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인류학적 관점에서 분석한 미야자키 하야오의 장편애니메이션들!
애니미즘적 실천 속에서 나누는 모든 비-인간 존재들과의 사랑과 우정!
〈바람 계곡의 나우시카〉에서부터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까지, 미야자키 하야오의 장편 전작(11편)을 애니미즘의 시각으로 보고, 쓰고, 말하는 책이자 애니미즘이라는 주제로 미야자키 하야오를 시간 여행할 수 있는 최적의 안내서. 만물에영혼이 존재한다는 애니미즘을 ‘만물 관계학’으로 새롭게 정의하며, 각자의 자리에서 “활력을 고민”하고, “자기 능력과 의미에 대해 생각하는” 미야자키 작품 속 생물-무생물-비생물 들의 ‘애니미즘적 실천’을 발견해 나간다. ‘귀한 인연의 실’을 짜는, 사랑과 우정의 기술을 인간으로만 한정할 것인가, 인간은 물론 비-인간의 모든 존재와 나눌 것인가, 그리하여 ‘당신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를 묻는 책이다.
목차
머리말
바람 계곡의 나우시카 : 폐허 한가운데서 살아남기
1. 오무의 부해 : 변하고 썩는 원더풀 라이프
생명을 부르는 썩은 바다 / 민주주의 풍차 왕국 / 생명은 끝이 없는 길을 간다
2. 바람의 전쟁─다정함으로 끄는 나르시시즘의 불
전쟁, 욕망을 가진 자의 숙명 / 헌신, 자기애의 광기를 넘어서는 힘
3. 나우시카─메시아가 아니라 샤먼으로
캐릭터의 주변성과 괴물성 / 오무는 고뇌한다 / 거신병은 베푼다 / 나우시카는 치유한다
천공의 성 라퓨타 : 하늘을 향한 나무의 꿈
1. 천공의 성─기계의 정원, 인간의 무덤
자율의 광산 골짜기 / 하늘 문명의 무덤 / 욕망의 풍선 비행기
2. 고공비행─탐욕의 대지로부터 이륙하기
낮게 나는 비행기의 높은 꿈 / 하늘의 희비극 / 인간을 잇는 날갯짓
3. 거신병─정원을 가꾸는 현실주의자
너의 능력을 껴안아라 / 먹고 시작하자 / 기계도 나무의 자식이다
이웃집 토토로 : 벌레의 세계, 나무의 세계, 사람의 세계
1. 이웃의 토토로집─씨 뿌리는 사람의 아지트
창발하는 일들의 숲 / 작은 틈의 큰 신비 / 정령의 생명 저장고
2. 기다리고 선물하기─희망의 합창
처진 어깨와 펴진 빨래의 이중주 / 도토리의 돌림노래 / 서로의 어려움을 지켜보기
3. 사쓰키와 메이─제각각으로 크는 아이들
토토로는 미스터리 / “이상한 정상 가족” / 자기답게 뒹굴방굴
마녀 배달부 키키 : 잃어버린 자아를 찾아서
1. 십대의 방─시계도 전기도 없는 자기만의 어둠
시계 없는 마을과 시계 있는 마을 / 마녀를 굽는 빵집 / 스스로 빛나는 자의 숲과 바다
2. 어른이 되기─가끔 우울하지만 계속 꿈꾸는 일
마녀의 추락 / 풍요의 그림자 / 재능이 아니라 소망이 결정한다
3. 마녀 키키─스스로 빛나는 배달부
배달의 키키 / 사람을 실어야 하는 빗자루 / 반짝이는 나의 지도
붉은 돼지 : 반인간주의 선언
1. 이소노미아의 아드리아해─섬들의 바다, 자유의 하늘
전체주의는 도시를 좋아해 / 아나키즘은 군도를 좋아해
2. 저공비행─니힐리즘을 떨치는 곡예
체리가 익어 갔던 계절 / 유치원에 간 사나이 / 꿈도 삶도 무궁무진 / 한 편의 영화처럼
3. 돼지 인간─파시즘에 맞서는 연예 대통령
돼지코와 검은 구멍 / 구겨진 옷과 펴진 얼굴 / 와이셔츠 입은 웃음꾼
모노노케 히메 : 숲과 철의 공존
1. 신의 땅─자연과 문명의 저편
맑은 눈들의 동쪽 / 붉은 손들의 서쪽 / 순환하는 온 생명의 심장부
공생의 조엽수림 문화론
2. 철의 전쟁─에고이즘의 신이 죽는다
‘자기’라는 신 / 죽는 자가 죽인다 / 이해로 살리다
3. 괴물 아시타카─비틀거리는 생명 파수꾼
숲의 얼굴은 사슴 / 악마는 없어 / 답 없는 길 위에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 만물생명교를 따르다
1. 신들의 온천 ―있었고, 있고, 있을 자들의 세계
관계의 심층으로 / 약속의 온천장 / 800만의 공간, 800만의 신, 800만의 인연/ 왜 하필 신들의 온천일까?
