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2024년 개정증보판
〈뉴욕 타임스〉가 주목한 한국 여성의 혁명적 목소리
“김하나, 황선우 작가는 가족의 개념을 재정의한다.”
2024년 여름 〈뉴욕 타임스〉에 한국의 두 여성 작가이자 팟캐스터들의 이야기가 집중조명되었다. 결혼도 혈연도 아닌 동거 형태로 ‘조립식 가족(DIY FAMILY)’을 이루어 살아가며 목소리를 내는 김하나, 황선우 작가는 한국 가족구조의 지각변동을 상징하는 인물로서, 또 전통이나 구습에 얽매이지 않고 스스로 새로운 삶의 형식을 개척하며, 동 시대 여성들에게 영향력을 발휘하는 작가로 보도되었다.
일파만파 ‘여둘’ 열풍을 불러일으킨 김하나, 황선우 작가를 세상에 알린 베스트셀러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2024년 개정증보판이 두 작가의 새 에세이들과 미공개 사진들을 더해 이야기장수에서 출간된다. 자취와 독신 사이의 어디쯤에서 혼자도 결혼도 아닌 삶을 꿈꾸던 두 여성은 더 나은 주거조건과 안정적인 동거인을 찾던 중 서로가 기막히게 잘 맞는 친구임을 발견하고 플라타너스의 바다가 눈 아래 일렁이는 멋진 아파트를 구해 함께 살아가기로 한다. 그러나 서로 비슷한 줄 알았지만 완벽히 다른 성향과 라이프 스타일을 가진 두 사람은 당장 이삿짐을 들이는 날부터 대혼란에 빠지는데……
여자 둘, 그리고 각자 키우던 두 마리의 고양이들까지―한 지붕 아래 여자 둘 고양이 넷이 와글와글 모여 W2C4의 새로운 분자식을 이루어 살아가면서, 이들의 삶엔 예기치 못한 좌충우돌과 격동의 사건들이 드라마처럼 펼쳐진다. 이 듣도 보도 못한 동거 가족의 삶에 대한 자료영상을 미리 찾아둔다면 “화산이 폭발하고 용암이 쏟아져내리는” 장면을 준비해놓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얼음벽과 불화살이 맞부딪는 것 같은 이 모든 사건 사고의 끝에는, 어느 날 바깥에서 피범벅이 되어 돌아온 친구를 보고 놀라서 울컥 눈물을 쏟는 ‘조그만’ 사람의 폭풍 같은 눈물이 있고, 멀리 여행을 떠난 동거인에게서 홀가분한 자유를 느끼다 문득 댐이 무너지듯 터뜨리는 울음도 만나게 될 것이다. 너무도 다른 외향인과 내향인이 좌충우돌 또는 오순도순 부대끼며 살아가는 이 조립식 가족의 이야기 안에는 웃음과 울음이 서로 떼놓을 수 없게 뒤엉켜 있어, 책장을 넘길 때마다 독자를 번갈아 웃기고 울린다.
