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한편으로는 언론에 대한 신뢰가 땅에 떨어지고 전통 언론의 사회적인 영향력도 큰 의미가 없어졌다는 주장이 나오고, 다른 한편으로는 언론의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기 위해 언론을 개혁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굳이 영향력도 없어졌다는 공영방송을 놓고 정치 진영 사이에 쟁탈전이 벌어진다. 이런 와중에 고위 공직자들조차 언론의 비판적인 보도가 나오면 명예훼손이라고 소송을 내고, 초상권이나 사생활 침해 등의 주장도 넘쳐난다. 종종 방송 화면은 기자 외에는 모자이크 처리되기 일쑤이고, 주요 공직자들조차 익명으로 보도되는 경우가 많다. 어떤 사람들은 언론이 흉악한 범죄자들까지 가려준다며 불만이고 어떤 사람들은 언론이 과잉 보도를 한다고 비판한다.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사생활을 파헤쳐도 정당한 공적 관심사라고 생각하고, 반대의 경우는 조금만 비판적인 보도가 나와도 언론의 과잉 보도, 부당한 보도라고 생각한다. 언론 개혁이 필요하다며 저마다 마음에 들지 않는 언론을 비판하지만, 그것이 자기가 좋은 언론이라고 생각하는 곳은 물론 자신에게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이 책은 이런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언론의 본질과 언론윤리에 관심을 가진 일반 뉴스 소비자를 위한 것이다. 도대체 언론은 어떤 기능을 수행하고 좋은 언론과 그렇지 않은 언론을 가르는 윤리적 기준은 무엇인지를 아주 쉽게 설명한다. AI, SNS 시대를 맞아 이제는 가해자와 피해자가 엄격하게 갈라지지 않는다는 점, 누구나 가해자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물론 언론인도 자신들이 하는 일이 무엇인지, 또 언론 윤리의 기본 원칙이 무엇인지를 차분하게 점검해 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언론, 언론윤리에 대한 교양서이면서, 보다 깊이 있는 내용을 알고 싶은 독자들을 위한 참고문헌과 색인까지 갖추고 있다.
30년 가까이 언론 현장에서 일한 뒤 국내 유일의 정규 저널리즘 실무 교육기관인 세명대학교 저널리즘대학원에서 5년째 현직 언론인과 예비 언론인 교육을 하고 있는 필자는 복잡한 언론윤리 쟁점을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특히 다양한 목적에 따라 책을 활용할 수 있도록 실용적인 측면을 고려해 체계를 구성했다. 언론에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누구든 관심이 있는 부분을 골라 아무 곳에서부터 읽어도 된다. 모두 18개의 장으로 나누어 놓았는데, 대학 강의나 미디어 교육 과정의 필요에 따라 적절하게 선택하거나 묶어서 강의 교재로 활용할 수 있도록 구성돼 있다.
목차
글을 시작하며
제1부-언론의 기능과 언론윤리
제1장 언론의 기본적 역할과 언론에 대한 비판
새벽에 군인들이 방송국을 점령한 이유
언론의 자유’가 수행하는 4가지 기능
비판적인 언론 소비와 언론의 본질에 대한 이해
제대로 된 정보 전달 위해서는 언론의 품질도 중요
제2장 언론윤리의 세 가지 기본 원칙
언론윤리 제1 원칙: 사실성
언론윤리 제2 원칙: 공익성
언론윤리 제3 원칙: 독립성
제3장 소비자가 결정하는 언론의 품질
소비자 눈치를 보는 한국 언론
보도에 대한 ‘정상적 비판’과 ‘정치적 공격’을 가려야
소비자의 요구가 언론의 수준과 품질을 결정한다
제2부-AI·SNS 시대, 모두가 알아야 할 쟁점들
제1장 명예훼손 관련 쟁점들
사실을 언급해도 책임을 질 수 있다
실명 보도와 익명 보도, 무엇이 원칙일까?
