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몽골제국사 연구의 대칸, 서울대학교 김호동 명예교수
칭기스 칸과 그 후예들의 전설을 다시 쓰다
중앙유라시아 역사 분야에서 독보적인 업적을 인정받는 서울대학교 김호동 교수가 세계 최초의 세계사 『집사』의 세계 최초 축약본인 『몽골제국 연대기』를 완성했다. 1980년대 초 하버드대학교 유학 당시에 페르시아 원전을 처음 읽은 그는, 일 칸국의 재상 라시드 앗 딘이 쓴 이 책을 통해 당대 몽골제국 세계의 공기와 분위기를 생생하게 전달받을 수 있었다고 한다. 13세기에 몽골 기마군단이 말을 달리기 시작하자 동서양은 다시는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을 만큼 가까워졌다. 흔히 ‘최초의 세계사’라고 일컫는 『집사』는 그 결합과 연결의 결과물이다.
김호동 교수는 몽골 초원과 실크로드, 중국의 역사는 물론 페르시아와 아라비아, 인도와 동남아시아, 한국과 일본, 아르메니아와 조지아, 폴란드와 헝가리, 러시아와 비잔티움까지 모두 포괄하는 『집사』의 내용을 요약하고 압축하여 다시 한 권의 책을 완성했다.
『몽골제국 연대기』는 모두 합쳐 5권, 2246쪽에 달하는 『라시드 앗 딘의 집사』를 제국의 등장과 팽창, 완성 과정을 중심으로 한 권으로 요약한 축약본이다. 거기에 몽골제국 황금씨족 및 4대 울루스 군주별 계보도, 제국의 확장 과정과 주요 사건에 대한 상세 지도 등을 추가하여 역사책 읽기의 즐거움을 배가하였다. “라시드 앗 딘의 『집사』를 처음 읽은 날로부터 벌써 40년이 흘렀다. 이 책은 여전히 나를 몽골제국의 역사로 끌고 간다”라는 김호동 교수의 안내를 따라 중앙유라시아의 초원으로 역사 여행을 떠나자.
목차
『몽골제국 연대기』 서문
일러두기
프롤로그
제1편 칭기스 칸, 태동하는 제국
제1장 열조의 시대
제2장 칭기스 칸의 전반생
제3장 대외 원정과 제국의 팽창
제2편 세계제국의 탄생
제1장 우구데이 카안의 세계 정복전
제2장 단명한 구육의 치세
제3장 뭉케의 혁명과 집권
제3편 쿠빌라이 카안의 시대
제1장 즉위와 내전
제2장 계속되는 도전
제3장 카안 울루스의 완성과 통치
제4장 후계자 테무르 카안
에필로그
시각자료 출처
참고 문헌
인명 찾아보기
저자소개
출판사리뷰
세계사의 시작을 알고자 한다면 몽골제국의 역사를 보아라
그것을 올바르게 알고자 한다면 『집사』에서 시작하라
몽골제국은 지난 수천 년간 인류 역사의 주된 무대였던 유라시아 대륙에서 가장 광대한 영토를 정복하고 통치한 제국이었다. 13세기 초부터 14세기 후반에 이르기까지 거의 두 세기에 걸친 제법 긴 기간 동안 몽골제국의 직접적인 지배 혹은 간접적인 영향에서 자유로운 집단은 거의 없었다. 한반도의 고려 왕조 역시 1260년경부터 그 지배 아래에 들어갔고 100년이 지난 뒤에야 비로소 그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몽골제국의 출현과 지배가 세계사적인 대사건이었음은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그런데 근대로 들어와 유럽을 세계사의 주인공으로 인식하고 서술하는 역사관이 자리 잡으면서 유럽 이외 지역의 역사는 올바른 평가를 받지 못했다. 아시아 여러 나라와 민족은 인류 역사를 발전시킬 만한 힘을 갖지 못했기 때문에 그 역사는 정체될 수밖에 없었다는 낙인이 찍혔다. 반면 그리스·로마가 이룩한 눈부신 성취의 횃불을 이어받은 유럽인들은 대항해의 시대에 세계 각지를 식민지로 만들었고, 이때 와서야 비유럽 세계는 비로소 인류 역사의 본류에 동참할 수 있게 되었다고 평가받았다. 이러한 유럽 중심의 역사관은 19세기 이래 크게 유행했던 마르크스주의적 유물 사관이건, 혹은 그것을 비판했던 베버주의적 역사 이론이건, 모두에게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변하지 않는 입장이었다.