목차
분자 가족의 탄생 007
혼자력 만렙을 찍어본 사람 011
이 사람이면 어떨까 017
타인이라는 외국 021
나를 사로잡은 망원호프 026
두 종류의 사람 031
그 아파트를 잡아라 037
태양의 여인 043
결혼까지 생각했어 050
쫄보에게 빌붙은 자 054
능숙한 빚쟁이가 되어라 058
나를 키운 건 팔 할이 대출금 062
인테리어 총책이 되다 067
내가 결혼 안 해봐서 아는데 075
자취는 언제 독신이 되는가 081
아무것도 못 버리는 사람 088
둥지 같던 너의 집 095
집요정 도비의 탄생 101
두 일생이 합쳐지다 109
싸움의 기술 113
테팔 대첩과 생일상 118
고양이들 소개 125
발가락이 닮았다 142
대가족이 되었다 150
엄마에게서 물려받은 것 156
밥 잘 얻어먹는 법 163
크리스마스 선물 교환 167
새해 첫날 171
행복은, 빠다야! 177
500원짜리 컨설팅 182
우리는 다른 세상에 산다 187
돈으로 가정의 평화를 사다 191
안사람과 바깥양반 195
술꾼 도시 여자들 200
우리의 노후 계획: 하와이 딜리버리 206
망원 스포츠 클럽 212
남자가 없어서 아쉬웠던 적 223
나의 주 보호자 231
우리는 사위들 237
상당히 가까운 거리 241
혼자 보낸 일주일 246
파괴지왕 251
같이 살길 잘했다 257
망원동 생활과 자전거 265
우리가 헤어진다면 272
가족과 더 큰 가족 276
지금 곁에 있는 사람이 내 가족입니다 283
그후 5년, 우리에게 무슨 일이 있었나 287
고로를 떠나보내다 294
서울사이버음악대가 결성되다 305
여자 둘이 토크하고 있습니다 313
저자소개
출판사리뷰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는 한국 사회에서 마땅히 외우고 따를 것을 강요하는 정석이나 ‘공식’이 아니라 새로운 분자식을 발명해 살아가길 택한 용감한 여성들의 이야기이다. 남다르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실눈 뜨고 흘겨보는 이 사회를 향해 박력 있게 발차기를 하면서도, 함께 새로운 삶을 모색하고 서로에게 기대어 더욱 성장하는 에너지가 펄펄 끓는다. 그와 동시에 맥시멀리스트와 미니멀리스트, 외향인과 내향인, 분출형과 회피형 등 다방면에서 서로 너무도 다른 삶의 스타일을 가진 두 사람이 수차례의 ‘대첩’ 끝에 서로를 이해하고 배워가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두 여자와 네 마리의 털북숭이 고양이들은 한 지붕 아래 동거를 통해 타자의 삶을 배워가고, 나의 세계를 확장시킨다. 이들은 타인의 삶이 품은 맥락에 부딪칠 때마다 자신의 모난 면, 못난 면은 기꺼이 수정하고, 상대의 방식을 헤아려가며 대화하고, 그럼으로써 더욱 커진다.
그리하여 이 책은 처음 출간된 이래로 새로운 형태의 주거와 동거를 모색하고 고민하는 이들에게 ‘동거의 바이블’로 불려왔다. 타인을 통해 나 자신을 깨닫고, 나를 잃지 않으면서도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 그렇게 실체 없는 세상의 협박으로 인해 불안에 시달리는 동시대 젊은이들에게, 맘대로 살다가는 망한다는 메시지를 수시로 주입받는 현대인들에게, 김하나, 황선우 작가는 다르게 살아도 괜찮다고, 별일이야 약간 있겠지만 그리 살아도 절대 큰일은 나지 않는다고 용기와 웃음을 건넨다.
한 사람이 진정으로 자부심을 가져야 할 것은 집 평수나 자동차 브랜드가 아니라 자신의 친구입니다. 그 친구가 얼마나 잘나가는지, 얼마나 힘이 있는지가 아니라 친구가 얼마나 요리를 잘하는지 누구는 또 얼마나 잘 얻어먹는지 얼마나 잠을 잘 자고 얼마나 노래를 잘하며 얼마나 약지 못했는지 우리가 얼마나 많은 술을 마셨고 얼마나 어처구니없는 추억을 가졌는지 인생에서 진정으로 자부심을 가져야 할 것은 그런 것들입니다.
(23쪽, ‘타인이라는 외국’)
“혼인과 혈연 밖에서도 우리 같은 조립식 가족들은
끊임없이 탄생하고 있다.”
조립식 가족들은 끊임없이 탄생하고 있다.”
