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미국 최초의 여성 백악관 대변인, 디디 마이어스
그가 세상에 던지는 도발적이고도 마땅한 질문
『여자가 왜 세상을 지배해야 하는가』의 원서 『Why Women Should Rule the World』는 출간 당시 “왜 여자가 세상을 지배해야 하는가”라는 도발적인 질문을 던지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뉴욕타임스 선정 베스트셀러였다. 이 책의 내용과 가치를 알기 위해서는 먼저 지은이가 책에서 본인을 어떻게 소개하는지를 알아야 한다. 지은이 ‘디디 마이어스’는 1993년 빌 클린턴 행정부의 첫 번째 백악관 대변인으로, 당시 기준 31세의 ‘최연소’ 그리고 ‘최초의 여성’ 백악관 대변인이었다. 그는 1984년 대통령 선거 때부터 민주당에 헌신했고, 다년간 정치 실무를 맡아 경험을 쌓았다. 1992년 대선에서는 빌 클린턴의 승리를 이끈 주역들 가운데 한 명으로 인정받았다. 그는 최초의 여성으로 기록될 자격을 갖춘 젊은 인재였다.
그러나 백악관의 ‘유리천장’은 지은이의 상상보다 훨씬 투명하고도 견고했다. 지은이가 책에서 밝히듯이 “백악관의 여성 보좌진들은 직무에 걸맞은 책임은 져야 하나 그 직무에 필요한 권한은 보장받지 못했다.” 디디 마이어스의 직책과 업무가 남성 전임자들과는 달랐다. 자신보다 직급이 같거나 낮은 다른 부서의 남자 직원보다 연봉을 덜 받았다. 여자라는 이유로 중요한 정보를 공유받지 못해 곤혹스러운 일을 빈번하게 겪었다. 여성이라서 매번 패션 감각을 지적받았다. 백악관의 남성 동료들이 성차별주의자인 건 아니지만 여성 보좌진의 업무 환경이 상대적으로 더 고단했던 건 사실이었다. 여러 사건을 겪은 후 지은이는 백악관 대변인직을 사임한다. 이후 평론가, 작가, 강연가로 일하며 미국 정치계에 관심을 기울였다. 미국 정치를 분석하면서 본인의 과거를 되돌아보자, 지은이는 “여성이 세상을 지배해야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다”라고 확신했다. 지은이는 그 확신을 사실로 증명하기 위해 이 책을 집필했다고 밝혔다.
디디 마이어스가 거듭 말하듯이 이 책은 남성을 공격하기 위해 출간된 건 아니다. 그러나 세상을 바꾸기 위해서는 더 많은 여성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증명하고자 부단히 애쓴다. 다양한 분야의 수많은 여성 리더를 인터뷰했고, 광범위한 문헌을 조사했으며,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사례를 제시해 독자들을 설득했다. 성평등을 왜 이룩해야 하는지, 여성이 주도하는 질서가 얼마나 긍정적인 결과를 창출하는지를 쉽고 간결하며 설득력 있게 호소한다. 2008년 대선 당시 힐러리 클린턴이 대통령으로 선출될 수 있다는 사회적 기대감과 더불어 디디 마이어스의 균형감 있는 유창한 글솜씨가 이 책을 베스트셀러로 만든 원동력이었던 셈이다.
2008년에 출간된 미국인의 책을 왜 2024년의 한국인이 읽어야 하는가? 이 책에 담긴 디디 마이어스의 메시지가 유효하고, 한국 사회의 성 불평등 문제를 극복할 돌파구를 찾을 수 있도록 도움을 줄 것이기 때문이다. 2024년 세계은행이 발표한 「여성, 비즈니스, 법 2024」 보고서에서 따르면 전 세계 여성은 남성보다 육아 노동에 더 많이 시달리고, 남성보다 ‘안전할 권리’를 덜 보장받으며, 남녀 임금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집행 장치를 구축한 국가는 35개에 불과하다. 한국 정치의 경우, 페미니즘과 성평등이 시대정신으로 부상했음에도 제22대 총선에서 당선된 여성 의원은 60명에 불과하다. 이는 전체 의석수의 약 20%에 해당되는데, OECD 평균인 약 33%에 비하면 한참이나 부족한 수치이다. 즉 국민의 절반이 여성임에도, 정치는 아직도 남자의 얼굴을 하고 정책은 남자의 이름으로 수립된다.
