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나는 내 책을 열심히 팔 거야.
나는 이 말이 전혀 부끄럽지 않다.”
한 편의 시가 한 명의 독자에게 가닿는 먼 길 위
고독을 정면으로 마주하기를 택한 어느 시인의
치밀하게 쓰고, 주저함 없이 팔고, 홀린 듯이 사는 나날
시집 『캣콜링』으로 제37회 김수영문학상을 수상하며 첫 시집부터 수많은 독자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주었던 시인 이소호의 산문집 『쓰는 생각 사는 핑계』가 민음사의 에세이 시리즈 ‘매일과 영원’으로 출간되었다. 이소호는 가장 내밀한 공간의 폭력을 고발했던 첫 시집 『캣콜링』 이후, 가상의 미술관을 거니는 듯했던 『불온하고 불완전한 편지』, 한 권의 잔혹한 우화집과도 같았던 『홈 스위트 홈』 등 시집마다 얼굴을 바꾸며 시 세계의 지평을 넓혀 왔다.
『쓰는 생각 사는 핑계』는 이토록 많은 시적 표정을 지닌 한 시인을 살게 하는 것, 그리고 그렇게 살아 낸 하루 동안 그가 써낸 것이 무엇인지 가감 없이 펼쳐 보인다. 시인의 관심은 오직 시, 그리고 시가 존재하도록 돕는 것에 쏠려 있다. 좀 더 좋은 시를 쓰기 위해 시인 이소호는 종일 백화점을 산책하고, 힘겹게 써낸 시를 발표한 뒤에는 같은 옷을 네 벌씩 산다. 시집 한 권이 완성된 뒤에는 책을 한 권이라도 더 팔기 위해 궁리하기를 멈추지 않는다. 사기, 쓰기, 팔기, 살기는 시인 이소호의 시간 안에서 섞이고, 충돌하고, 전복되며 한 시인의 삶을, 그리고 그의 시 세계를 완성해 나간다. 각자의 쇼핑백을 마음에 품고 『쓰는 생각 사는 핑계』를 펼쳐 보자. 시인의 분투에는 무언가를 오래도록 바라고 원해 온 자를 위한 물건들이 많이 마련되어 있다. 읽기를 마친 뒤 쇼핑백 안에는 시인만의 쇼핑 팁도 사은품처럼 담겨 있을 것이다.
목차
들어가며 9
1부 내가 갖고 싶은 것
덤이지만 완전한 하나 15
홀수는 외로워 31
진실한 구라 42
‘나’답게 나대기 54
에드거 앨런 포 스트리트에는 에드거 앨런 포 카페가 없다 67
가졌던 것들이 자꾸만 사라진다 79
2부 나를 쓰게 하는 것
폴더 이름 쓰다 만 글 93
백세권에 산다는 것은 114
네가 감히 나의 시가 된다면? 130
나의 라이브 커머스 입문기 144
살말과 쓸말 157
3부 이어질 이야기
좋아하는 물건에다 이야기라는 단추를 꿰매 보기 173
그 많던 국가대표들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 182
무제로 살아남기 190
나가며 199
저자소개
출판사리뷰
‘살기’ 위한 ‘쓰기’
이소호 시인은 본때를 보여 주어야 한다는 엄마의 손을 잡고 쇼핑에 눈을 뜨게 되었다. 쇼핑은 학교 친구들이 자신을 무시하지 못하도록 도와줄 무기가 된다는 것을, 엄마의 뒤를 따르던 어린 시인은 직감적으로 알고 있었다. 멀끔한 모습으로 학교에 가자 전날까지 사나웠던 아이들의 눈빛이 왠지 부드러워졌고, 그때 시인은 확신했다. 쇼핑은 나를 살게 한다. 이후 좋아하는 곳을 오래도록 걷는 운동부터 시작해 보라는 의사의 조언에 백화점 산책을 일과로 삼고, 시에 대한 진심을 다치는 하루를 보낸 날에는 퇴근 후 절대 쓸 것 같지 않은 새빨간 립스틱을 사는 등 이소호 시인의 ‘오늘의 쇼핑으로 다가올 내일들을 살아 내 보기’는 계속되었다. 살아가야 하는 날들이 긴 만큼, 쇼핑에서의 수많은 시행착오와 우여곡절도 새로 산 물건들처럼 쌓여 갔다. ‘뉴 아이패드’로 대표되는, 사자마자 단종이 되는 물품의 목록이나, 늘 짝수로만 물건을 구입하는 버릇 탓에 사용하지 않는 물건은 따로 보관해 두는 리빙박스, 초심자는 전혀 알아들을 수 없었던 ‘라이브 커머스’의 은어들까지. 이소호 시인의 사는 행위가 단순히 돈을 쓰는 행위 이상의 여운을 남기는 것은 그것이 이소호 시인의 삶 곳곳에 절박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일 테다. 그 동아줄 같은 경험을 읽어 내려가며 우리는 우리를 ‘살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 곰곰 떠올려 보게 된다.