유럽을 역사의 중심에 놓으려는 이러한 흐름 속에서 몽골제국의 역사가 올바른 평가를 받을 리 만무했다. 몽골제국은 유럽이 지향했던 휴머니즘과 계몽주의, 자유와 평등과 민주 같은 가치와는 정면으로 배치되는, 학살과 파괴의 화신이었고 전제와 혼란이 횡행하는 시대를 불러온 장본인으로 묘사되었다. 칭기스 칸은 아틸라의 뒤를 이어 ‘신의 채찍(Scourge of God)’으로 불렸고, 러시아는 오랜 세월 ‘타타르의 멍에(Tatar Yoke)’로 신음하면서 그 역사가 왜곡되고 마침내 소비에트 전체주의로 갈 수밖에 없었다고 여겼다.
20세기 전반에 양차 세계대전의 발발과 그것이 가져온 파괴는 이러한 서구 중심의 역사관을 근본부터 뒤흔들어 놓았고, 그 반작용으로 서구·비서구 사회를 모두 아우르는 통합적인 역사 인식의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세계사의 발전에 대한 새로운 인식은 몽골제국사를 바라보는 관점에도 중대한 변화들을 일으켰다. 지금까지 파괴와 학살이라는 어두운 색조가 캔버스를 뒤덮었다면 이제는 과도하게 칠해진 그 음영들이 조금씩 벗겨지면서, 그 아래에 가려져 있던 새로운 무늬들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유라시아의 여러 민족과 국가들이 몽골제국이라는 거대한 수레바퀴와 함께 엉켜서 돌아가면서, 그 전까지는 알지 못했던 지리적으로 먼 외부 세계와의 접촉과 교류가 가능하게 되었고, 이는 곧 근대적인 세계관의 확립으로 연결되었다.
역사 일반에 대한 이 같은 새로운 접근 방식, 특히 몽골제국사에 대한 새로운 이해가 강조되면서, 서아시아를 지배하던 몽골제국의 재상인 라시드 앗 딘이 14세기 초에 편찬한 『집사』가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집사』를 두고 많은 학자들은 역사상 ‘최초의 세계사’라는 별명을 붙여주었다. 이 말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13세기 초 칭기스 칸의 제국이 탄생한 이후 14세기 후반 여러 지역을 지배하던 몽골의 정권들이 분열하고 붕괴할 때까지, 몽골제국의 역사는 그 자체로 이미 세계사였다. 몽골인들이 추진한 수많은 정복 전쟁들, 외교적 교섭과 사신들의 방문, 경제적 교류와 상인들의 활동, 종교의 확산과 선교사들의 왕래 등은 지구상의 수많은 지역을 하나의 네트워크에 연결시켰다. 그것은 13~14세기의 유라시아를 정치·문화적으로 연결시킨 ‘몽골웹(Mongol Web)’이었다. 『집사』는 바로 이 몽골웹이 포괄하는 제국 전역을 서술의 대상으로 삼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13~14세기 세계사의 핵심이자 기축이었던 몽골제국의 역사를 올바로 이해하기를 원하는 사람이 있다면 누구라도 『집사』에서부터 출발하지 않으면 안 된다.