여전히 불합리한 성차별이 만연한 오늘날, 이 책은 도발적이고도 마땅한 질문을 세상에 던진다. “만약 여성의 영향력이 커진다면, 여성도 남성과 똑같은 교육의 기회를 누리고 경제적으로 뒷받침을 받으며 의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면, 여성도 남성과 동등한 권리와 기회를 부여받는다면, 기업의 이사회와 교실과 수술실 그리고 법정에 더 많은 여성이 존재한다면, 여성의 아이디어와 의견과 삶의 경험이 남성의 그것과 동등하게 존중된다면, 소녀가 소년만큼 가치 있는 존재로 대우받는다면 세상은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
이 책은 세상 모든 여성이 막연히 꿈꾸고 상상했던 미래를 어떻게 실현한 것인지 구체적으로 밝힌다. 유리천장의 최전선에서 싸운 여성 지도자들의 처절한 증언, 오랜 세월 누적된 연구 성과, 그리고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사례를 통해 여성이 주도권을 확보했을 때 나타날 긍정적인 결과를 소상히 규명한다. 한 번이라도 ‘여성이 지배하는 세계’를 꿈꿨던 모든 독자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목차
출판사 서문 ··· 4
프롤로그 ··· 9
1부 여자는 왜 세상을 지배하지 않는가
1장 정치적 난관과 공약 사이에서 ··· 31
숫자만 따지는 빈 카운터스│“그는 가족을 부양하잖아!”라는 핑계│허울뿐인 직책
2장 이중잣대의 굴레 ··· 66
이중잣대와 이중구속│여성의 외모에 집착하는 세상│참석과 착석의 차이│옳은 일일 뿐 아니라 현명한 일
3장 생물학, 관념, 차이 ··· 101
‘선천성’이라는 함정│1%의 차이│히스테리와 히스토리
2부 여자는 왜 세상을 지배해야 하는가
4장 동방박사 세 사람이 여성이었다면 ··· 133
여성은 문화를 바꾼다│여성의 관점, 여성의 우선순위│엄마의 뇌│여성에게 1인치만 여유를 주라
5장 평화는 여성의 얼굴을 닮았다 ··· 164
다리를 놓는 일│다른 목소리, 다른 관점│왜 여성이 경제권을 확보해야 하는가│정글에서 얻은 교훈│또 다른 법칙│여성의 미래가 곧 평화의 미래
6장 모두의 승리를 위해 ··· 199
방식의 차이, 변화의 시작│여성의 직관을 긍정하자│여성의 연대│소통, 협력, 합의│권력을 새롭게 규정하기
3부 여자는 어떻게 세상을 지배해야 하는가
7장 누출되는 파이프라인을 정비하려면 ··· 237
보이는 장벽과 보이지 않는 장벽│여성에게 더 많은 선택지를│노동의 재구성│패러다임 바꾸기
8장 자신감의 격차를 줄이려면 ··· 270
고정관념을 버리기│욕심에 솔직해지기│위험부담을 재고하기│여성 스스로를 긍정하기│주위 잡음 무시하기
9장 눈으로 보아야 믿는다 ··· 304
롤모델, 여성을 이끌다│롤모델은 많을수로 좋다│롤모델의 뒤를 따라서│서로의 이정표가 되는 여성들
10장 여자가 지배하는 세상을 위해 ··· 334
여자가 이끄는 더 나은 결말│마거릿 대처 딜레마│한 사람으로는 부족하다│3분의 1을 넘어야 한다│성공하는 여성이 많을수록│세상을 바꾸는 여성
감사의 말 ··· 366
미주 ··· 370
참고문헌 ··· 387
인명색인 ··· 390
부록 본문에서 언급하는 주요 여성 정치인 ··· 395
저자소개
출판사리뷰
여자는 왜 세상을 지배하지 않는가?
이 책은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가장 먼저 지은이 본인의 이야기를 회상한다. 1장 〈정치적 난관과 공약 사이에서〉에서 미국 최초의 여성 백악관 대변인으로 임명된 지은이는 자신이 어떻게 백악관에 입성했는지, 백악관 대변인으로 임명된 이후 어떤 차별과 부조리에 시달렸는지를 가감 없이 고백했다.