2. 인사의 마법─거식증과 폭식증 치유법
네가 먹는 것이 바로 너 / 모든 손이 필요하다
3. 10살 치히로─이름이 많은 모험가
표정이 멋진 아이 / 부르고 불리는 애니미즘
하울의 움직이는 성 : 청소가 필요한 마음
1. 움직이는 성─황야를 방황하는 욕망의 감옥
터지는 욕망, 텅 빈 마음 / 예쁜 것들의 전쟁 통 / 신체는 여러 마음의 복합체
2. 늙음의 저주─운명애를 가르치는 축복
내 발목을 내가 잡기 / 저주의 동화학 / 나이에 구애받지 않음이 자유
3. 할머니 소피─날마다 예뻐지는 청소부
청소하는 인류 / 쓸고 닦는 능력 / 고집을 버린 윤택함
벼랑 위의 포뇨 : 경계에서 꽃이 핀다
1. 해일의 바다 ─한계가 출렁이는 곳
사라진 직선 / 벼랑, 탈영토화의 첨점 / 곡선의 혁명
2. 물고기의 인간 되기 ─달리고 먹고 웃겨라
인간과 비인간 / 뛰는 파도 / 포크를 든 인어공주 / 웃겨야 사는 인간
3. 포뇨와 소스케 ─변화무쌍한 어머니와 그의 자식들
소년 시대 / 지키려는 자, 변하려는 자 / 다산(多産)의 미야자키
바람이 분다 : 모순을 껴안고 꿈꾸기
1. 푸른 하늘 ─꿈과 광기의 왕국
새처럼 날고 싶어 / 꿈꾸는 자는 꿈처럼 산다
2. 기차 여행 ─속도의 열정과 진보의 배신
레일 위의 종이비행기 / 철마의 눈물
3. 설계사 지로 ─아름다운 지옥의 순교자
평범함의 무시무시함 / 어떤 바람도 탈 수 있는 날개가 되어 / 그대 오늘도 꿈꾸는가?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 그대들은 어떻게 읽을 것인가?
1. 사라진 하늘, 닫힌 터널─진리 없는 세계
미야자키의 변신 / 모든 왜가리는 거짓말을 한다고 왜가리가 말했다 / 높이가 사라진 하늘 / 올라갈 수도 내려갈 수도
2. 엄마를 살려라? ─먼저 구해야 할 것은 자기
네 머리의 피를 보라 / 내일의 잼을 먹자 / 분신(分身)을 찾아라
3. 방랑자 마히토─책의 벗, 길 위의 우정
미야자키를 찾아라 / 빛이 없는 길을 친구와 함께 / 나를 배우는 자는 죽는다 / 질문을 품고 인연을 따라가라
보론 : 애니메이션, 물신주의를 강타하는 활력(animacy)의 태풍
참고한 자료들
저자소개
출판사리뷰
『미야자키 하야오와 일상의 애니미즘』 지은이 인터뷰
1. 책 제목이 『미야자키 하야오와 일상의 애니미즘』입니다. 책 제목을 키워드 삼아 한 가지씩 여쭙고 싶습니다. 첫번째는 ‘미야자키 하야오’인데요,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면 선생님께서 이전에 소개하신 프루스트나, 카프카, 레비-스트로스 등과는 거리가 좀 있는 것 같습니다. 왜 미야자키 하야오가 선생님의 눈에 들어오게 되었는지요?