‘쓰기’ 위한 ‘팔기’
이소호 시인은 책 한 권을 써낸 후 그 책이 판매되어 독자에게 가닿는 과정까지 애쓰는 사람이다. 만지는 즉시 구매 당시의 풍광과 기억을 불러일으키는 물건의 힘을 믿기에, 그는 파는 위치에서 누구보다 성실하고 솔직하고 전심으로 임한다. 시집을 알리기 위한 노력을 아무런 주저함 없이 행하는 것이다. 이때 가장 기본적인 것은, 좋은 시집을 만드는 일이다. 이 책에는 ‘쓰다 만 시’ 폴더에 오랫동안 잠들어 있는 시, 잠들어 있다가 오랜 시간이 흐른 뒤 고쳐져 세상에 나온 시, 사랑을 생각하며 쓴 시, 공간을 상상하며 쓴 시, 거짓말로부터 출발한 시 등, 서로 다른 곳에서 출발한 시편들의 시작법이 담겨 있다. 첫 시집 『캣콜링』을 시작으로 이소호 시인의 시를 사랑해 온 독자들이라면 누구나 반갑게 책장을 넘길 것이다. 그렇게 완성된 시집이 출간된 뒤 시인은 늘 자신만의 굿즈를 제작해 왔다. 키링, 엽서, 책갈피, 선물박스 등 직접 제작한 굿즈들이 독자들로 하여금 시집을 한 번이라도 더 떠올리게 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에서다. 그리고 시인은 그 바람을 숨길 생각이 없다. 숨기기는커녕 자신의 시집이 “여기저기 나보다 더 멀리 떠나서 사진이라도 많이 찍혔으면 좋겠다”거나 “앞으로 모든 친구 선물은 내 책이었으면 좋겠다”는 등 읽히고자 하는 욕망을 가감 없이 드러낸다. 시인이 이토록 자신의 시집을 알리는 데 발 벗고 나서는 이유는 다른 무엇도 아닌, 시를 너무나 사랑하기 때문이다. 언젠가부터 삶 그 자체가 되어 버린 시 곁에 보다 오래 머물기 위해, 많이 사고 열심히 팔고 다시 치열하게 쓰는 그의 이야기로부터 누구든지 꼭 필요한 만큼의 용기를 얻어갈 수 있을 것이다.
영원을 담은 매일의 쓰기, 문학론 에세이 시리즈 ‘매일과 영원’
하루하루 지나가는 일상과, 시간을 넘어 오래 기록될 문학을 나란히 놓아 봅니다. 매일 묵묵히 쓰는 어떤 것, 그것은 시이고 소설이고 일기입니다. 우리의 하루하루는 무심히 지나가지만 그 속에서 집요하게 문학을 발견해 내는 작가들에 의해 우리 시대의 문학은 쓰이고 있으며, 그것들은 시간을 이기고 영원에 가깝게 살 것입니다. ‘매일과 영원’에 담기는 글들은 하루를 붙잡아 두는 일기이자 작가가 쓰는 그들 자신의 문학론입니다. 내밀하고 친밀한 방식으로 쓰인 이 에세이가, 일기장을 닮은 책이, 독자의 일상에 스미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