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타이완의 맛은 개방과 포용에서 왔다!
세계 각지의 새로운 음식 재료가 살기 좋은 기후의 타이완에 들어와 뿌리를 내렸다. 쌀 품종 개량, 밀 음식 산업과 빵 관련 시장 정책, 뜨거운 차와 차가운 차, 타이완 설탕 산업의 흥망성쇠와 변신, 사탕수수와 타이완 미주의 특색, 각양각색의 조미료 등이 다채로운 타이완 음식을 만들어냈다. 이 책은 우리의 지식을 풍부하게 하고 타이완 요리 애호가에게 음식 재료의 생명과 가치를 펼쳐 보여준다.
목차
먹으면서 찾아가는 타이완의 역사_옹자인
역사에 음식의 맛을 더하다_조밍쭝
타이완 맛의 역사
1부 무엇을 먹었는가
쌀
밀
조미료
술
빙과류
차
설탕
절임과 건조
식보
매운맛
2부 어떻게 먹었는가
옛날 범선의 음식
갯농어 양식은 언제부터 했을까?
소고기 400년사
타이완 닭의 역사
돼지 간 이야기
루러우판과 돼지 친구들
피망은 왜 ‘다이동아’라고 불릴까?
생선 통조림 소사
타이완 채식 소사
빈곤 시대의 밥도둑
타이완은 어떻게 샤오츠 왕국이 되었나
타이완이 발명한 외국 요리
찾아보기
저자소개
출판사리뷰
타이완 여행이 하나의 트렌드가 된 지 오래됐다. 여행 중 빼놓을 수 없는 코스가 타이베이 도심에 형성된 음식 거리와 야시장에서 다양한 먹을거리를 체험하는 일이다. 타이완 요리는 기본적으로 중국 요리이면서 일본을 비롯해 다양한 문화가 스며들어 있어 종수가 다양할 뿐만 아니라, 뾰족한 본고장의 색채보다는 둥글둥글해진 보편성과 다양한 아이디어와 편안함으로 사람들을 사로잡고 있다.
『먹는 타이완사』는 그런 타이완의 음식을 소개하는 책이지만 일반적인 먹거리 책과는 확연하게 다르다. 어떤 요리가 맛있는지, ‘꼭 먹어야 할’ 음식은 어디서 찾을 수 있는지 논의하고 비교하는 것이 포인트가 아니다. 이 책의 특징이자 본질을 한마디로 한다면 ‘역사’라고 할 수 있다. 타이완 음식의 뿌리 찾기라고 할까. 특정 재료와 요리가 타이완에 도입된 시기, 누구에 의해 소개되었고 어떤 방식으로 퍼져나갔는지를 탐구한다. 저자들은 특히 ‘어원학’적 차원에 공을 들여 음식의 이름과 다양한 해산물의 명칭, 지명과 인명에 관해 광범위하고 심도 있는 논의를 펼치고 있다. 그것은 이 책의 목차를 통해서도 알 수 있다. 1부 ‘무엇을 먹었는가’에서는 쌀, 밀, 조미료, 술, 빙과류, 차, 설탕, 절임과 건조, 식보, 매운맛 등 식재료와 그 가공법, 맛의 기본 베이스의 역사를 정리해주고 2부 ‘어떻게 먹었는가’에서는 역사 속 다양한 에피소드를 끌어들여 옛날 범선의 음식이 어떻게 타이완에 들어왔는지, 갯농어 양식은 언제부터 했는지, 소고기 400년사, 닭의 역사, 돼지 간 이야기, 루러우판 감별법, 생선 통조림에 대한 작은 역사, 타이완 채식의 작은 역사, 빈곤 시대의 밥도둑 등 20세기 생활사와 깊게 맞물린 특정 요리문화의 속 깊은 이야기를 펼쳐 보인다.
푸드 왕국의 탄생
타이완 요리는 국제적으로 유명하다. 탐험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여겨진다. 그 이유는 종다양성과 포용성에 있다. 유라시아 대륙과 태평양이 만나는 지점에 위치한 타이완은 생물학적, 문화적 다양성을 모두 갖추고 있다. 수백 년에 걸쳐 오스트로네시아 사람들의 해상 교류부터 외국 이민자들의 농산물 도입 및 개량에 이르기까지 이 섬에는 원주민의 지역 특산품, 네덜란드 시대의 유럽 식재료, 청나라 장취안 문화의 요리, 일식과 양식부터 전후 군부촌 음식까지, 타이완은 진정한 음식의 왕국이 되었다.
타이완과 동남아시아 섬들은 일찍이 오스트로네시아 문화권을 형성했다. 타이완의 일부 음식과 식습관은 16세기 이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이후 네덜란드 시대(1624~1662)에 들어 이 섬에 유럽, 미국, 남아시아의 많은 음식이 유입되었는데, 당시 타이완에서는 중국인을 고용하여 빵을 만든 기록이 있고, 중국인 노동자와 소도 도입하여 설탕과 쌀을 생산하여 일본과 일본으로 수출했다.
