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세계를 변화시키는 페미니즘의 열정으로
포스트휴먼 시대의 ‘곤경’에 맞서라!
비판적 포스트휴머니즘 3부작의 완결편이자
포스트휴먼의 현재와 미래를 위한 이론적 항해 도구
“페미니즘의 의제는 진정 현재에 있지만 여전히 완수되지 않았고,
진정 과거의 일이지만 실제적이고 지속가능한 미래가 되기 위해 애쓰는 현재에 너무도 유효하다. 소진되지 않은 채 언제든 몸을 불태워 다시 살아나려 하면서 페미니즘은 계속된다, 어떤 다른 이름으로 불릴지라도.”
가부장제와 남성 우월주의에 맞선 페미니스트의 투쟁이 세계 전역에서 매우 거세다. 바야흐로 페미니즘의 시대다. 실제로 페미니즘은 다양한 사회운동과 정치적 전통에서 더 나은 미래를 위한 변혁의 힘을 제공해왔다. 그럼에도 주류 포스트휴먼 학계는 지금까지 페미니즘 이론을 소홀히 다뤘다. 현대 페미니즘 철학과 포스트휴먼 분야의 비판적 연구자로 명성을 쌓아온 로지 브라이도티는 신자유주의와 테크놀로지가 결합하는 시대의 ‘곤경’에 맞서기 위하여 비판적 포스트휴먼 사상에 중요한 자원을 제공했던 다양한 페미니즘들의 역사를 돌아보고 ‘포스트휴먼 페미니즘’을 주창한다. ‘포스트휴먼 페미니즘’은 성차별, 인종차별, 생태 파괴,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 등 페미니스트 정치 주체들이 처한 제약을 깊이 들여다보는 동시에 불의에 맞서는 이들의 잠재력을 새롭게 조명한다.
『포스트휴먼 페미니즘』은 비판적 포스트휴머니즘 3부작의 완결편이다. 현대 페미니즘 철학과 여성학의 개척자 브라이도티는 2013년 출간한 『포스트휴먼』에서 우리 시대를 포스트휴먼 시대로 규정하고 포스트휴먼적 상황으로의 전환을 자세히 살폈으며, 『포스트휴먼 지식』(2019)에서는 인지 자본주의와 그 속에서 생산되는 지식의 양태와 권력의 작용, 주체의 형성에 집중하여 포스트휴먼 시대의 정치적, 경제적 조건을 살핀 바 있다. 이 책은 앞선 두 책의 내용을 바탕으로 하되 그것을 확장하면서, 포스트휴먼 이론을 관통하고 또 함께하는 사유로서 페미니즘에 어떤 결과가 생겨날지를 탐색한다.
목차
감사의 말
서론: 페미니즘, 어떤 다른 이름으로도
1부 비판으로서의 포스트휴먼 페미니즘
1장 페미니즘은 휴머니즘(에 불과한 것)이 아니다
2장 포스트휴먼 페미니즘의 비판적 칼날
3장 인류를 탈중심화하기: 다시 보는 에코페미니즘
2부 창조로서의 포스트휴먼 페미니즘
4장 신유물론과 육체 경험론
5장 테크노바디: 유전자 편집과 젠더 편집
6장 젠더를 넘어서는 섹슈얼리티: 천 개의 작은 섹스들
7장 뛰쳐나가고 싶어!
에필로그: “제대로 살아보자!”
주석
참고문헌
옮긴이 해제: 페미니즘과 포스트휴먼을 잇기
찾아보기
저자소개
출판사리뷰
포스트휴먼으로의 전환에 선구자, 페미니즘
페미니즘과 포스트휴머니즘 사이에 다리 놓기
“이 책에서 나는 내게 너무나 중요한 두 가지 ‘이즘’, 즉 페미니즘과 포스트휴머니즘 사이의 깊은 중첩 관계를 따져보려 한다. 이 책의 요지는 주류 포스트휴머니즘 연구가 페미니즘 이론을 등한시했다는 이야기다. 사실 페미니즘 이론은 포스트휴먼으로의 전환에서 선구자 중 하나였는데 말이다.”
브라이도티는 페미니즘이 포스트휴머니즘으로의 전환에 핵심적인 역할을 했는데도 오늘날 주류 포스트휴머니즘 담론에서 대체로 외면되어왔다고 지적하면서 책을 시작한다. 실제로 페미니스트들은 휴머니즘 기획의 심장인 ‘인간(man)’이 ‘남성’을 의미한다는 것을 누구보다 빨리 알아챘다. 또 페미니즘은 모든 인간을 위한다는 사상이 젠더 중립적이기는커녕 여성을 배제, 차별하고 있음을 고발하는 데서 본격적으로 출발했다.