20년에 걸친 『집사』 번역의 길 끝에
몽골제국의 대서사시를 한국어로 모두 옮기다
13세기에 칭기스 칸과 그의 후예들은 당대 알려진 거의 모든 세계를 손에 넣었다. 몽골의 기마 병사들은 질풍처럼 달려서 전 세계를 정복, 역사상 존재한 적 없는 거대한 제국을 이룩했다. 세계제국의 출현은 현대의 우리뿐 아니라 당대인들에게도 놀라운 역사적 사건이었다. 당대에 이미 수많은 나라와 민족들이 몽골제국의 흥기와 팽창 과정을 각기 자기들의 언어와 문자로 기록했다(몽골, 중국, 이란, 러시아, 고려, 인도, 이집트, 그 밖에 유럽 여러 나라). 저 멀리 캅카스 산중의 주민들도 몽골의 공격을 받은 충격을 책에 기록했을 정도였다. 그리고 새로운 세기가 시작된 1300년대 초, 칭기스 칸의 후예인 훌레구 울루스의 가잔 칸은 재상 라시드 앗 딘에게 “세상에 단 하나뿐인 책”을 만들라고 명령했다. 그것이 바로 ‘연대기의 집대성’이라는 제목이 달린 『집사』다. 라시드 앗 딘은 몽골 초원과 실크로드, 중국의 역사는 물론 페르시아와 아라비아, 인도와 동남아시아, 한국과 일본, 아르메니아와 조지아, 폴란드와 헝가리, 그리고 러시아와 비잔티움까지, 몽골제국 기마 군단의 발길이 닿았던 전 세계의 역사를 모두 모아 세계제국 몽골의 역사를 완성했다. 이처럼 유라시아 대륙의 거의 모든 나라와 민족의 역사를 망라하여 서술한 대규모의 저술은 그때까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기에, 오늘날 우리는 『집사』를 ‘최초의 세계사’라고 부르고 있다.
2023년 봄, 서울대학교 김호동 명예교수는 20년간 이어온 집사 번역 작업의 마침표를 찍었다. 월드컵 4강 신화의 열기가 아직 꺼지지 않은 2002년 9월 제1권 『부족지』를 출간하며 시작된 작업은 20년이 훌쩍 지난 2023년 3월 제5권 『이슬람의 제왕』 출간으로 일단락되었다. 미국과 러시아에 이어 세계 세 번째로 번역된 한국어판 『집사』는 라시드 앗 딘 생전에 필사되어 지금은 이스탄불 톱카프도서관에 소장되어 있는 Revan Kosku 1518을 저본으로 삼고, 그 내용을 타슈켄트 알 비루니연구소에 소장된 no.1620과 대조했다. 또한 테헤란에 있는 이란 국민의회도서관에 소장된 no.2294 사본, 런던의 영국박물관에 소장된 Add.7628 사본, 톱카프도서관의 Bagdat Kosku 282 사본, 파리의 프랑스국립도서관에 소장된 Supplement Persan 1113 사본 등 모두 여섯 종의 사본을 대조·검토하였다. 이 밖에도 1957년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출간된 러시아 학자들의 교감본, 1995년 이란의 테헤란에서 출간된 무함마드 로샨의 교감본, 1940년에 출간된 얀의 교감본 등을 참고하여 보충하였다. 이러한 과정을 통하여 앞서 번역된 영어판과 러시아판의 오류를 바로 잡았음은 물론이고 가장 최신의 몽골제국사 연구 성과까지 반영한, 그야말로 세계 최고의 『집사』 번역본이 탄생했다. 전 세계 학계를 통틀어 가장 뛰어난 자료가 한국어로 완성되었다는 사실은 학계의 경사요, 한국 출판계의 자랑이다. 이와 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김호동 교수는 『The Cambridge History of the Mongol Empire(케임브리지 몽골제국사)』의 대표 저자를 맡기도 했다.
