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현대판 김정호’로 불리는
신정일의 서해랑길 문화역사 답사기
‘우리땅걷기’ 대표로 걷기 여행을 선도하고 있는 문화사학자 신정일이 『해파랑길 인문 기행』에 이어 『서해랑길 인문 기행』을 출간했다. 서해랑길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추진하고 있는 코리아둘레길 사업으로 해파랑길과 남파랑길에 이어 2022년 6월 세 번째 걷기 여행길로 개통되었다. 전남 해남에서 시작해 인천 강화를 연결하는 103개 코스, 1,800km의 최장거리를 자랑하는 서해랑길에서는 ‘서쪽(西) 바다(海)와 함께(랑) 걷는 길’이란 이름의 뜻과 같이 드넓은 갯벌과 서해의 찬란한 일몰을 만날 수 있다. 그와 더불어 서해 곳곳에 새겨진 우리나라 문화역사의 현장들도 마주할 수 있는데 이순신 장군의 명성을 드높인 명량대첩의 울돌목과 일제의 가옥이 서 있는 군산이 그러하고, 「자화상」을 쓴 서정주 시인의 생가와 여류 시인 설도의 이름이 떠오르는 설도항이 그러하다.
『서해랑길 인문 기행』은 2014년 저자 신정일이 서해 바닷가 길을 걸으며 찍고, 기록한 사진과 글을 그러모은 답사기다. 서해랑길이 2022년 개통되었으니, 아직 서해랑길이 생기기 전에 그 길을 미리 닦아놓은 셈이다. ‘내가 살고 있는 이 나라의 속살을 더 깊이, 넓고 자세히 보고 싶다’는 마음에서 걷기 시작했던 여정이 한 집에 2~3대의 차를 가졌다는 주차(車)간산의 시대에도 많은 사람의 호응을 얻는다. 천천히 걷다가 만나는 명승지와 그곳에 남아 있는 우리 문화역사 이야기가 흥미롭기 때문일 것이다. 긴 코스를 걷고 걷는 서해랑길 여정에 모르고 지나칠 수 있는 이야기가 너무 많다. 또 남은 길이 멀다 느껴지는 순간도 많다. 그때마다 『서해랑길 인문 기행』이 이야기꾼이자 길잡이가 되어 함께할 것이다.
목차
프롤로그 008
1장 서해랑길 첫 번째 구간
강화로 가기 위해 서해랑길의 시작, 해남 땅끝에 서다 016
명량해협을 지나며 시작되는 진도 027
다시 해남으로 접어들어 해남 땅을 걷다 047
월출산을 바라보며 걷는 영암 서해랑길 053
유달산을 오른 뒤 무안으로 향하는 서해랑길 060
목포를 감싼 무안군의 서해랑길 071
천사(1,004)의 섬, 신안의 섬들을 걷다 083
함평천지를 부르며 걷는 서해랑길 096
칠산바다를 보며 영광의 백수해안도로를 걷다 100
2장 서해랑길 두 번째 구간
고인돌과 갯벌의 고장 고창 118
변산마실길을 지나는 부안 서해랑길 141
지평선이 보이는 김제를 새만금을 보면서 걷다 170
근대와 현대가 어우러진 군산의 서해랑길 177
3장 서해랑길 세 번째 구간
산 열리고 들 넓으니 푸른 하늘 나지막한 서천군 192
땅이 다함에 창망한 바다와 면한 보령시 204
서산 방조제를 걷는 서해랑길 218
포구에서 포구로 이어지는 태안반도 225
가로림만을 건너서 걷는 서산 서해랑길 238
동쪽에서 해가 뜨고 서쪽으로 해가 지는 당진 왜목마을 243
공세리성당이 있는 아산의 서해랑길 250
4장 서해랑길 네 번째 구간
경기도의 초입 평택시 256
화성 마산포에 남은 대원군의 발자취 262