디디 마이어스가 책에서 말하듯이 그는 빌 클린턴 대통령이 후보 시절에 공약한 ‘소수자 할당제 정책’의 수혜자 자격으로 대변인에 임명된다. 물론 그는 수년간 착실하게 경력을 쌓은 노련한 실무자였다. 하지만 ‘최초의 여성 대변인’이라는 화려한 수식어가 애석하게도, 그가 겪은 백악관의 ‘유리천장’은 상상보다 은밀하고 견고했다. 업무와 임금에서 차별을 받았고, ‘여성’이라는 이유로 외모 지적에 시달렸으며, 대변인임에도 불구하고 기밀 정보를 공유받지 못하여 본의 아니게 언론을 기만하기도 하였다.
백악관 대변인직을 사임한 이후 그는 당시를 회상하며 한 가지 문제의식을 느꼈다. 여성은 남성의 의례를 체득해야만 사회에서 인정받는다. 하지만 실제로 남성처럼 행동하거나 남성보다 뛰어나게 행동하면 비난을 받는다. 남성처럼 행동해야 한다는 강박과 실제로는 그럴 수 없는 현실의 괴리 사이에서 여성은 늘 고통받는다. 이러한 이중구속의 문제를 의식한 지은이는 2장 〈이중잣대의 굴레〉에서 여성을 둘러싼 모순된 요구와 이중적인 강요를 낱낱이 분석한다. 즉 ‘남성처럼 보여야 하면서도 남성처럼 보이면 안 되는 모순’을 고발한 것이다. 모든 기준이 남성의 시각에서 성립된 탓에 여성은 끊임없이 부조리한 상황에 노출되고, 남성의 시선에 의해 외모 품평을 당하며, 실력을 온전히 인정받지 못한다. 이러한 구조적·일상적 차별을 깨닫자 디디 마이어스는 차별이 어디서 비롯되는지를 알아내고자 더욱 깊게 탐구하였다. 수많은 문헌과 학계 연구 자료를 수집했고, 이를 토대로 자신만의 의견과 통찰을 3장 〈생물학, 관념, 차이〉에서 정리했다.
그가 보기에 여성과 남성의 차이를 만드는 요소는 선천적인 것과 후천적인 것이 공존한다. 그러나 둘 중 무엇이 더 우세한지 혹은 둘 중 무엇이 근본 원인인지는 중요치 않다. 디디 마이어스는 오히려 성별 차이를 대하는 태도를 바꾸어야 할 것을 강조한다. ‘다르지만 동등하다’는 관점에서 성별 차이를 바라보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즉 여성의 능력, 여성의 강점, 여성의 특징을 긍정하고 동시에 그것이 또 다른 ‘기준’이 될 수 있음을 인정해야 세상이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여성에게 새로운 질서를 제정할 의무가 있으니 ‘선천성’이라는 함정에서 벗어나 이전과는 다른 세계를 상상할 것을 독자들에게 촉구한다.
여자는 왜 세상을 지배해야 하는가?
1부에서 여자가 세상을 지배하지 못한 이유를 탐구했다면 2부에서는 여자가 왜 세상을 지배해야 하는지를 말한다. 4장 〈동방박사 세 사람이 여성이었다면〉은 여러 여성 리더와의 인터뷰를 통해 여성이 주도권을 확보했을 때 나타날 긍정적 변화가 무엇인지를 세세히 나열한다. 여성이 기업을 운영하면 여성 친화적인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고, 여성이 정치인으로 당선되면 소수자와 약자를 위한 현실적인 정책이 마련될 것이며, 여성이 대학교의 총장이 된다면 더 많은 여성 교수가 자신의 연구에 온전히 매진할 수 있다. 지금보다 더 많은 여성이 각계각층으로 진출해야지만 여성에게 불리한 수많은 장애물이 조금이라도 개선될 수 있다는 것이 모든 여성 리더의 공통된 증언이었다.