타이완은 외국의 식습관을 받아들였을 뿐만 아니라 많은 외국 음식을 발명하기도 했다. 예를 들어, 원저우에서는 볼 수 없는 원저우 거대만두, 쓰촨성에서는 볼 수 없는 쓰촨식 뉴러우몐, 몽골에서는 만들지 않는 몽골리안 바비큐 등은 모두 타이완 특유의 것이다. 이러한 발명품은 타이완 음식문화의 포용성과 창의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처럼 음식문화의 형성은 자연환경에서는 지리, 기후, 생물종과 관계되고, 인문환경에서는 민족, 문화, 역사의 영향을 받는다. 타이완은 생물 다양성과 문화 다양성을 갖춰 여러 민족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서로 다른 음식문화를 가져오면서 ‘다원 융합’의 특색을 형성했다.
이 책은 ‘타이완사’라는 이름처럼 타이완 역사 속에서 타이완 음식의 기원과 변화를 씀으로써 타이완 음식문화의 맥락을 그려내고자 했다. 타이완 원주민은 일찍이 촌락 생활을 하며 사냥, 어업, 채집, 농작물 재배, 양식 등으로 생계를 해결했다. 전통적으로 생식, 절임, 찜, 훈제 같은 음식 본연의 맛을 유지하는 조리법을 이어나갔다. 타이완 원주민의 음식 문화에는 고산과 해양 지대의 음식이 혼재하고, 좁쌀과 산나물을 동시에 즐기는 등 독특한 특징이 있다. 최근에는 원주민이 전통적으로 먹었던 타이완 원시 생물종인 ‘산지밭벼山地陸稻’나 타이완 퀴노아로 불리는 ‘홍려紅?’ 같은 작물과 각종 약초 등이 현대인의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장취안차오 문화권과 남도어족 문화권
1부에서는 쌀, 밀, 설탕, 차, 술, 조미료, 절임고기 및 식보, 빙과류, 매운맛 등의 역사를 소개했고, 2부에서는 범선 음식, 돼지 간의 가격, 통조림 등의 특징을 담았다.
타이완에 식용 동식물이 유입된 시기는 대략 네덜란드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청나라의 타이완 관련 문헌에도 ‘종출하란種出荷蘭’ ‘종출조와種出爪?’ ‘종출교류파種出咬??巴’ 등의 표현이 자주 보인다. 이 말은 네덜란드인이 인도네시아 자와섬의 자카르타에서 타이완으로 들여왔음을 의미한다. 그 밖의 관련 문헌에는 ‘종출여송種出呂宋’도 보이는데 필리핀 루손섬에서 온 품종을 말한다.
그러나 이 책에서 주장하는 바는 일부 동남아시아 음식은 네덜란드 시대 이전에 타이완으로 유입되었으며 더 이른 시기에 형성된 두 개의 문화권을 통해 전래했다는 사실이다.
먼저 장취안차오?泉潮 문화권이다. 푸젠성의 장저우, 취안저우, 광둥성의 차오저우 사람들은 언어적으로 같은 민난어계에 속한다. 타이완과 동남아시아 지역을 왕래하며 16세기에 이미 장취안차오 문화권을 형성했다. 이로부터 네덜란드인보다 먼저 타이완에 들어온 장취안차오 이민자가 동남아시아의 음식을 가져왔을 가능성을 유추할 수 있다.
그리고 남도어족南島語族 문화권이다. 일찍이 중국인이나 유럽인보다 앞서 타이완과 동남아시아의 남도어족 사이에서 왕래가 이루어지면서 ‘남도어족 문화권’이 형성되었다. 타이완 원주민도 직접 동남아 음식을 들여왔을 수 있다.
이 책에서는 다양하고 맛있는 많은 음식 이야기를 역사 속에서 찾아낸다. 대항해 시대 유럽인과 중국인은 배에서 무엇을 먹었는가? 타이완에는 언제부터 빵 굽는 요리사가 있었을까? 타이완 버블티는 원래 어떤 모습이었는가? 타이완이 최초로 수출한 차는? 타이완인은 언제부터 소고기를 먹었는가? 빨간색과 노란색 깡통의 토마토케첩 연어 통조림은 무엇이 다른가? 그 근원을 찾다보면 역사가 음식을 한층 더 맛있게 해줄 것이다.
감각의 근원을 돌아보는 음식의 역사
대다수의 사람이 감각기관을 통해 겪은 경험은 비슷할 것이다. 고층빌딩이 우리의 숲을 뒤덮기 이전에 도시와 농촌 마을에는 파, 생강, 마늘을 볶을 때 나는 일상생활의 냄새가 흩날렸다. 마유지주麻油鷄酒[참기름 닭백숙] 냄새는 마을에 아이가 태어났음을 알리는 신호였다. 이와 함께 길에서 맡을 수 있었던 사람이나 동물의 분뇨 냄새, 작은 병원의 소독약 냄새 등은 오늘날 대중의 후각에서 거의 사라져가고 있다. 네덜란드 시대 타이난의 타이완Teijouan과 타이완가Star zeelandia는 일본의 나가사키와 밀접한 관계였다. 당시 나가사키에는 ‘나가사키 냄새’라는 말이 있었고 타이완의 상황도 비슷했다. 고도 타이난에는 국내외 여러 민족이 섞여 살았던 만큼 무엇인가 뒤섞인 냄새와 분위기가 있지 않았을까? 저자는 이러한 역사학적인 이유로 소리, 색, 맛 등 감각기관의 역사를 탐구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런 내용들이 책의 전반에 깔려 있다.
