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냉철한 논리와 따뜻한 마음으로 우리나라 조세·재정 정책을 비판하고
새로운 미래를 제안하는 교양서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미국의 경제학자 폴 새뮤얼슨은 이렇게 말했다. “마틴 루서 킹처럼 우리에게도 꿈이 있다. 시장의 뛰어난 효율성은 인간적인 사회라는 목표를 위해 견제될 수 있다는 꿈이다. 이성은 결코 알 수 없는 이유가 가슴엔 있다. 그러나 경제학자의 일은 가슴에서 솟는 목표와 증거에 기초한 이성을 결합하는 것이다.” 이 말처럼 저자는 홍익대학교 경영대학 교수와 한국조세재정연구원장을 지내면서 꾸준히 인간과 환경을 위한 조세론을 연구하고 주장해왔으며, 그 정수를 이 책에 펼친다.
세금을 내는 처지에서는 절세 이야기에 솔깃할 수밖에 없지만, 이 책은 절세의 요령을 귀띔해주지는 않는다. 대신 우리 사회가 토론하고 추구할 만한 조세·재정 정책의 방향을 제시한다. 시민을 위한 복지 혜택을 OECD 국가들의 중간 수준으로 높여야 하는 우리로서는 조세 부담률의 점진적 증가는 피할 수 없다. 다만 국가는 정의로운 적극적 조세·재정 정책으로 모든 국민이 사람답게 살 수 있고 풍요로운 나라를 만들어가야 한다. 이것이 우리가 처한 경제의 내우외환을 기회로 바꾸는 방법이다.
경제 정책의 핵심은 소득과 자산에서 지대적 요소를 줄이는 것이고, 가장 효율적인 과세는 지대를 창출하는 자산에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다. 공평성과 효율성이라는 조세 제도의 기준에 맞게 소득세·법인세 체제를 개편해, 조세 정책이 사회적 재분배 및 양극화 치유의 기능을 할 수 있게끔 해야 한다. 종부세와 상속세제에서 일부 특권층의 이익에는 도움이 되지만 사회 전체의 이익에는 부합하지 않는 요소를 제거하고, 소득 취약 계층이나 저출생 시대에 부양가족이 많은 세대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제도를 신설함으로써 좀더 공정하고 미래 지향적 조세·재정 정책을 만들 수 있다. 저자는 국가의 미래를 위해 조세·재정 정책을 치밀하게 준비하고 담대하게 실천하자고 역설한다. 우리나라의 조세 제도에 대한 기본 지식과 의견을 갖추고 싶다면 절세의 요령 없이도 만족할 만한 책이다.
목차
1부 사회와 재정
01 다층적 위기의 한국 사회
02 재정의 기능과 세금의 역할
2부 재정 정책의 현실적 갈등
03 재정 정책의 효과
04 재정의 지속 가능성
05 재정 운영의 거버넌스
3부 조세 정책의 현실적 갈등
06 조세 부과의 원칙
07 소득세
08 법인세
09 부가가치세와 소비세
10 부동산에 대한 과세
11 상속 증여세
12 과세 행정과 납세 순응
4부 문재인 정부의 조세·재정 정책에 대한 평가
13 문재인 정부의 조세·재정 정책
5부 사회 보험과 조세·재정 정책
14 사회 보험 재정
6부 한국 사회에 필요한 조세·재정 정책
15 경제·사람·환경을 위한 조세·재정 정책: 적극적·포용적 재정 운영의 필요성
주
참고문헌
저자소개
출판사리뷰
책의 내용
1부 사회와 재정에서는 불평등·기후 변화·세계 경제 질서의 재편 등 우리 경제의 다층적 위기를 진단하고, 이런 상황에서 국가가 조세·재정 정책을 통해 성장과 분배의 선순환과 경제 혁신을 추구할 수 있음을 살펴본다. 이렇게 하려면 정당과 정치인 들이 스스로 추구하는 가치에 맞는 조세 관련 공약을 제시하고 일관성 있게 추진해야 한다.
2부 재정 정책의 현실적 갈등에서는 재정 정책의 효과, 재정의 지속 가능성, 재정 운영의 거버넌스를 다룬다. 먼저 재정 정책은 경기 침체기, 특히 지금 같은 저금리 시대에 경기 부양책이 될 수 있다. 이는 단기적 경기 부양을 넘어 성장 잠재력의 쇠퇴(예: 경제 침체기에 실직한 인적 자원이 시간이 지나며 훼손되어 이전처럼 회복하기 어려워짐)를 막아줌으로써 장기 성장률 제고에 기여할 수 있다. 우리의 재정 여력은 GDP 대비 국가 채무 비율·외환 보유액 순위 등을 볼 때 충분하지만, 대규모 국채 발행은 자본 시장의 이자율을 높일 수 있으므로 신중히 조정해야 한다. 재정 지출을 국채 발행으로 조달하면 재정 지출 확대에 따라 GDP가 올라가는 재정 지출 승수 효과가 발생해, 경제가 성장하고 추가 세수가 발생한다. 재정 지출의 효과가 계속된다면(이력 효과) 세수도 꾸준히 증가해 정부가 쓴 재원을 회수할 수 있으며, 일정한 조건을 만족하는 경우 재정 지출 확대의 이자 비용을 따로 마련하지 않아도 된다(자기 조달).
