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역사를 되돌아보면 수많은 전쟁이 있었다. 종교전쟁, 정치·이념전쟁, 국토전쟁 등, 인간들의 오욕칠정에 충실했던 삶들이 발발시켰을 것이다. 약자는 죽고 강자가 살아남아 인류 역사를 만들어가며 지금에 이르렀으리라. 가해자는 누구이며 피해자는 또 누구였던가? 해답을 찾을 수 없는 미스터리(mystery)한 인간사(人間事)다. 이러한 인간 삶의 파편들 때문에 인간사에는 항상 다툼이 도사리고 있었고 갈등의 무리들이 인간들의 삶을 에워싸고 있어 날마다 지구촌은 시끄럽기 짝이 없다. 사람들의 불안한 웅성거림은 좌절과 포기를 유발하고 시시때때로 공동체를 교란시키고 있다. 그러므로 한 개인의 불안과 고통은 간과할 일이 아니다. 불안과 고통을 동반한 사람들이 늘어날수록 ‘희망 없는 사회, 지붕 없는 국가’로 전락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개인의 여유와 평안은 행복이며, 나아가 인류의 평화를 가져올 수 있다.
어떤 것들은/ 상상 그대로가 좋다.// 어떤 것들은/ 굳이 알려고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어떤 것들은/ 진실을 꼭 확인하지 않아도 된다.// 어떤 것들은/ 그냥 그대로 두는 것도 좋다.// 어떤 것들은/ 정처 없이 흘러가도록 무심한 것도 좋다.// 어떤 것들은/ 힘들더라도 수용하며 아량을 베푸는 것도 좋다.// 그 어떤 것들에 의한/ 인생의 여유로움/ 내 안의 평안이며/ 인류의 평화이다.// - 「관용」 전문
이영숙 시인의「관용」은 침묵의 면모를 유감없이 과시한다. 인내라고 할 수 있는 “어떤 것들은/ 힘들더라도 수용하는 아량을”이라고 하여, 고뇌를 반영하기도 한다. 시에서의 이러한 말법은 자칫 전달 속에 타자에게는 불편함이 될 수 있는데도 제목을 잘 선택해서 ‘관용’의 이미지를 드러나게 했다. 적절한 표현과 묘사의 묘(妙)가 있다. - 박미정 (문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