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다정하고 용감한 너를 찾아왔어.”
잿빛 먼지로 뒤덮인 세상에 색채를 더하는 아주 특별한 만남
우리는 근사하고 아름답게, 환한 세상으로 간다
한요나 장편소설 『회색에서 왔습니다』가 창비청소년문학 131번으로 출간되었다. 외출이 어려울 정도로 대기 환경이 오염된 ‘회색 행성’을 배경으로, 가상 교실에서 만난 두 소녀 ‘묘원’과 ‘서라’가 우정을 쌓으며 함께 비밀을 풀어 나가는 이야기가 가슴을 울린다. 서라의 과거에 숨겨진 비밀을 파헤치는 과정이 생생히 묘사되는 가운데 타인을 위한 다정과 용기가 빛나며, 험난한 기후 위기의 현실 속에서도 반짝임을 잃지 않고 힘차게 발을 내딛는 청소년들의 모습이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달라지는 환경에서 우리는 어떻게 손잡을 수 있을까. 그리고 그 속에서 우리가 만들어 갈 연대와 우정은 어떤 모양일까. 『회색에서 왔습니다』는 아름다운 미래를 그릴 수 있도록 근사하게 앞을 밝히는, 환한 양초 같은 소설이다.
목차
회색에서 왔습니다강묘원
백역에서 왔습니다 윤서라
표본실의 비밀 대화강묘원
용기의 법칙윤서라
표본실의 비밀 대화 2강묘원
비밀 외출강묘원
계획에 없었던 플랜 B윤서라
회색 무지개 너머강묘원
저자소개
출판사리뷰
도시를 가득 채운 먼지 속에서도
색색으로 찬란한 아이들을 만난다
기후 위기가 더 심각해진다면 지구는 어떤 모습일까? 대기 오염이 심각한 회색 행성에서 주인공 묘원은 학교에 직접 등교하지 못하고 오늘도 가상 교실에 접속한다. 가끔 산소마스크를 쓰고 절친한 친구 재은, 인수네 집에 방문하지만 햇살이 내리쬐는 모래사장에서 함께 뛰놀던 기억은 까마득해져 버렸다.
하지만 먼지가 가득한 잿빛 도시에서도 알록달록 빛나는 존재가 되고 싶은 아이들의 바람은 여전하다. 묘원은 유난히 선명한 색을 좋아하는 아이로, 회색 행성의 사람들이 주로 입는 칙칙한 색깔의 옷이 아닌 밝은 보랏빛 티셔츠를 입고 가상 교실에 접속한다. 아직 깨끗한 대기를 유지하고 있다고 알려진 ‘백역 행성’에서 전학 온 서라의 눈에 묘원이 들어온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서라 보라색 티셔츠를 입고 있었잖아. 애들이 입은 옷 색깔이 흉측하다고도 했고 말이야.
묘원 좋은 거지?
서라 좋은 거지. 그 교실에서 제대로 된 색깔이 있는 옷을 입은 애는 너밖에 없었어.
나는 순간 할 말을 잃었다. 내가 가장 듣고 싶었던 말이었다. 색이 있는 아이. (43면)
가상 교실의 아이들은 말이 없고 어두워 보이는 서라에게 다가가지 않는다. 하지만 백역 행성에 대한 환상을 지닌 묘원은 서라와 친해지고 싶다며 눈을 반짝이고 서라 역시 묘원에게 관심을 보인다. 직접 만날 수 없고 가상 교실 대화와 채팅만으로 소통할 수 있는 현실이지만, 둘은 서로에게 천천히 다가가며 소중한 우정을 키워 나간다.
단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너를 위해
단 한 번도 간 적 없던 세상으로
한편 서라에게는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한 비밀이 있다. 서라는 자신과 친구가 되어 너무나도 기뻐하고, 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묘원을 보며 서서히 믿을 수 있는 아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마침내 묘원에게 털어놓은 서라의 비밀은 바로 마음껏 움직일 수 있는 가상 교실에서와는 다르게 실제 자신은 병으로 누워 있다는 것, 그리고 어린 시절 갑자기 사라진 어머니를 찾고 싶지만 그럴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서라는 자유롭게 행동할 수 없는 자신을 대신해 어머니를 찾는 것을 도와달라고 요청한다.
서라의 진짜 이야기는 여기부터였다.
“도와줘. 네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어.” (93면)
묘원은 서라가 털어놓은 비밀에 함께 슬퍼하게 되고 어머니를 함께 찾아 주고 싶다고 다짐한다. 묘원은 다른 행성에서 진행하는 방송 「파인딩」에 출연해 서라의 사연을 알리겠다고 결심하고 우주선에 오른다. 회색 행성 친구들 재은과 인수 역시 묘원을 응원해 준다. 평생 간직할 우정을 위해서 모험을 떠나는 묘원의 뒷모습이 뭉클하게 마음에 와 닿는 가운데 묘원과 서라의 이야기는 어떤 결말을 맞이하게 될까? 서라는 어머니를 찾을 수 있을까?
회색빛 행성에 미래가 있다면
그건 나를 위한 네 마음에서부터 시작될 거야
『회색에서 왔습니다』는 여러 한계에 부딪히면서도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감각을 강하게 느끼는 두 청소년을 아름답게 보여 준다. 아픔을 겪고 있는 친구를 향한 공감과 안타까움, 그리고 그를 돕고 싶다는 마음이 묘원에게 빛나는 이정표가 되어 준다.
회색으로 가득한 행성에서도 색을 사랑하는 묘원처럼, 『회색에서 왔습니다』는 미래를 살아갈 청소년들에게 아픈 세상 속에서도 서로를 향한 소중한 마음을 잃지 말자고 힘주어 말한다. 묘원을 단단히 지지해 주는 재은과 인수, 혼란스러워하는 서라에게 늘 힘을 주는 친구 ‘아사’의 존재까지 모든 등장인물이 읽는 이에게 따스한 손을 내미는 듯하다.
“다행이야. 네가 다정하고 용기 있는 아이여서.”
“그래야만 한다면, 그래 봐야지.” (134면)
소설은 회색 먼지로 가득 찬 행성을 보여 주지만 회색빛 미래를 그리지 않는다. 묘원과 서라, 그리고 친구들은 서로의 눈동자 속에서 용기와 힘을 얻고 서로에게 기대어 오색의 미래를 그려 나갈 것이다. 『회색에서 왔습니다』는 세상을 밝히는 등처럼 우리의 마음을 물들일 특별한 작품이다.
미래는 상상할 수 있기에 참 좋은 것이다. (196면)
‘동화’는 이미 지나간 시대의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이 책을 선물처럼 내밀고 싶다.
이종산(소설가)
작가의 말 중에서
‘지금에 존재하기’만 하는 것은 인간 설계 과정에 들어가지 않은 모양이다. 그렇다고 해서 ‘미래로 향하기’가 쉬운 것은 아니다.
미래로 향하는 길은 아직 불이 켜지지 않은 길, 보이지 않는 길, 알 수 없는 길이기 때문에 말동무가 필요하다. 그래서 나는 글을 쓰고, 책을 읽고, 음악을 듣고, 영화를 본다. 나는 인간이 함께 걸으며 ‘성장하기’로 설계되었다고 믿는다.
그리고 어느 날,
당신도
당신 안에 까만 사과 씨앗처럼 앉아 있는
어여쁜 아이를 발견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