저는 코로나 이후로 ‘관계’에 대해 많이 생각합니다. 이례적이었던 이번 여름에는 말 그대로 ‘우리’가 ‘같은 태양’ 아래에 있음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노랗게 변하기도 전에 타 버린 은행나무라든가 휴가도 없이 일하는 에어컨이라든가, 많은 것들이 같이 폭염을 겪었어요. 저는 나 아닌 것, 인간 너머의 것, 보이지 않는 것들과 함께 있다는 생각에 숙연해지곤 했습니다. 만물 관계학이랄까, 그런 주제에 관심을 두고 여러 작가들을 찾아보았는데요. 그 과정에서 벌레에서부터 기계에 이르기까지 존재하는 모든 것에 마음이 있다고 말하고, 숲과 철의 공존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바라보는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작품 세계로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공생에 대한 미야자키 하야오의 입장은 기계나 정령까지도 인류의 동반자로 보는 정도였습니다.
초기작 〈바람 계곡의 나우시카〉는 환경오염으로 썩어 버린 대기 아래에서 방독면을 쓰고 겨우 버티며 사는 사람들이 나옵니다. 딱 코로나 시절을 떠올리게 하지요. 80년대 중반 영화인데요, 미야자키는 그때부터 우리가 지상의 누군가가 뱉은 숨 덕분에 산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었습니다. 공기가 없으면 새는 추락하고 동물은 질식합니다. 내 공기, 네 공기를 나눌 수 없듯 우리는 숨을 나누며 함께 삽니다. 사실 제가 프루스트나 카프카와 같은 근대 소설가에 관심을 둔 것도 자의식 과잉으로 치닫지 않는 열린 글쓰기의 모범을 찾기 위해서였는데요, 그러다 보니 무문자(無文字) 사회의 신화를 연구한 레비-스트로스도 만날 수 있었습니다. 결국 언어화된 텍스트가 아니라 이미지로 소통하는 애니메이션에까지 이르게 되었네요. 미야자키 하야오와 함께 보다 멀리, 보다 깊게, 많은 것들과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을 설명할 수 있게 되어 기쁩니다.
2. 두번째는 ‘일상’인데요. 애니메이션이 으레 그렇지만 미야자키 작품 역시 등장인물이나 스토리, 소재 등을 떠올려 보면 온통 비일상적인 것들뿐입니다. 마녀나 요괴(또는 요정)라든가, 저주라든가, 죽은 엄마를 만난다든가 하는 것처럼요. 그럼에도 선생님께서 미야자키 작품에서 발견하신 ‘일상’이란 어떤 것인지 궁금합니다.
맞습니다. 미야자키 하야오는 배경이나 캐릭터 측면에서는 완전히 비일상적인 소재를 갖고 옵니다. 그런 경향이 첫 작품 〈바람 계곡의 나우시카〉에서부터 최근의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까지 줄곧 이어집니다. 지구 멸망의 날이라든가, 천공의 성이라든가, 800만 신들의 온천장이라든가, 인어가 태어나는 바다라든가 상상을 초월하는 시공간이 관객의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지요. 그 안을 따뜻한 마음을 지닌 거대 벌레와 정원을 가꾸는 로봇, 푹신한 나무 정령의 토토로, 돼지의 얼굴을 하고 하늘을 나는 비행사 등이 돌아다닙니다. 보고 있으면 세상의 비밀스러운 한 부분을 엿본 것처럼 흥분됩니다.