시화방조제를 지나다 271
서해랑길은 인천시에 이르다 276
강화해협을 건너 서해랑길의 끝 평화공원으로 가는 길 287
저자소개
출판사리뷰
서해 바닷가 길을 따라
만나는 우리나라 역사의 현장
『서해랑길 인문 기행』은 해남 땅끝탑에서 시작해 인천 강화까지 닿는 여정을 총 4장으로 구성하였다. 13개의 서해랑길 코스를 걸으며 닿는 마을마다 품은 역사와 설화가 무궁하다. 서해랑길이 시작되는 강화에서는 진도와 해남 사이에 유리병의 목처럼 갑자기 좁아진다 하여 ‘울돌목’이라고 부르는 바닷길이 있다. 명량대첩 당시 이순신 장군이 조류의 세기를 이용하여 12척의 배로 133척의 왜선을 물리친 현장이다. 서천군에서는 백제 시대 탑으로 소문난 ‘비인리 오층석탑’을 만날 수 있다. 몇 기 남아 있지 않은 백제 문화재 중 하나인 오층석탑이 마을 귀퉁이에 쓸쓸히 서 있는 모습을 보면, 백제가 받은 수난의 시간이 어렴풋이 가늠된다. 걷기를 멈추지 않고, 경기도 평택시에 들어서면 그 유명한 ‘원효대사 해골바가지’ 설화가 탄생한 포승면 원지리의 수도사에 닿는다. 해골바가지 속 물을 통해 ‘모든 일이 마음먹기에 달려 있다’ 말한 원효대사의 지혜를 기억하며 서해랑길의 마지막 코스가 되는 강화도까지 걷는다. 강화도의 초지진은 조선 중기 해상으로 침입하는 적을 막기 위해 구축한 것으로, 19세기 후반 미국과 일본의 침략에 맞서 싸운 전적지다. 이 진지에는 프랑스와의 병인양요, 미국과의 신미양요 등 나라를 지키기 위해 벌인 전투와 희생된 이들의 이야기가 있다.
드넓은 갯벌과 일몰,
서해랑길이기에 볼 수 있는 풍광
서해에서 지나칠 수 없는 것이 갯벌과 염전 그리고 그곳에서 나는 바다생물들이다. 서해랑길 여정 중에 있는 신안은 수많은 섬으로 이루어졌다. 신안의 섬 중 증도는 때 묻지 않은 천혜의 자연환경을 갖춘 섬이다. 증도를 걷다 보면 태평염전을 만날 수 있는데, 매년 15,000t의 천일염을 생산하는 태평염전은 그 규모가 단일 염전으로는 전국 최대 크기로 462m²의 거대한 소금밭을 자랑한다. 또 서해랑길과 변산마실길을 함께 품은 부안에서는 일몰이 아름다운 솔섬을 만난다. 외딴 섬에 자란 소나무와 섬 너머로 보이는 등대가 지는 해에 그림자를 드리우면, 황홀경을 경험할 수 있다. 특별히 서해에서는 만조에 창창한 바다였던 곳이 간조에 걸을 수 있는 땅이 되는 놀라운 자연의 신비를 만날 수 있는데, 대표적으로 화성의 제부도가 있다. 말 그대로 ‘모세의 기적’이 일어나는 제부도는 길이 잘 조성되어 있어 간조가 되면 많은 차와 사람이 드나든다. 제부도에서 보는 일몰 또한 ‘제부낙조’라 하여 화성팔경의 하나로 꼽힌다.
‘우리의 도시나 그 주변에는 보기는커녕 들은 적조차 없는 명소들이 많이 산재해 있다.’
소 플리니우스가 남긴 글처럼 우리는 우리의 도시 주변에 있는 명승지와 그곳의 많은 이야기를 놓치고 있다. 걸으며 만나는 서해의 풍광과 이야기는 지친 다리를 다시 일으킬 만큼 가치 있다. 분주한 일상을 잠시 미뤄두고 잠시 떠나고 싶다면, 이번에는 비행기도 차도 아닌 두 다리를 디디며 『서해랑길 인문 기행』을 들고 서해랑길 여정에 올라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