나아가 여성이 리더가 된다면 갈등을 더욱 평화롭게 해결할 수도 있다. 5장 〈평화는 여성의 얼굴을 닮았다〉는 남성이 해결하지 못한 분쟁을 여성 지도자들이 주도적으로 해결한 사례를 소개한다. 1994년 르완다 집단학살 이후 르완다 여성들이 의회에 진출하여 나라를 재건했다. 남편을 잃은 여성들이 직접 고아가 된 아이들을 돌보고, 과거사를 밝혀 역사의 상흔을 위로했으며, 성차별적인 법령을 개정해 여권을 신장시켰다. 르완다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여성은 평화의 주역으로 부상했다. 전 유엔 사무총장 코피 아난은 “여러 세대에 걸쳐 여성은 가정과 사회에서 평화를 가르치는 역할을 담당했다. 벽을 쌓기보다는 다리를 놓는다”라고 말했다. 또한 유엔 여성개발기금의 보고서인 「평화의 수호」에서는 “평화를 도모하고 수립하는 과정의 모든 단계, 즉 회담부터 실행, 감독에 이르기까지 여성이 ‘반드시’ 개입해야 한다.”라고 명시했다. 종전이라는 중대한 과업에 도달할 때, 여성의 능력을 간과하기에는 그 대가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아파르트헤이트가 철폐된 이후 흑인 여성 및 백인 여성은 ‘진실과 화해 위원회’를 개회하여 과거사를 조사하고 국민을 통합하는 데 앞장섰다. 1993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해방기구의 평화협정(오슬로 협정)이 성사되는 데에도 양측의 여성 운동가와 여성 정치인이 긴밀하게 협조했다. 영국과 아일랜드의 평화협정(벨파스트 협정)에서도 양국의 여성 정치인들만이 회담에 전념하며 분쟁을 종식하고자 최선을 다했다. 디디 마이어스는 이 모든 사례를 상세히 분석하면서 여성에게 더 많은 기회와 발언권, 권력을 주어야 세상이 좀 더 평화로워질 것이라 주장한다. 여성의 승리가 곧 모두의 승리라는 의미이다.
6장 〈모두의 승리를 위해〉는 여성이 주도하는 공동체가 모두에게 이롭다는 점을 설파한다. 지은이는 남성과 여성이 공동체를 이끄는 방식이 구별된다는 점에 주목한다. 남성은 ‘업무 중심의 리더’인 경우가 많은데, 팀원들에게 임무를 알려준 다음 성과에 따른 포상을 주고 실패하면 그 책임을 묻는다. 그런데 빠르게 변화하고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주도하는 현대 사회에서는 ‘변혁적인 리더’가 필요하다. 개별 구성원의 특성을 다채롭게 이해하고, 소통과 협력에 능한 여성 리더가 남성 리더와 경영 방식이 다를 뿐만 아니라 목표를 성취할 확률도 높다. 결국 여성은 기존의 틀에 적응하기보다는, 기존의 틀을 부수어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는 데에 이바지한다. 이러한 변화를 더욱 빠르게 촉진하기 위해서는 ‘권력’의 의미를 새롭게 규정해야 한다. 권력이 전형적인 남성성에 국한된 뜻으로 통용되지 않아야 한다. 이른바 ‘여성의 것’으로 분류되는 특징들이 단점이 아닌 장점으로, 그간 ‘여성의 특징’으로 분류된 장점이 여성만의 것이 아닌 모두가 가져야 할 좋은 자질로 인정받아야 한다. 그렇게 되어야 비로소 여자의 기준과 문화가 그 자체로 존중받을 수 있고, 그렇게 되어야 여성 리더가 남성의 기준으로 평가받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여자는 어떻게 세상을 지배해야 하는가?
여자가 세상을 지배해야 더 나은 세상이 펼쳐진다. 그것이 인류 전체의 승리이다. 그렇다면 여자는 어떻게 지배해야 하는가? 지은이는 가장 먼저 ‘누출되는 파이프라인을 정비할 것’을 권고한다. 7장 〈누출되는 파이프라인을 정비하려면〉에서 디디 마이어스는 여성의 경력단절 문제를 해부한다. 과거의 페미니스트들은, 여성이 사회에 많이 진출하면 자연스레 성별 불평등이 해소될 거라 예상했다. 그러나 다양한 분야의 초급 직책으로 진출하는 여성의 수가 늘어나도, 정상에 이르는 여성의 수는 여전히 적다. 사회의 ‘파이프라인’에 거대한 누출이 발생한 것이다. 디디 마이어스 본인이 종사한 정치계만 그런 것이 아니다. 법조계, 의학계, 경영계, 학계 등 다양한 곳에서 시간이 흐를수록 여성은 점점 자취를 감춘다. 그리고 그 빈자리를 남성이 차지하고, 남성의 지배 체제는 굳건하게 유지된다.