대상자가 특정되는지가 중요하다
공익성이 있으면 책임을 면할 수 있다
의견으로는 명예를 훼손할 수 없다
제2장 초상권 보호 문제
모두가 피해자와 가해자가 될 수 있는 초상권
언론윤리 규범에 규정된 초상권 보호
사람들 앞에 나서면 초상권 보호도 사라진다
제3장 사생활 보호 문제
공익성과 선정적 호기심의 차이
언론윤리 규범은 사생활 보호를 어떻게 규정하나?
공개될 수 있는 사생활과 그렇지 않은 것의 구별
제4장 공인의 범위와 효과
판례를 통해서 살펴본 공인의 범위
행정부 규칙에 나타난 공인의 범위
공인 여부 판단에 따라 어떤 차이가 있나
제5장 취재에 관한 윤리적 쟁점들
취재할 때도 예의를 지켜야
취재할 때는 꼭 신분을 밝혀야 하나?
신분을 밝힌 ‘공식 취재’가 중요한 이유
제6장 취재에 관한 법적 쟁점들
취재원과 대화를 녹음하면 안 되나?
취재는 합법적으로 해야 한다
청탁금지법과 취재 활동
제7장 저작권과 관련한 쟁점들
사실 자체는 누구의 것도 아니다
남의 노력을 존중하는 것이 원칙이다
저작물도 정당하게 이용할 수 있다
제8장 범죄 보도를 어떻게 할 것인가
범죄 보도를 하는 이유
법원이 실명 범죄보도를 금지한 이유
무죄추정 원칙과 수사 중인 사건 보도
언론이 피의자 신상을 공개해도 될까?
제9장 사실 보도를 둘러싼 쟁점들
오보는 불가피하다
따옴표 저널리즘은 무엇이 문제인가?
사실 보도라고 뭐든 해도 되는 것은 아니다
제10장 허위조작정보 혹은 ‘가짜뉴스’ 문제
허위조작정보 문제의 심각성
AI와 SNS의 허위조작정보에 넘어가지 않는 방법
언론 보도에 대한 ‘가짜뉴스’라는 공격
제11장 언론의 정파성과 신뢰 문제
블랙홀이 된 정파성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이해충돌이라는 오래지만 새로운 과제
언론 신뢰도는 사회적 신뢰 문제다
제12장 언론에 대한 수사나 출석 요구
언론에 대한 강제 수사 문제
취재원 보호 원칙과 법적 절차의 충돌
제3부-언론윤리와 법적 문제에 관한 실용적 조언들
제1장 명예훼손을 예방하기 위해 기억할 것들
누군가를 비판할 때는 법적 문제에 대비해야
명예훼손의 기본 구조 이해하기
감정적·자극적 표현의 위험성
당사자 반론의 중요성
제2장 초상권 침해 문제를 피하는 방법
섭외와 동의 과정을 기록으로 남겨야
촬영은 최대한 공개적으로…특정인 부각 유의해야
촬영할 때 유의할 사항들
제3장 언론에 대한 불만을 처리하는 적절한 방법
당사자들 사이의 자율적 분쟁해결이 제일 좋다
불만이 접수된 뒤의 대처 방법
분쟁해결절차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미주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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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출판사리뷰
책의 세부 구성은 다음과 같다. 이 책음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뉘어 있다. 제1부는 왜 모든 권력은 언론을 자기편으로 만들려고 하는지, 나아가 언론을 장악하려 하는지를 비롯해 언론이 사회적으로 어떤 기능을 수행하는지를 보여준다. 또 좋은 언론인지를 판단하기 위한 언론윤리의 세 가지 기본 원칙을 설명하고, 소비자가 언론 품질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를 보여준다. 언론 사업자들의 책임 못지않게 소비자의 책임이 크다는 점을 지적한다.