휴머니즘에서 말하는 인간은 합리적, 독립적, 자율적이며, 일관되고 통일된 자아를 갖는다고 여겨지는 존재다. 또 이성-감성, 마음-몸, 인간-비인간의 대립적 이분법을 토대로 하기에, 휴머니즘을 강조하면 강조할수록 감성과 몸 그리고 비인간은 타자로 치부되고 배제된다. 바로 이러한 대립적 이분법에 근거한 인간중심주의, 이성중심주의가 남성중심주의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비판한 것은 페미니스트들이었다.
앞서 포스트구조주의자들도 휴머니즘이 ‘인간’을 명분으로 사실상 여성의 차별을 초래했다는 사실을 통렬히 지적하여 유의미한 비판의 토대를 마련했다. 하지만 남성과 동등한 위상으로 여성을 끌어올리는 것을 해방으로 간주했다는 점에서, 즉 특정 남성 집단이 독점하던 인간의 특권을 똑같이 누리고자 했다는 점에서 휴머니즘의 기본 전제들과 이상을 더욱 공고히 하는 데 기여했다고 브라이도티는 지적한다. 이러한 평가에 따라, “반휴머니즘에 머무르지 않고 그것을 넘어서서 전혀 새로운 포스트휴먼 기획으로” 나아가는 길을 이 책은 모색한다.
포스트휴먼으로의 전환에 다리를 놓은 신유물론 페미니즘
인종화된 위계질서 너머 비인간 존재들의 상호의존성 강조
“포스트휴먼 페미니즘이 주창하는 적극적인 ‘되기’는
미래에 대한 믿음을 드러내는 것이며,
그것은 과거에 대한 회상이나 미래로의 급발진이라기보다는 ‘역구성’이다.
즉 되기의 경로를 미래에서 현재로 구성하는 것이다.”
브라이도티가 말하는 포스트휴머니즘이란 해체를 지향하면서도 토대를 지니는 사상이다. 브라이도티는 근대의 이분법을 넘어서는 이 체현되고 서로 얽힌 물질성, 관계적이면서 자연-문화적인 주체성에 대한 생각을 ‘신유물론’이라고 명명한 바 있는데, 이 책에서는 한발 더 나아가 이러한 흐름을 주도해온 신유물론 페미니즘이 포스트휴먼으로의 전환에 다리를 놓았다고 주장한다. 포스트휴먼 페미니즘은 성애화되고 인종화된 위계질서에 대한 분석을 비인간 존재들 사이에서 자연으로 여겨지는 차이들로까지 확장하기 때문이다. 포스트휴먼 페미니즘은 종의 평등함에 대한 인정과 더불어, 인간과 동물, 식물, 지구, 행성 전체 사이의 상호의존성에 대한 더욱 협력적인 이해를 요청한다.
신유물론적 포스트휴먼 페미니즘은 브라이도티 외에도, 엘리자베스 그로스, 마누엘 데란다, 존 프로테비, 팀 잉골드, 데이비드 그루버, 도나 해러웨이, 제너비브 로이드, 스테이시 알라이모 등이 흐름을 만들며 펼쳐나가고 있다. 시간을 조금 거슬러 오르면, 자연과 인간의 분리 불가능한 연결성, 자연에 깃든 정신을 보았던 에코페미니즘이나 토착민 페미니즘, 그리고 인간을 넘어 물, 불, 흙, 공기와 같은 원소의 차원에서 페미니즘을 모색했던 원소론적 페미니즘 역시 포스트휴먼 페미니즘으로 나아가는 토대를 제공했다. 또 주어진 몸으로 경험하는, 구체적 상황 속에 놓인 지식의 객관성을 고민했던 ‘위치의 페미니즘’ 역시 신유물론 페미니즘의 형성에 크게 기여했다.
브라이도티는 이러한 흐름 안에서 여러 갈래로 뻗어 나간 포스트휴먼 이론의 사상적 지도를 펼쳐 그리면서 페미니즘을 비판적 포스트휴머니즘으로 재정립한다. 그 자신의 표현을 빌리자면, 이 책은 포스트휴먼의 현재와 미래를 위한 일종의 이론적 “공구 상자” 혹은 “항해 도구”인 것이다. 『포스트휴먼 페미니즘』은 포스트휴먼 상황에 개입하여 유의미한 변화를 추동할 수 있는 철학적 자원을 페미니즘 내부에서 발견하는 동시에 페미니즘이 자기성찰 및 변혁을 모색해야 한다는 사실을 분명히 보여주는 기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