이에 디디 마이어스는 가장 먼저 노동 형태를 재구성할 것을 권고한다. 노동 현장이 가정 친화적으로 바뀌어야 여성이 가사노동과 노동을 병행할 수 있다. 여성이 노동 시간, 업무 형태 등을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게 다채로운 선택지를 마련해야 한다. 여성이 업무보다 가정을 중시할 거라는 고정관념을 철폐해야 하고, 유능한 여성은 강도 높은 업무를 수행하기를 바라고 더 높은 직급으로 올라가기를 원한다는 자명한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무엇보다 여성에게 강요되는 가사노동을 남성도 똑같이 부담해야 하고, 여성이 무엇을 선택하든 온전히 여성 본인이 결정할 수 있도록 조치해야 한다.
차별적인 구조를 개선함과 동시에 여성 스스로 변화에 동참해야 한다. 8장 〈자신감의 격차를 줄이려면〉은 여성이 일상에서 왜 가부장적인 분위기에 압도되는지를 분석한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디디 마이어스가 주목한 부분은 ‘자신감의 격차’다. 학창시절부터 남학생은 명령과 자랑에 익숙하고,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는 것에 스스럼이 없다. 여학생은 관계를 중시하는 탓에 상대적으로 매사 소극적이고, 정말 필요한 순간이 아니라면 본인의 의견을 드러내지 않는다. 실제로 ‘고정관념 위협’ 현상으로 인해 여학생에게 ‘여성’이라는 사실을 상기시키기만 하여도 시험 점수가 떨어지기도 한다. 정치계에서도 이런 현상은 똑같이 나타난다. 남성 정치인은 직책을 얻기 위해 출마하는 한편, 여성 정치인은 사안에 관심이 있고 자신이 적합하다는 확신이 있어야 하며 남성 경쟁자가 없어야 적극적으로 출마를 고려한다. 여성은 여성이라는 조건 하나 때문에 모든 순간에서 뒤로 물러나는 것이다.
지은이가 보기에 여성들은 자신의 욕심에 솔직해질 필요가 있다. 자신의 공로를 스스로 인정하고, 그 공로의 가치를 정당하게 주장해야 한다. 동시에 다른 여성의 성공을, 다른 여성의 선택을 존중하고 이해해야 한다. 여성이 자신의 공로를, 그리고 다른 여성의 공로를 당당하게 인정해야 그 공로가 남성의 공로 못지않게, 남성의 공로만큼 가치 있다고 인정받는다. 그래야만 자신감의 격차를 줄일 수 있으며, 그제야 비로소 자기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고 여성의 능력을 제대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 9장 〈눈으로 보아야 믿는다〉와 10장 〈여자가 지배하는 세상을 위해서〉에서 지은이는 다시 자신의 이야기를 거론한다. 본인을 정치계로 이끌어준 여성 리더들과의 일화, 그들을 지켜보며 꿈을 키우고 끝내 백악관까지 들어갔던 자신의 경험담을 통해 ‘여성 롤모델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9장의 끝자락에서 언급하듯이 “소녀는 성공한 여성을 눈으로 보아야 자신의 성공을 확신하기” 때문이다. 단 한 명의 여성이 성공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지은이는 여성 리더들의 증언과 학계 연구 결과를 근거로 구성원의 3분의 1이 여성이어야 여성의 영향력이 눈에 띄게 커진다는 점을 강조한다.
디디 마이어스는 이 책 전체에 걸쳐 한가지 메시지를 반복적으로 언급한다. 바로 여성들의 연대이다. 모든 여성은 자신보다 앞서 나간 여자들, 목을 내놓고 머리가 잘리기도 했던 수많은 여자의 희생 덕분에 꿈을 꿀 수 있기 때문이다. 즉 그가 말하는 ‘여자가 지배하는 세상’이란 모든 여성이 서로의 이정표가 되는, 화합의 공동체를 가리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