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나의 작은 눈사람아, 우리의 우정은
우리를 어디까지 데려다줄 수 있을까
이 겨울, 선물 같은 인연과
함께 나누고 싶은 선물 같은 그림책
영원했으면 좋겠어
이 계절이, 내 곁의 네가
얼어붙은 공기, 코끝에 스치는 깨끗한 냄새. 겨울이에요. 어? 그런데 어디선가 웃음소리가 들려와요. 투명하게 달그락거리는 소리. 아, 눈! 눈이에요! 그날이었어요. 내가 눈사람을 만난 건요. 나와 꼭 비슷한 키에, 작고 귀여운 빨간 코, 별콩 같은 두 눈과 나를 보면 언제나 동그랗게 웃어주는 입. 나는 생각했지요. ‘너는 겨울의 선물이구나!’ 그런데 어느덧, 계절의 끝이 다가왔어요. 있잖아요, 사실 나는 ‘끝’이 뭔지 잘 모르겠어요. 근데도 어딘가 마음 한구석이 시큰하고 자꾸만 불안한 것이, 나는 무서웠어요. 선물처럼 내게 와준 눈사람이 꼭 꿈처럼 다음 날 아침이면 사라져 버릴까 봐요. 이 겨울이 저물어도, 우리가 함께한 이 계절이 영원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나의 소중한 눈사람이 녹지 않고, 사라지지 않고 내 곁에 영원히 머물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걸까요?
저자소개
출판사리뷰
순수한 사랑과 간절한 소망이 이끄는
머나먼 미지의 장소
『눈사람 보관법』은 어느 겨울, 선물처럼 찾아온 눈사람을 떠나보내고 싶지 않은 아이의 소망과 상상을 꿈처럼 그려낸 그림책입니다. 꿈이지만 꼭 현실처럼 생생한, 현실로 이루고 싶은 꿈이지요. 이 꿈 같은 현실은 시공간의 여러 차원을 넘나듭니다. 하늘과 닿아 있는 곳, 하늘 끝 너머에 있는 곳, 바다 깊은 곳을 지나 머나먼 과거까지······ 산꼭대기와 우주, 그리고 빙하기를 넘나드는 이 시간과 공간의 장소들은 모두, 아이에겐 미지의 세계입니다. 닿을 수 없지만 닿기를 간절히 바라는 곳, ‘너’를 지켜줄 수만 있다면 영원한 추위도 깜깜한 어둠도 두렵지 않은 곳. 우리는 아이와 함께 눈사람의 손을 꼭 붙잡고 그 미지의 장소들을 탐험하면서, 깊고 순수한 사랑과 우정이 우리를 어디까지 데려다줄 수 있는지를 오롯이 함께 체험합니다.
손만 뻗으면 닿을 수 있는
영원의 장소
그런데 놀랍게도, 이 ‘영원한 우정’ 탐험은 닿을 수 없는 곳에서 손만 뻗으면 닿을 수 있는 곳으로 닿아 갑니다. ‘흰 종이에 시간을 담는 화가’, ‘이야기의 주인공’이 눈사람인 ‘설레는 무대’······ 바로 예술의 영역입니다. 시간과 인연을 영원히 곁에 두고 싶은 아이의 간절한 바람이, 우리 인생의 짧디짧은 찰나가 영원의 시간으로 저장되는 장소가 어디인지를 본능적으로 알게 한 것만 같습니다. 그 이끌림 속에서 아이와 눈사람, 이 둘의 시간은 이 겨울이 한 차례, 두 차례, 무수히 지나도 언제나 ‘같은 모습으로 웃고 있을’ 그림으로, 더 나아가 많은 사람들이 함께 향유함으로써 많은 사람들의 영혼에, 가슴에 각인되는 무대로 승화됩니다. 두 사람의 이야기가 모두의 이야기가 되는 곳, 바로 영원한 이야기의 장소입니다.
그리고 바로 지금,
이곳에서 우리 함께
닿을 수 없는 곳까지 닿을 수 있으리라 희망할 만큼, 쉬이 스러져버리는 찰나를 영원으로 붙잡아 두는 예술을 희구할 만큼 강력한 아이의 소망은 이야기의 끝에서 마지막 ‘발명품’으로 응축됩니다. 이 발명품은 실제로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 것만 같지만, 사실은 누구나 두 손에 생생하게 쥐고 있는 것입니다. 그곳은 우리가 닿을 수 없는 저 아스라한 미지의 땅도, 우리가 돌아갈 수 없는 저 먼 과거도, 또 예술의 긴긴 꼬리가 닿아갈 만큼 아스라한 미래도 아닌, ‘지금, 우리가 함께 있는 이 순간’입니다. 손에 붙잡힐 듯 생생한 기쁨, 눈송이처럼 눈부시게 아름다운 시간. 어쩌면 그런 우리의 인연과 추억이 영원하길 바라는 간절한 소망이야말로 그것을 가능하게 만드는 가장 강력한 마법의 주문일지도요. 그 주문을 기억하게 될 때, 우리들의 겨울은 저 먼 땅, 저 먼 어제 혹은 내일이 아닌, 바로 지금 여기에서, 오래도록 살아있을 것입니다. 그럼 그때, 우리는 미처 다 알지 못했고 섣불리 알고 싶지 않았던 ‘끝’의 의미를 함께 새로 쓸 수 있겠지요.
그림책, ‘끝’이 아닌 ‘꿈’을 선물하는 장소
『눈사람 보관법』은 허윤지, 허지원 작가의 첫 그림책입니다. 동생이 글을 쓰고, 언니가 그림을 그렸습니다. 따뜻하고 고마웠던, 간직하고 싶은 만남을 그리며 탄생한 이 이야기는 자매의 숱한 낮과 밤 속에서 수없이 다시 다듬어지고 새로 거듭났습니다. 소중한 만남이 한철이 아닌 영원한 계절이 될 수 있기를 바랐던 누군가의 마음에 사뿐사뿐 다가가 포옥 안겨지도록, 장면 장면마다 뭉근한 정성이 담겨 있지요. 아직 앞으로 마주할 숱한 ‘끝’의 입구에조차 채 다다르지 못한 아이들에게, 혹은 그 가장자리까지 구석구석 훑어 지나온 어른들에게 ‘꿈’ 같은 타임캡슐이 되어줄 그림책. 분명한 끝이 아닌, 영원한 꿈을 선물하는 장소. 이곳은 바로, 우리가 오래도록 손꼽아 기다려 온 크리스마스에 사랑하는 이의 두 손 꼭 붙잡고 함께 입장하고 싶은 세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