또한 이 책은 바다와 물고기의 역사 서술에 상당한 비중을 두었다. 16세기 이래 네덜란드 동인도회사가 타이완을 점령하기까지 꽤 오랜 기간 동안 타이완 원주민과 한족 중국인이 양어장을 만들었다. 어부들은 숭어, 숭어알 절임, 동갈삼치, 샥스핀, 정어리 등 값비싼 물고기를 잡아 간단한 가공작업을 거쳐 중국에 팔았으며 흔하고 값싼 생선은 남겨두고 먹었다. 명나라 때 푸젠福建과 광둥廣東 해안 지역의 양식법이 일찍이 타이완에 전파되었던 탓이다. 일본 시대 이전 타이완 어업의 수출입과 민간에서 생선을 먹는 식습관은 경제적 이유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저자들은 문헌의 부족 속에서도 문헌 자료가 아닌 간접 증거를 찾는 방식으로 음식의 역사에 대한 집념을 보여준다. 오랜 세월에 걸쳐 형성된 ‘장취안차오?泉潮 문화권’과 ‘남방어족문화권’에서 착안하여 가설을 세웠다. 왕조가 어떻게 교체되었든 간에 문화권 내의 사람은 늘 바닷길에 의지하여 오랜 세월 왕래했으며 음식과 양식 기술 등을 여러 지역으로 전파했을 것이다. 이를 전제로 우리는 특정 어종과 요리에 얽매이지 않기로 했다. 네덜란드인이든 정성공이든 혹은 일본 시대나 1945년 전쟁 이후라도 타이완에 전파한 누군가가 분명 있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산천어 요리인 ‘우류쥐五柳居’나 바다 생선 등은 요리하기 전에 맛을 돋우거나 냄새를 잡는 벨베팅 과정을 거친다. 이는 푸젠과 광둥 해안 마을의 전통이기도 하다. 이런 요리가 언제 누구에 의해 전해졌는가 하는 문제를 두고, 특히 식사 자리에서 논쟁이 붙는다면 기분이 상할 수밖에 없다. 또 다른 예를 들면, 카레나 ‘사차沙茶’[뒤의 ‘조미료’ 부분 참조]는 분명 일본 시대[일본이 타이완을 통치하던 1895~1945년] 또는 전후 시대에 전해졌을 것이라고 믿는 사람이 적지 않다. 그러나 우리가 제기한 문화권의 관점에서 본다면 다른 주장도 가능하다. 샤먼廈門은 오랜 기간 동남아 지역과 교류해왔고 타이완과 샤먼의 관계는 더욱 밀접했다. 청나라 시대에 샤먼으로 전해진 두 조미료가 타이완으로 유입되지 않았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다.
이처럼 고유명사학과 문화권 이론 등 두 분야의 연구는 이 책의 특징을 이룬다. 청나라 시대의 문헌인 『샤먼지廈門志』에서 ‘절인 소고기’에 세금을 부과했다는 내용을 본다면 아마도 “타이완에서 소를 도축했나?” 하고 바로 되물을 것이다. 여러 문헌을 보면 타이완은 옛날부터 소가죽을 수출하고, 소고기를 먹었다는 기록이 존재한다. 보통 일본 시대 또는 전후 시대부터 소고기를 먹었다고 생각하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았다.
“먹는 일은 황제처럼 존중받아야 한다食飯皇帝大.” 그러나 여전히 일부 정치문화론자들은 요리에 빗댄 정치 이야기를 좋아하고 음식남녀를 함부로 논한다. 앞서 언급한 ‘우류쥐’의 사례처럼 친중국파는 중국 요리라 주장하고, 본토파는 독창적인 요리라 여기며 자신의 견해만 고집한다. 사실 이런 문제는 식후 차 한 잔 정도의 대화 소재에 불과하다.
요리의 탄생과 성장, 현지인의 문화 창조 역사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게 이 책의 주장이다. 타이 요리는 대부분 1970년대 이후 중국계 이민자들이 발전시켰고 타이인의 외식 습관에도 큰 영향을 미쳤지만 여전히 타이 요리다. 일본 요리도 그렇다. 적지 않은 메뉴가 19세기 이후 만들어졌는데, 일본인은 불교의 선식과 화식을 유지하려 노력했으며 이는 오늘날 일본 특유의 음식 철학을 형성했다. 이 책은 감각의 역사이기도 하다. 후각과 미각으로 음식의 정신적 고향을 찾는 과정이다. 이는 실로 자신의 존재를 찾아가는 여정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