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사단법인 한국괴물관리협회』는 장르 소설 독자들 사이에서 많은 사랑과 기대를 받아 온 배예람 작가의 두 번째 장편소설이다. 괴물과 귀신이 공존하는 현대를 배경으로, 따뜻하고 사랑스러운 오컬트 판타지를 선보인다.
귀신을 보는 ‘눈’을 가졌지만 괴물을 다루는 ‘손’은 갖지 못한 보늬는 그럼에도 사단법인 한국괴물관리협회에서 꿋꿋이 버티며, 자신의 존재 의미를 찾기 위해 애쓴다. 3년 동안 사무실 붙박이로 지낸 보니는 어느 날 회사에 나타난 전래 동화 괴물을 물리친 일을 계기로 신입 직원 지운과 함께 ‘임시 파견팀’을 꾸리게 된다. 앞으로 그들의 눈앞에는 또 어떤 괴상하고 기이한 괴물이 나타날까?
목차
1. 돗가비와 돗가비
2. 어서 눈을 떠서 저를 급히 보옵소서
3. 웰컴 투 해피랜드
4. 요술 맷돌
5. 여우 누이의 재앙
6. 도근천의 비밀
7. 나랑 같이 먹지
8. 에필로그
참고 문헌
작가의 말
프로듀서의 말
저자소개
출판사리뷰
| 끈적끈적한 것. 검붉은 것. 팔이나 다리의 개수가 셀 수 없이 많은 것.
입이 커다란 것. 커다란 입안에 수많은 이빨이 자리 잡은 것…….
보늬의 마음 한편에는 언제나 괴물을 향한 순정이 반짝거렸다.
괴물과 귀신이 공존하는 현대의 대한민국. 일반인들에게는 전혀 알려져 있지 않지만, 대중으로부터 괴물을 격리하고 보호한다는 사명을 지니고 암약하는 ‘사단법인 한국괴물관리협회’가 있다. 대외적으로는 ‘사단법인 한국실뜨기협회’로 알려진 협회는 전국에 총 다섯 개의 지부가 있으며 괴(怪)와 관련된 모든 일을 도맡아 처리한다. 비밀 조직이라는 점 외에는 일반 회사와 다를 게 없는 협회에서는 괴물을 다루는 ‘손’을 가진 ‘괴물 전문가’들이 일하고 있다. 그리고 이 협회에서 유일하게 괴물을 다루는 ‘손’ 대신 귀신을 보는 ‘눈’을 가진 인물, 강보늬가 있다. 괴물을 너무나 사랑하지만 ‘손’을 갖지 못한 보늬는 파견팀 소속이면서도 3년 내내 사무실 붙박이 신세다. ‘손’이 없는 보늬는 괴물에게 생채기 하나, 흠집 하나 낼 수 없고, 따라서 파견을 나가도 할 수 있는 일이 없기 때문이다. 협회 사람들은 그런 보늬를 본체만체하기 일쑤이고, 그럴 때마다 보늬는 탕비실 구석에서 여자 귀신과 잡담을 나누거나 회장실에서 목이 없는 괴물 무두괴와 커피를 마시며 마음을 달래곤 한다. 왜 나는 내가 사랑하는 일에 재능이 없는가. 그렇게 보늬는 늘 괴로워하면서도 사단법인 한국괴물관리협회에서 꿋꿋이 버틴다.
사무실에 남은 인력이 없어 모처럼 구 팀장과 파견을 나간 보늬는 잡으러 간 도깨비에게 연민을 느껴 그냥 보내 주고 만다. 구 팀장은 화가 나서 보늬에게 협회를 그만두라고 말하고, 다음 날 사직서를 제출하려던 보늬는 밤마다 사무실에 귀신이 나타난다는 소문을 듣는다. ‘귀신’이란 두 글자에 귀가 번쩍 뜨인 보늬는 스스로 귀신을 잡겠다고 나서서 탐문을 시작한다. 모두가 귀신인 줄 알았던 존재는 알고 보니 전래 동화에 나오는 괴물이었고, 보늬는 신입 직원 지운과 함께 전래 동화 괴물을 물리친다. 이 일을 계기로 보늬는 지운과 함께 ‘임시 파견팀’을 꾸리게 된다. 앞으로 이들의 눈앞에는 또 어떤 괴상하고 기이한 괴물들이 나타날까?
| 친숙하면서도 낯선 전래 동화 속 괴물들을 만나다!
따뜻하고 사랑스러운 오컬트 판타지
《사단법인 한국괴물관리협회》에는 다양한 전래 동화 속 괴물들이 등장한다. 우리에게 친숙한 전래 동화가 사실은 괴물들의 탄생 설화라는 흥미로운 설정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어떤 전래 동화 괴물이 등장하는지는 책을 통해 직접 만나보기를 권한다.
소설에서 중요하게 다루고 있는 한 가지 주제는 빗나간 재능에 관한 이야기다. 보늬는 어릴 적부터 괴물을 사랑할 운명을 타고났다고 믿었고, 한 번도 이를 의심한 적이 없었다. 하지만 외할머니와 엄마처럼 괴물을 다루는 ‘손’을 갖게 될 거라 믿고 있던 보늬에게 찾아온 것은 귀신을 보는 ‘눈’이었다. 보늬의 마음 한편에서는 언제나 괴물을 향한 순정이 반짝거렸지만, 보늬는 오랜 꿈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무난한 학과를 졸업해 무난한 회사에 다니고, 무난한 현실을 살던 어느 날, 보늬는 한국괴물관리협회의 회장인 외할머니 귀순이 사라졌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스물여섯 살 보늬는 모든 걸 내팽개치고 한국괴물관리협회에 들어간다. 사랑하는 것들 옆에 있기 위해서.
사랑하는 일에 재능이 없음을 깨닫는 일은 괴롭지만, 어른이 되어가면서 누구나 한 번쯤 겪는 일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도망치지 않으며 자기 자신을 찾아가는 보늬의 모습은 읽는 이에게도 용기를 선물할 것이다.
소설의 또 한 가지 주제는 괴물과의 공존에 관한 이야기다. 보늬에게 괴물은 ‘끔찍하면 끔찍할수록, 징그러우면 징그러울수록 어여쁜 친구들’이지만, 모든 이에게 그런 것은 아니다. 함께 임시 파견팀을 꾸린 지운 역시 괴물에 대한 애정이 충만한 보늬를 이해하지 못한다. 누구보다 괴물을 아끼는 보늬는 인간이 괴물을 ‘다스리는’ 것이 과연 맞는 일일까, 끊임없이 고민한다.
인간은 괴물을 포획하고, 등급을 매기고, 방 안에 가두어 둔다. 인간으로부터 괴물을 격리하는 것은 인간에게도 그리고 괴물에게도 좋은 일이라고들 했지만 정말 그게 맞는 걸까. _본문에서
괴물도, 인간도, 그저 자기 자신으로 존재할 뿐인데 인간이 자신의 편의를 위해 괴물을 다스리는 게 과연 맞는 일일까. 이는 단지 인간과 괴물의 이야기가 아니라 지구에서 함께 살아가는 모든 존재에게 적용되는 이야기일 수 있다. 쉽게 결론을 내릴 수 없는 문제이지만, 소설을 읽어나가며 자신만의 답을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