 끊임없이 움직이고 이동하고 있다는 뜻임과 동시에, 어떤 ‘기다림’을 종결하는 시인의 태도가 담겨 있기도 하다. 베란다, 꽃집, 빵집, 도서관, 방, 산책로, 돌담, 테니스 코트 등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공간성을 하나의 시적 사건으로 만드는 데에는 이렇듯 화자의 움직임과 화자가 바라보는 풍경의 움직임이 미묘하게 어긋나기 시작하면서부터이다. 계단을 고치거나 의자를 옮기는 일, 티셔츠에 그려진 바이크가 쏟아지거나 누군가에게 운동장을 나눠주는 일처럼, 불가능한 일을 아주 쉽고 간단히 다루는 시인의 세밀하고 견고한 시선에서 마침내 우리는 새로운 일상의 흐름에 ‘도착한다’.
머물렀다 금세 떠나기도 하는 푸드트럭, 베란다를 자꾸 서성이는 사람, 도착한 곳에서부터 꽃집이 시작된다고 말하게 되는 거리 등 시작과 끝이 언제나 동반되어 있는 공간성은, 시인이 시의 제목으로도 이야기하는 ‘실생활’과 ‘종활’의 여정을 그리는 데 성공한다. 자유자재로 전복되는 일상의 개념들은 시인의 새로운 리듬을 탄생하는 데 중요한 바탕이 된다. “잊지 말고 가장 늦게 도착하기로 한” 화자가 있었기에 계속해서 겨눌 수 있는 실생활의 풍경이기도 하다.
시인 이수명은 해설 「금붕어 이야기」를 통해 시집에 수록된 세 편의 동명 시 「금붕어」를 각각 존재성, 형식성, 외재성으로 읽어내며 시인의 시집 입구에서 각별하게 헤아려보아도 좋을 이야기를 전한다. “김동균의 세 금붕어 시들은 사실 어떤 진행도, 단계도, 변증법도 아니다. 이 시들이 보여주는 것 같은, 일종의 삼각 편대 안에서 그의 문학은 움직이고 있다. 사물에 대한 깊은 응시와 동행(존재성), 이를 언어로 이동시키는 일(형식성), 언어의 독자적 비행(외재성)이라는 편대 말이다. 우선 사물의 존재성에 대한 이해와 동행은 압축된 페이소스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라고 언급한다.
일상이라는 견고한 반복을 도착하면 다시 떠나게 될지도 모르는 불연속으로 뒤바꾸는 시인의 새로운 리듬은, 독자들에게 새로운 길을 내어줄지도 모른다. 어디에나 갈 수 있으며 또 어디에도 없을 수 있다는 시인의 작은 분주함을 따라 가보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