책의 제2부는 AI, SNS 시대에 모든 사람이 알아야 할 언론윤리 관련 쟁점들을 다룬다. 명예훼손 관련 쟁점들에서부터 초상권, 사생활 보호, 공인, 취재 관련 쟁점, 저작권, 범죄 보도, 오보와 따옴표 저널리즘, 허위조작보도, 언론의 정파성, 언론에 대한 수사 등의 다양한 쟁점을 다룬다. 쟁점이 된 주요 사례들도 함께 다루는데, 무엇보다 AI, SNS 시대를 맞아 모든 사람이 이런 쟁점의 피해자 뿐만 아니라 가해자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일깨워 준다. 마지막 제3부는 일반 소비자는 물론 언론인들도 알아놓으면 좋을 실용적인 내용을 담았다. 명예훼손을 예방하기 위한 사항들과 초상권 침해를 피하기 위한 방법, 그리고 언론에 대한 불만을 처리하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언론에 대한 공격이 당연한 듯 보이는 이유
한국의 언론 소비자들은 언론에 불만이 많다. 언론에 대해 긍정적인 이야기를 하는 사람을 만나기는 쉽지 않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보면 언론 보도를 허위조작이라고 주장하거나 기자를 ‘기레기’ 운운하는 식으로 함부로 말하는 사람들이 즐비하다. 특이한 일은 전현직 언론인 중에도 그런 사람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언론인들 스스로 자기 마음에 들지 않는 다른 언론사나 기사, 특정 언론인 등에 대해 함부로 말을 하니 언론 소비자들로서는 언론을 그렇게 평가하는 것이 당연한 듯 여겨진다.
정치인이나 고위 공직자들도 언론에 대한 부정적 정서가 사회적으로 퍼지는 데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그들은 자신에 대한 비판 보도가 나오면 일단 ‘가짜뉴스’라고 공격한다. 미국의 트럼프 전 대통령이 애용하던 방식이다. 혹시 자기 잘못이 드러나도 언론 보도에 의도가 있다거나, 취재나 보도 과정에서 언론윤리를 위반했다고 비판하고, 이도저도 아니면 과잉보도라고 공격한다. 이성적으로 보면 억지를 부리는 것에 불과한데, 실제로 현실 속에서는 이런 식의 대응이 통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보도가 대체로 사실이라도 조금이라도 틀린 부분이 있으면 그것을 집중 부각해서 언론중재도 신청하고 소송도 내면서 강력하게 대응하는 일이 종종 벌어진다. 이렇게 하면 애초에 문제를 취재해 보도했던 언론은 위축되고, 다른 언론은 눈치를 살피게 된다. 일반 뉴스 소비자들은 언론중재 등에서 사소한 부분이라도 정정이나 반론을 하라는 결정이 나오면 별 잘못도 없는데 엉터리 보도를 했던 것으로 여길 수 있다. 언론에 대한 신뢰가 높으면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다. 특정 사안에 대해 보도가 쏟아지는 것을 불편해 하는 사람도 많지만, 사회적 쟁점이 될 만한 사안에 대한 다른 언론의 후속 보도를 막아버리는 것은 큰 문제다. 일부 언론이 어떤 쟁점을 발굴해 보도하더라도 다른 언론이 외면하게 만들면 아무 문제도 없었던 것처럼 슬그머니 넘어갈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애초의 보도가 잘못된 것처럼 여겨지는 것이다.
항상 ‘개혁’ 대상으로 꼽히는 언론
이러니 한국에서 언론은 항상 개혁 대상으로 꼽힌다. 언론의 고발 보도 대상이 된 사람은 오히려 보도한 언론이 문제라고 공격하고 나서기 때문이다. 2021년 당시 여당이던 민주당이 언론의 잘못된 보도로 인한 피해 구제가 너무 미약하다며 언론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하려고 시도한 적이 있다. 언론 신뢰도가 매우 낮다거나, 강력한 규제를 도입해서라도 잘못된 언론을 고쳐야 한다는 몇몇 여론조사 결과가 정치권이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추진하는 근거로 활용됐다. 심지어 2024년 국회의원 총선 과정에서는 일부 야권 후보들이 언론개혁을 내세우며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을 주장했는데, 그중에는 집중적인 검증 보도의 대상이 된 후보도 있었다. 일부 민주당 소속 의원들은 22대 국회가 문을 열자마자 언론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하자는 법안을 냈다.
한국에서는 언제부터인가 언론 문제에서 자유를 얘기하는 사람은 사라지고 ‘공적 책임’과 ‘규제’를 강조하는 목소리만 높아졌다. 언론 규제를 강조하는 사람들은 언론이 권력을 감시하는 존재가 아니라 기득권의 하나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다 보니 언론의 권력 비판을 정치적 공격이라고 보고, 조금이라도 문제가 있으면 권력 남용이라고 비판하며 개혁 대상으로 지목하는 것이다.