하지만 실제 벌어지는 사건은 누구라도 알 만한 일상적인 것들입니다. 미야자키 하야오는 ‘저주 풀기’라는 마술적 테마를 좋아하는데, 그 방법도 청소라든가 요리와 같은 일상의 노동에서 찾습니다. 사람이든 요괴든 밥을 먹어야 하고, 잘 쉬며 놀기도 해야 한다는 뜻이지요. 미야자키 하야오는 특히 청소하는 장면을 많이 그립니다. 청소란 닦고 쓸며 제 자리에 물건을 두는 일 아니겠습니까? 각자가 있어야 할 자리에서 해야 할 일을 하고 살아야 모두 상쾌하게 지낼 수 있습니다. 미야자키는 주인공들이 막 이사 온 집이나 큰 목욕탕 바닥을 닦는 모습을 그리면서 서로의 자리와 자기의 자리를 잘 살피며 하루를 보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내 존재의 근간을 채우고 있는, 근본적 관계들을 보라는 의미로 일상 묘사를 강조한 것이지요.
3. 세번째는 ‘애니미즘’입니다. 선생님께서는 애니미즘이란 어떤 것이며, 선생님께서 그동안 꾸준히 관심을 가지고 소개해 오신 인류학과 통하는 지점은 어떤 것일까요?
미야자키 하야오는 애니메이션(animation) 감독인데요, 애니메이션이라는 말 자체가 애니미즘(animism)에서 왔습니다. 활기(animacy)란 곧 생명력이고 이 힘이 발휘되어야 할 유일무이의 시공간이 바로, 지금 여기입니다. 그런 관점에서 저는 책의 제목을 ‘미야자키 하야오와 일상의 애니미즘’으로 했습니다. 애니미즘은 19세기 인류학자 에드워드 타일러(Edward Burnett Tylor, 1832~1917)가 무문자 사회의 여러 부족의 관습을 연구하며 만든 개념입니다. 인간 이외의 존재에게도 혼이 들어 있다고 보는 사고예요. 지금도 세계 도처에는 영혼이라든가 정령으로 불리는 어떤 힘들이 동식물을 포함한 만물 속에 들어갔다 나온다고 생각하는 부족들이 많이 있습니다. 이 야생의 사람들은 평범한 하루를 채우는 모든 것들이 저마다 생명력을 뽐낸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애니미즘에서는 인간과 동식물, 심지어 광물이나 바람 등이 모두 영혼의 집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동등해집니다. 피부만 다를 뿐이지요. 야생의 부족들만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 전래 동화에는 구렁이와 결혼하는 소녀 이야기도 있고, 호랑이와 할머니가 산에서 떡으로 내기를 하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애니미즘은 각자가 처지는 다르지만, 서로 무관하지 않다고 보지요. 만물이 사귀기도 하고 다투기도 하면서 함께 살아갑니다. 인류학은 기본적으로 ‘다른 삶’에 관심을 두는 공부입니다. 인류는 실로 집단마다 다양한 문화를 계발하고 전파하며 지내왔습니다. 인류학은 관점에 따라 다르게 해석될 수 있는 지식이나 습관을 많이 소개합니다. 다르지만 동등한 존재들에 대한 감수성을 기를 수 있다는 점에서 인류학은 애니미즘과 통합니다. 미야자키 하야오 작품을 꽉 채우는 것도 바로 이런 만물 동등의 시선입니다.
4. 이 책은 〈바람 계곡의 나우시카〉부터 최신작인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까지, 총 11편을 미야자키의 장편 작품 발표순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선생님께서 독자들에게 특히 중요하게 말씀하시고 싶은 작품을 하나만 꼽아 주실 수 있으실까요?