날씨 얘기를 하듯 타인의 결혼 여부를 묻는 꽉 막힌 세상에서
이토록 웃기고 멋진 여자 둘이 함께 살고 말하기 시작했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개정증보판에는 초판에 실리지 않았던 여자 둘의 일상과 생활공간, 고양이 가족 사진들과 각종 사건 사고의 현장사진들이 본문 풀컬러 구성으로 추가되었다. 또한 ‘그후 5년, 우리에게 무슨 일이 있었나’ 등 이 책이 출간된 이래로 벌어진 일들에 대한 김하나, 황선우 작가의 새로운 에세이 4편이 더해졌다. 어느 날 갑자기 세상을 떠나 지금은 이들 곁에 ‘투명고양이’가 되어 머무르고 있는 고양이 ‘고로’의 죽음과 그 슬픔을 함께 견뎌온 시간에 대한 이야기도 담겼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가 처음 출판된 2019년 이후 두 작가는 팟캐스트 [여둘톡: 여자 둘이 토크하고 있습니다]를 런칭해 이제 세계적인 팟캐스터로서도 활약하고 있다. 삶에서 피할 수 없는 이별과 고통을 함께 견뎌내고 서로를 돌보고 기대어 다시 일어나,“좋은 걸 좋다고 말하기” “나대라!” “여자는 풍채” 등의 강력한 메시지를 동시대 여성들에게 발신하며 ‘톡토로 유니버스’를 구축해가고 있다.
여자 둘은 앞으로 또 어떤 자신들의 이야기를 말하고 써내려갈까? “그들은 오래오래 행복하게 잘살았습니다”로 단순하게 끝나지 않으리라는 것만은 확실하다. 혈연도, 혼인도 아닌 방식으로 여자 둘이 이룬 이 조립식 가족은 처음 세상에 등장한 지 5년이 지난 지금도 계속해서 자신의 역사를 건축하고 있다.
우리나라 1인 가구 비율이 27%를 넘는다고 한다. 1인 가구는 원자와 같다. 물론 혼자 충분히 즐겁게 살 수 있다. 그러다 어떤 임계점을 넘어서면 다른 원자와 결합해 분자가 될 수도 있다. 원자가 둘 결합한 분자도 있을 테고 셋, 넷 또는 열둘이 결합한 분자도 생길 수 있다. 단단한 결합도 느슨한 결합도 있을 것이다. 여자와 남자라는 원자 둘의 단단한 결합만이 가족의 기본이던 시대는 가고 있다. 앞으로 무수히 다양한 형태의 ‘분자 가족’이 태어날 것이다. 이를테면 우리 가족의 분자식은 W2C4쯤 되려나. 여자 둘 고양이 넷. 지금의 분자구조는 매우 안정적이다. _김하나 (10쪽, ‘분자 가족의 탄생’)
시간이 지나며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다. 내가 불안하고 초조했던 건 결혼을 못 해서라기보다 ‘결혼 못 한 너에게 문제가 있어’ ‘이대로 결혼 안 하고 지내면 너에게 큰 문제가 생길 거야’라고 불안과 초조를 부추기고 겁을 줬던 사람들 때문이라는 걸. 오지라퍼들이 아무리 깎아내린다 해도 나는 내가 하자가 있는 물건도, 까탈스럽고 분수를 모르는 사람도 아니라는 걸 안다. 다만 몇 번의 연애가 잘되지 않은 시간이 있었고, 일이 너무 바쁘거나 재미있어서 새로운 사람 만날 시간이 없던 시기가 있었고, 결혼을 하고 싶어서 열심히 소개팅을 나갔지만 번번이 상대와 가치관이나 라이프 스타일이 맞지 않았던 때가 있었고, 그 모든 시간을 지나와 이제 결혼하지 않은 채로도 잘살아가고 있음을. 나만이 아는 나의 길고 다채로운 역사 속에서 나는 남의 입으로 함부로 요약될 수 없는 사람이며, 미안하지만 그들이 바라는 이상으로 행복하다. _황선우(79쪽, ‘내가 결혼 안 해봐서 아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