언론은 분명히 사회적으로 권력을 갖고 있다. 하지만 그것은 본질적으로 사실을 말하는 데서 오는 반사적인 영향력이다. 언론은 뭔가를 만들어 내거나 집행하는 기관이 아니다. 그저 지켜보고, 관찰하고, 그 결과를 사회적으로 공유하는 역할을 한다. 더구나 원칙적으로 어느 한쪽을 편들기 위한 활동을 하는 것도 아니다. 그러니 본질적으로 불편할 수밖에 없는 존재다. 평소 친하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무엇인가 잘못을 저지르면 당장 내일이라도 바로 비판하고 나설 것이기 때문이다.
〈불편한 언론: 정파적 언론 생태계, 현실과 해법〉에서 언급한 것처럼 언론은 누구에게나 조심스럽고 불편한 존재이고, 또 그래야 마땅하다. 언론이 뭔가 영향력을 갖고 있고 또 권력처럼 보인다면 그것은 누군가 사실을 숨기려 하거나 거짓말을 하고 있을 때이다. 언론이 하는 일은 어딘가 숨겨진 사실을 드러내고 거짓말을 검증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사실을 투명하게 드러내고, 거짓말을 하지 않는 사람은 언론을 두려워할 일이 없다.
한국 사회에서는 언론윤리 문제조차 정치적 쟁점처럼 다뤄지는 경우가 많다. 문재인 대통령 재임 시기에도 가짜뉴스와의 전쟁, 징벌적 손해배상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건 관련 언론 보도 등이 사회 전체를 흔드는 쟁점이 되었다.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 사건으로 〈채널A〉 기자가 구속되기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계속 언론 문제가 정치 쟁점이 되었다. 역시 가짜뉴스가 문제가 됐고, 대선 과정에서의 몇몇 보도에 대한 수사가 여러 갈래로 진행됐다. 똑같은 공영방송을 놓고 어떤 이는 이전의 보도가 문제였다고 하고, 어떤 이는 지금 보도가 문제라고 한다. 여야 정치권력은 서로가 공영방송을 장악했다고 공격한다. 공정성을 가장 중요하게 다뤄야 하는 선거방송심의위원회가 22대 총선 기간 내내 공정성 시비와 정치 심의 논란에 휘말리기도 했다.
이런 혼란스러운 상황은 우리에게 언론은 무엇인지, 어떤 역할을 하는 것인지, 언론윤리는 도대체 어떤 것인지를 차분하게 돌아볼 것을 요구한다. 언론이 무엇인지, 언론은 어떤 식으로 작동하는지, 언론이 추구해야 하는 것은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이 다르다면 언론에 대한 평가 자체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
AI·SNS 시대에 언론윤리는 구성원 모두의 책임
이 책은 이런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언론의 본질과 언론윤리에 관심을 가진 일반 뉴스 소비자를 위한 것이다. 물론 언론인도 자신들이 하는 일이 무엇인지, 또 언론윤리의 기본 원칙이 무엇인지를 차분하게 점검해 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한국의 언론 관련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서 언론 소비자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기본적으로 언론 문제를 공급자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상황일 뿐만 아니라, 문제 해결의 주도권은 사실상 소비자에게 넘어갔기 때문이다. 제1부에는 언론의 기능과 언론윤리의 기본 원칙과 함께 언론 문제에서 차지하는 소비자의 비중이 얼마나 큰지를 담았다.