재정의 지속 가능성과 관련해 단기적 재정 건전성에서 장기적 재정 건전성으로 시야를 넓혀야 한다. 불확실성이 높은 현시점에 재정 준칙에 대한 논의는 경기가 좋지 않을 때 오히려 자금을 덜 쓰는, 잘못된 경기 대응을 유도할 가능성이 높다. 지금은 저성장·양극화 해결을 위한 복지·고령 인구 재교육·저탄소 에너지 개발 등 성장동력을 위한 지출을 적극적으로 해야 할 때다. 더불어 예산 편성·심의·확정·결산으로 이어지는 재정 운영 거버넌스를 합리적으로 개선하려면 예산 편성 조직을 대통령실 위주로 개편해야 한다. 대통령제 민주 국가에서 대통령이 재정 운영도 하고 선거를 통해 책임도 지는 것이 온당하기 때문이다. 동시에 재정 운용의 정합성을 높이기 위해 상의하달식 예산 편성의 상징인 재정전략회의를 강화해야 한다. 중앙정부는 지방자치단체의 사업에 필요한 예산과 인력을 이양함으로써 권리와 책임을 나눠야 한다.
3부 조세 정책의 현실적 갈등에서는 조세 부과의 원칙을 살펴보고, 소득세·법인세·소비세·부동산세·상속 증여세·과세 행정 및 납세 순응과 관련한 현 상황 및 대안을 탐색한다. 바람직한 조세 제도의 두 가지 요건은 공평성과 효율성이다. 세제 개혁은 세법의 원칙을 제도에 반영하는 작업이어야 하는데 세법 개정은 유력한 납세자들의 이해를 대변하는 정당들이 타협해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전체 국민의 이익에 부합하는 세법이 자리 잡으려면 정당이 보통 주권자들의 입장을 대변해야 한다. 세법의 대원칙은 국가의 재원 조달을 위한 세 부담을 구성원들에게 공정하게 배분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실제 고통을 느끼는 주체인 개인을 단위로 하는 소득세가 조세 체계의 중심이 된다. 이상적 소득세는 개개인의 소득을 종류별로 모두 합산해 과세하는 것으로, 대부분의 나라에서 누진 세율을 적용한다. 세법의 원칙이 고통의 균등한 분담이라면 한계 효용 체감의 법칙에 따라 고소득자들에게 높은 세율을 적용하는 것이 합당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법인세·부가가치세·상속세와 같은 세목도 공정한 과세에서 중요한데, 개별 세목들은 전체 조세 체계의 일부이므로 소득세와 연관성을 잘 살펴야 한다. 부가가치세로 대표하는 소비세는 소비가 과세 대상이기 때문에 파악이 쉬운 장점이 있는 반면, 누진 세율을 적용하기 어려워 공평한 고통 분담 면에서는 열등하다는 단점이 있다. 소득세와 소비세를 병행 과세하면 징수 비용을 절감할 수 있으나, 전체 세수에서 소득세보다 소비세 비중이 더 큰 상황은 지양하는 것이 좋다. 세계 경제의 현안이 인플레이션 관리인 상황에서 부가가치세를 확대하면 전체 물가가 상승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납세자에게 마땅하고 그가 감당할 수 있는 과세, 즉 응능 과세 원칙은 수평적 공평성과 수직적 공평성이 구성한다. 수평적 공평성은 동일 소득 수준에 대한 동일 세 부담을 뜻한다. 원칙은 소득 종류 구분 없이 개인에게 귀속시켜 동일 과세하는 것이다. 수직적 공평성은 경제력이 다른 사람들에 대한 공정한 세 부담을 뜻하며, 여기에 대해서는 다양한 견해가 있다.
마지막으로 과세 행정과 납세 순응을 다룬다. 세무 조사의 유효성 확보 방안을 보면, 성실 납세자에 대한 세무 조사 면제가 효력을 발휘하기 위해 탈세 적발 시 거의 매해 세무 조사 대상으로 하고, 기업 세무 조사를 유예하지 않는 제도는 유지해야 한다. 소신 있는 세무 행정을 위해 국세청장 임기를 보장하고, 국세청장 인사 및 중립 권한이 있는 위원회를 만드는 내용의 국세청법 제정이 필요하다. 국세 공무원이 퇴직 후 회계·법무 법인으로 자리를 옮기는 일을 금지하고, 국세청에 금융 거래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탈세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형사법에 탈세에 대한 강력한 처벌 조항을 만들고, 일정 규모 이상을 탈세할 경우 징역형을 의무화함으로써 탈세 관행을 근절하겠다는 의지를 세워야 한다. 이는 경제·정치권력과 담합한 법원이 판결을 회피할 수 없도록 국회가 명확히 법제화해야 한다.