지중해에서 동해까지 동서양을 포괄하는 광활한 역사를
석학의 손으로 한 권에 옮기다
그러나 모두 합쳐 5권, 2246쪽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은 독자를 주눅 들게 만들었다. 이에 김호동 교수는 집사 전권의 완간과 동시에 새로운 버전의 『집사』 집필을 시작하였으니, 그 결과물이 바로 『몽골제국 연대기』다. 김호동 교수는 일찍이 대학 학부와 대학원 시절에 아널드 토인비의 『역사의 연구』, 이븐 할둔의 『역사서설』 같은 대저를 완역본이 아닌 축약본을 통해서 먼저 접했던 기억을 떠올렸다. 그로부터 자신도 방대한 분량과 전문적 내용에 질리지 않으면서도 교양 독서인들에게 원서의 감동과 희열을 전달하는 동시에, 초보 전문가들에게는 원서 전체로 나아가게 하는 징검다리 역할을 하는 축약본을 집필해야겠다고 결심했다.
그 결과 “한 권으로 읽는 집사”라고 부를 수 있는 이 책 『몽골제국 연대기』는 『집사』의 내용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축약본인 동시에, 그것을 세세하게 이해시키는 계보도, 지도, 사진 등을 더한 완성본으로 출간되었다. 김호동 교수는 칭기스 칸과 그의 후예들이 몽골 고원을 통일하고 계속 세력을 확장하여, 마침내 동쪽 끝 고려와 서쪽 끝 콘스탄티노폴리스를 연결한 세계 제국을 완성해나가는 과정을 이 책에 소설처럼 펼친다. 400여 쪽 분량으로 줄어든 이야기에 지도와 계보도, 사진 등 풍성한 시각 자료를 더한 『몽골제국 연대기』는 몽골제국의 역사를 읽는 사람들의 손을 영원히 떠나지 않을 “단 한 권의 책”이 될 것이다.
『몽골제국 연대기』가 제기하는 또 하나의 문제의식:
역사 편찬의 목적
『집사』의 집필 배경에 있는 가잔 칸은 피폐해가던 훌레구 울루스(일 칸국)의 경제를 회복하고 몽골의 정치·사회적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해서 개혁을 추진했다. 이를 위해 칭기스 칸을 위시한 조상들이 어떤 과정을 통해 몽골제국을 건설했는지, 또 훌레구가 서아시아를 정복한 이래 자신에게 이르기까지 통치의 정통성이 어떻게 확립되었는지 등의 사실을 분명히 천명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가 라시드 앗 딘에게 『몽골제국사』의 편찬을 지시한 것은 바로 이러한 의도에서였다. “각 시대의 좋고 나쁘고 중요한 사건들을 묘사하여 후손들에게 귀감이 되게 하고, 지나간 시대의 정황을 다가올 시대에 알리며, 그렇게 함으로써 유명한 군주나 강력한 국왕들에 관한 설명이 시대의 페이지 위에 영원히 남도록 하는 것이 바로 학자의 임무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사건과 사실들은 시간의 경과와 시대의 흐름에 따라 사라져버리고 말 것이다”(21쪽)라는 라시드 앗 딘의 편찬사에도 이와 같은 역사 편찬의 목적이 잘 드러난다.
이처럼 ‘역사’란 많은 경우 국가의 정당성을 확립하고 민족의 정체성을 구성하려는 목적으로 기록되고 전승된다. 그 목적만을 강하게 이념화하다가 수많은 문제를 초래한 것도 사실이다. 그로부터 ‘국사’나 ‘민족사’를 초월하는 ‘세계사’, ‘지역사’, ‘환경사’ 같은 주제가 제기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대한민국에서 ‘역사’는 이상한 곳을 바라보며 잘못 쓰이고 있다. ‘국가’의 최핵심인 정부가 스스로 일본 제국주의에 의한 강제 침략을 ‘정당한 지배와 동화’로 설명하고 독립/해방/광복을 ‘분리’로 정의하며 국가의 정당성과 민족의 정체성을 완전히 무력화시키려는 장면을 바라보며, 가잔이 『집사』를 통하여 이루고자 했던 역사의 목적을 다시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