일반 독자들로서는 소비자가 언론의 수준과 품질을 결정한다는 필자의 주장이 매우 불편할 수 있지만 어쩔 수 없다. 언론 개혁을 주장하는 많은 사람들, 특히 언론에 대한 공적 규제 강화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현재의 언론 상황은 오로지 공급자가 주도하고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실은 언론 시장은 이미 소비자가 주도권을 행사한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수많은 디지털 매체, 나아가 유튜브 등 개인 미디어까지, 지금 우리 앞에는 기존의 전통 언론이 중심일 때와는 완전히 다른 언론 시장이 펼쳐지고 있다. 아무리 좋은 심층 기사를 써도 시청자와 독자가 별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표피적일 뿐만 아니라 편향적인 기사를 대충 써놓아도 조회 수가 폭발하는 현실은 공급자들에게 뉴스 생산 방식을 바꾸게 만든다. 언론을 향해서 온갖 비난을 퍼붓는 시청자, 독자들이 사실은 언론이 그런 보도나 콘텐츠를 생산하도록 이끌고 있다는 역설적이고도 불편한 사실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 특히 소수의 인원으로 확실한 정파적 콘텐츠만 생산해도 매년 수십억 원의 흑자를 내는 몇몇 사례는 언론 시장의 현주소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제2부에서는 가장 일반적인 언론윤리 쟁점인 명예훼손 문제에서부터 초상권과 사생활 보호 등 주요한 취재·보도 쟁점을 12개의 장으로 나눠 살펴보았다. 각각의 쟁점을 깊게 들어가면 끝이 없겠지만 일반 독자들이 꼭 알아두면 좋을 정도의 내용만 추렸다. 특히 인공지능AI 시대, 유튜브 시대를 맞아 생산자와 소비자의 경계가 희미해지고 있는 현실도 반영하려고 노력했다. 소비자이면서 한편으로는 생산자가 되기도 하는 상황에서 실제로 자신이 사진이나 글을 올리는 행위를 통해 어떤 문제에 노출될 수 있는지를 이해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AI, 유튜브 시대에 언론윤리는 사회 구성원 모두의 책임이라는 말이다.
마지막 제3부는 조금은 실용적인 내용을 담았다. 명예훼손과 초상권 문제를 조금 더 구체적으로 알고 싶은 사람을 위한 것인데, 이런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 필요한 내용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 보았다. 생산자와 소비자의 경계가 흐릿해진 상황에서, 자신의 글이나 사진으로 명예훼손, 초상권 침해 등의 문제가 생기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실무적인 지침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또 언론 관련 불만을 처리하는 방법도 간단하게 정리해 놓았다. 이런 절차는 언론 활동을 하는 사람도 조금 체계적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언론인들은 언론사에 직접 연락해서 불만을 토로하는 사람을 매우 고마워해야 한다는 점을 꼭 기억하는 것이 좋다. 그런 불만을 적극적으로 해소해 주는 것이 취재와 보도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책의 구성은 이렇게 나누어 놓았지만 그렇다고 굳이 어떤 특정한 순서에 따라 이 책을 읽을 필요는 없다. 그냥 마음 내키는 대로, 읽고 싶은 부분을 찾아보면 그만이다. 일반 독자를 대상으로 한 책이기는 하지만 혹시 대학이나 언론 교육 현장에서 언론윤리에 관한 교재로 사용할 수 있도록 장과 절을 나누었고, 분량도 적절히 조정하였다. 주석을 달고 색인 표시를 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논쟁적인 부분에서 판례 등의 경향과 생각이 다른 부분은 개인적인 의견이라는 점을 명확하게 밝혀 놓았다.
각자가 할 수 있는 일부터 시작하자
언론 관련 책을 내는 것은 지금의 출판 시장 상황에서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도 시장성과 무관하게 이런 언론윤리 관련 책을 내자고 먼저 손을 내밀어준 한국문화사에 특별한 감사를 전하고 싶다. 특히 편집자 강인혜 님은 자칫 무겁게 보일 수 있는 언론윤리에 관한 책을 독자들이 쉽게 펼쳐 볼 수 있도록 만들기 위해 정성을 기울여 주었다. 교양도서 저술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일반 독자들을 위한 언론윤리를 책으로 정리하는 것을 지원해준 한국연구재단에도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언론에 대해 진지한 고민 없이 쉽게 말하는 분위기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런 현상이 퍼진 데에는 언론인과 언론 연구자들의 책임이 분명히 있다. 어떻게든 언론에 대한 존중과 진지한 논의를 위한 토대를 만들기 위해, 각자가 자기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 책이 그런 노력을 위한 작은 디딤돌 하나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