4부 문재인 정부의 조세·재정 정책에 대한 평가에서는 저자가 한국조세재정연구원장으로 재직한 지난 정부의 조세·재정·부동산 정책을 평가한다. 재정 정책을 강화해 사회 안전망을 확충하고, 코로나 위기에 대응하고, 한국판 뉴딜 계획을 발표한 것은 성과였으나, 세입 기반 확충을 위한 노력은 소극적이었다. 이는 더 낮출 수 있던 재정 적자 및 국가 채무의 증가, 취약한 분배 개선 효과로 귀결했다. 자산 관련 조세 정책의 일관성 및 적극성 부족으로 갭투기가 성행하는 등 부동산 시장은 불안했고,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도 떨어졌다. 조세·재정 정책 수단의 잠재력을 담대하게 활용해 시대와 상황이 요구하는 정책을 실행하지 못한 것이다. 관료 집단과 의사소통에서도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국민이 선출한 정치 권력으로서 문재인 정부가 추구한 포용과 균형 성장 기조는 정치적·경제적 명분이 충분했지만, 정책을 실행하는 기재부나 금융 관료들을 그들이 전통적으로 중시하는 재정보수주의·시장자유주의에서 두 발짝 이상 나아가게 하지는 못했다.
5부 사회 보험과 조세·재정 정책에서는 국민연금·건강 보험과 같은 사회 보험 재정을 살펴본다. 국민연금을 중심으로 하고 퇴직 연금 및 개인연금이 이를 보완하는 구조에 근본적 변화가 필요하다. 건강 보험 재정에서는 효율적 비용 관리 정책이 매우 중요하다. 건강 보험 기여금 체계는 가능한 한 넓은 세원으로 확대해, 보험료율이 지나치게 상승하지 않도록 관리할 필요가 있다. 전체 노후 소득 보장 체계에서 투입한 재원에 비해 기여도가 낮은 제도가 퇴직 연금과 개인연금으로, 사적 연금인 퇴직금 재원이 회사와 노동자 기여분 모두 공적 연금보다 훨씬 크다. 이런 상황을 해결할 대안을 모색하는 것이 중요하다. 국민연금을 펀드 Ⅰ과 Ⅱ로 나눠 펀드 Ⅰ은 지금처럼 운영함으로써 재분배 기능을 유지하고, 펀드 Ⅱ는 재정이 지속 가능한 범위 내에서 소득에 비례하는 높은 급여액을 설정하는 방법을 생각해볼 수 있다.
건보료 산정에서 현재처럼 근로 소득이 없는 지역 가입자의 재산만 고려할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는 근로 소득자의 재산도 계산해 완전한 응능 과세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미래의 보험료 인상률을 낮출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할 수 있다. 의료 수가 제도와 의약품 가격 제도는 의료인·의료기관·제약사의 영리 추구와 공공의 이익이 조화를 이루도록 운영해야 한다. 이런 제도가 정착할 수 있는 기반인 데이터는 단기적으로는 공공의료원, 장기적으로는 모든 종합병원의 자료를 사용한다. 의과대학 정원 확대를 통해 의료인을 충분히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다.
6부 한국 사회에 필요한 조세·재정 정책에서는 경제·인간·환경을 위한 미래 지향적 조세·재정 정책을 살펴본다. 불평등과 기후 변화라는 어려운 시대적 과제를 극복하기 위해 조세·재정 정책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정부는 재벌과 대기업에 대한 편파적 지원자에서 벗어나, 그들의 시장 지배력과 소득 흡입력이 파괴하고 있는 국민 경제를 보호하는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 기업은 규정 위에 군림하거나 개정에 영향을 미쳐서는 안 되고, 규정을 지키며 활동해야 한다. 그렇게 되려면 상법·공정거래법·민법·형법·금융 관련법을 상당 부분 개정해야 한다.
대전환기의 조세·재정 정책은 경제 체제를 공정하면서도 생태적인 방향으로 전환하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 위기를 기회로 활용할 마스터플랜을 실행해야 하는데, 이때 민간이 할 수 없는 대규모 재정 지출을 정부가 감당할 것이기 때문에 재정 정책의 역할이 중요하다. 전 세계의 국가들이 공공 교통·난방 시스템·건축 등과 관련해 택할 에너지 전환 관련 기술에 자원을 집중적으로 투자해 선도할 필요가 있다. 피할 수 없는 사회적 투자의 내용과 규모를 확인한 후, 기적 재정 건전성을 고려해 세금과 국가 부채 사이에서 균형 있게 결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조세 정책은 재원을 확보해 복지 정책을 실행할 수 있도록 해주는 동시에 국가가 지원한 사회 인프라의 도움으로 큰 경제적 성과를 거둔 이들에게는 과세하기 때문에, 재분배를 통한 양극화 치유에 유효한 정책 수단이다. 누진적 소득세·자산 소득의 종합 과세·부양가족이 많은 가구를 위한 소득세 공제 체계 개편 등은 갈등을 줄이고, 더 공정하고 지속 가능한 사회를 만드는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조세가 정책 수단으로서 우리 사회에서 제 역할을 하려면 정치가들의 용기와 시민들의 강한 요구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