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나는 엄마가 죽은 뒤 그녀의 삶으로 건너가 보기로 결심했다.
무엇이 그 뒤에 숨겨져 있든 간에.”
피해자이자 생존자 그리고 나에게 전부를 준 당신의 인생이 지나간 자리
★★★★★ 한국인이라면 반드시 읽어야 하는 소설
★★★★★ 조선일보 곽아람 기자 추천
★★★★★ 2024 프랑크푸르트 도서전 주목 도서
오직 소설만이 할 수 있는 방법으로 세상이 외면한 그들의 삶을 감싸고 쓰다듬는 책, 2024년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서 “기대되는 한국 여성 작가의 등장”으로 주목받은 장편 소설, 그리고 한국인이라면 반드시 읽어야 하는 작품인 『영숙과 제이드』가 리프에서 출간되었다.
이 책은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이민 2세대인 딸 제이드가 엄마 영숙의 죽음 이후, 엄마의 옷장 깊숙이 숨겨져 있던 상자에서 나온 사진 한 장에서부터 시작된다. 젊은 시절의 엄마가 한 동양인 남자와 환하게 웃고 있는 사진. 미국인인 아빠일 리는 없는 이 남자는 대체 누구일까? 어쩌면 엄마가 가슴속 깊이 묻어둔 첫사랑이 아닐까? 사진 뒷면에는 남자로 추측되는 이름과 주소가 적혀 있다. 그 주소는 심지어 엄마의 집에서 멀지 않은 곳으로, 제이드는 자신이 알지 못하는 엄마의 삶을 더 알아보기 위해 그곳으로 떠나기로 마음먹는다.
제이드에게 엄마는 이해할 수 없는 이상한 존재였다. 알코올 중독에 외도를 일삼는 남편에게도 일평생 화 한번 내지 않으며 헌신적이었고, 영어가 서투르고 워낙 소극적인 성격 탓에 미국인과 어울리지 못했다. 의아하게도 미국에 사는 한인들과도 잘 어울리지 않았다. “엄마는 타인과 자신 사이에 얇은 벽을 쳐놓고, 그 벽 너머의 자신을 결코 보여주려 하지 않았다.” 심지어 딸 제이드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래서 엄마가 낯선 남자와 찍은 사진이 낯설고 생소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래도 엄마가 숨긴 삶의 조각을 찾아 맞추다 보면, 어쩌면 엄마라는 한 사람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실제 역사를 바탕으로 한 이 소설은 자료를 정리하고 집필하는 데 긴 시간이 걸렸다. 역사적 사건을 다루는 데다 여전히 망각하고 외면되어, 제대로 된 사과도 보상도 받지 못한 이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혹 왜곡으로 비칠까 봐 더욱 신중하고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준비한 까닭이다. 이 책 『영숙과 제이드』는 역사가 지운 이들의 삶을 한 올 한 올 풀어헤쳐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의미 있는 물음을 던진다.
목차
제이드 1 : 2019년 10월
제이드 2
제이드 3
제이드 4
제이드 5
영숙 1 : 1971년 4월
영숙 2
영숙 3
영숙 4 : 1972년
영숙 5 : 1973년
제이드 6 : 2019년 11월
영숙 6 : 2019년 9월
제이드 7
저자소개
출판사리뷰
“엄마가 죽었다. 그런데 유령이 죽을 수 있을까?
엄마는 살아 있을 때도 유령 같은 존재였는데.”
『영숙과 제이드』는 딸 제이드와 엄마 영숙의 시점이 교차되며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민 2세대로 정체성의 혼란을 겪으며 살아가는 제이드의 시점에서, 한국전쟁 이후 무너진 삶을 살아야 했던 영숙의 시점에서 쓰였다. 두 시점이 교차하며 드러나는 영숙의 비밀스러운 삶은 어떤 모습을 갖고 있을까.
제이드의 엄마 영숙은 말 그대로 유령 같은 사람이었다. 주변에 가까운 사람도 없었고, 바깥 외출을 하지도 않았다. 대신 늘 집이 깨끗하도록 치우고, 딸이 먹을 한국 음식을 정성스레 준비하는 게 전부였다. 그리고 제이드가 엄마를 외면하는 순간조차도 조용히 감내하며 딸이 다시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남편과 이혼한 제이드가 손녀와 함께 돌아올 때도 묵묵히 받아들인다. “넌 나처럼 살지 않았으면 해”라고 하면서.
그렇게 살다 보면 엄마도 자신에게 세운 벽을 허물 거라고 믿은 제이드. 하지만 시간은 그들의 편이 아니었다. 치매에 걸린 영숙은 딸을 알아보지 못하고, 제이드를 “경아”라고 부른다. 엄마의 입에서 나온 낯선 이름, 경아는 대체 누구일까. 그리고 엄마가 죽은 뒤 발견한 상자에서 나온 사진 속 남자는 누구일까. 그렇게 제이드는 숨겨진 엄마의 삶 속으로 걸어 들어가게 되는데……
“누군가는 타락한 여자라 불렀고,
또다른 누군가는 피해자라고 했다.
하지만 그의 진짜 이름은 불친절한 운명과 용감히 싸운 ‘생존자’이다.”
이 책은 우리나라의 역사를 배경으로 써낸 르포형 소설로, 실제 사건과 그 장면을 눈앞에서 바라보는 듯한 촘촘하고 섬세한 묘사를 선보인다. 다만 그 장면들은 너무나 처절해 읽는 것만으로도 괴로움이 일게 된다.
이를테면 집 살림에 보탬이 되고자 식모살이하다 업자에게 속아서 미군 기지촌으로 가게 되는 여성들의 기구한 삶이라던지, 일반 의료기관에서는 쓰지 않는, 통증이 심하고 과민성 쇼크로 사망에 이를 수도 있는 페니실린 주사를 성병 치료 목적으로 무차별적으로 맞게 하는 장면, 그보다 더 끔찍한 것은 가족조차 그들에게 등을 돌리고 손가락질하는 대목이다. 그들에게 있어 여성들은 가엽고 죄 없는 피해자가 아닌 정절로 표상되는 여성상의 파괴자이기 때문이다.
인권을 유린당하면서도 저항할 수 없고, 잘못한 것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숨죽여 살아야 했던 여성들의 삶이 책 속에서 한 겹씩 드러날 때, 독자들은 자연스럽게 죄책감과 불편함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지금까지도 그들은 제대로 된 사과도 보상도 받지 못한 채 세상에서 지워지고 있는 존재들이기 때문이다. 『영숙과 제이드』는 소설의 이름을 빌려 세상에서 지워진 그들의 이름에 숨결을 불어 넣고 그로써 누군가 한 명이라도 이들을 기억하기를, 이들의 삶이 글로 남아 퍼트려지고 기억되기를 바라며 출간되었다.
“어떤 이는 엄마를 타락한 여자라 불렀고,
다른 이는 엄마를 가리켜 피해자라고 했다.
하지만 내게 있어 엄마는 불친절한 운명과 용감히 싸웠던 생존자였다.”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