‘일상의 애니미즘’이라는 관점에서 가장 주목해 볼 수 있는 작품은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입니다. 800만의 신들이 현실 세계에서 온갖 임무를 수행하다가 한 며칠 휴가를 내어 온천 여행을 다니러 온다는 설정이 특이하지요. 신들도 먹어야 하고 쉬기도 해야 한다는 점이 놀랍습니다. 어디 신만 그럴까요? 핸드폰도 지나치게 사용하면 과열이 되고 충전하지 않으면 방전이 됩니다. 기계도 먹고 쉬면서 일합니다. 미야자키 하야오는 만물이 저마다의 노고로 울고 웃는다는 것을 알게 해줍니다. 저는 미야자키 감독이 온천장 구석구석을 대단히 자세하게 그렸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일꾼들만 다니는 복도 같은 데에서 깔끔히 정리된 상자나 막 쓰고 걸어 놓은 듯한 수건 등이 나옵니다. 세상에 나밖에 없는 듯해도, 도처의 공간이 누군가가 있었고 누군가가 있을 자리라는 의미입니다. 미야자키 하야오는 편협한 나의 시선으로는 다 포착할 수 없는 많은 것들이 존재한다고 말합니다. 그들의 희로애락을 존중할 때 나의 희로애락도 존중받을 수 있습니다.
5. 이 책에서 미처 다 다루지는 못했지만, 미야자키 애니메이션을 보는 또 다른 팁이 있으시다면 소개해 주세요.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을 감상할 때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미야자키 하야오가 만든 애니메이션이고 캐릭터의 기본적 성격이나 외모 및 중요한 배경의 작화를 대부분 감독 본인이 그리기는 해도, 기본적으로 애니메이션은 공동 창작물입니다. 미야자키 하야오가 감독으로 있는 지브리 스튜디오는 외주를 주거나 단기 아르바이트생을 쓰면서 공장처럼 그림을 찍어 내지 않습니다. 〈하울의 움직이는 성〉에 나오는 움직이는 성처럼 특별한 경우에는 CG를 쓰기도 하지만 되도록 손-그림으로 영화 전체를 하나씩 다 채워 갑니다. 그림들이 다 완성되면 주제 음악이나 사운드, 성우들까지 참여하게 되니 작품 하나에 모이는 인원은 몇백 명이 넘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철저한 장인 정신으로 공을 들여 장면 하나하나를 완성합니다.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의 경우, 한 달에 일 분 분량 정도를 만들었다고도 들었습니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영화에는 참 많은 캐릭터들이 나오지만, 그 뒤에는 더 많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스태프 전부는 관객을 기쁘게 하기 위한 일념으로 그 모든 노고를 감내했겠지요. 그저 돈을 내고 극장에 가서 여가를 즐기는 관객에 불과하지만, 이런 나를 만족시키기 위해 누군가는 재능과 안목을 높여가며 피나게 노력을 합니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을 애니미즘으로 읽고 나서, 저는 다른 영화를 볼 때에도 엔딩 크레딧이 다 올라갈 때까지 자리를 뜨지 않게 되었습니다. 미야자키의 하야오의 영화는 우리에게 고마움을 가르칩니다.
지은이의 말
비어 있는 것 같지만 그건 내가 둔해서다. 의미 없는 것 같지만 그건 내가 관계를 맺지 못해서다. 머물고, 떠나고, 돌아올 수 있는 ‘여기’는 참으로 많은 것들이 저 나름대로 살아가는 장소이다. 이렇게 생각할 수 있을 때 만물은 빛난다. 그래서 나는 지금 여기의 일상성, 그 무궁무진한 관계의 가능성을 강조하면서 책의 제목을 ‘미야자키 하야오와 일상의 애니미즘’이라고 붙였다.
미야자키 하야오와 함께 애니미즘적 사고를 훈련하자. 닮은꼴 상자들 안에 갇히지 말자. 미야자키 하야오의 넓고 깊은 시선이 세상을 어떻게 포착해 내는지를 따라가면서 주변으로 시선을 확장하는 방법을 배우자. 그리고 낯선 존재들과 우정과 사랑을 나누는 기술을 익히자. 귀한 인연의 실을 인간과만 짤 수는 없지 않은가? 밥하고 청소하는 마음, 돌보고 헌신하는 마음을 통해 관계를 잘 맺고 푸는 사람이 되자. 파국으로 향해 가는 그 한 발자국 주변에도 흙이 날리고 풀이 돋는다. 우리는 더 좋은 삶의 길, 관계의 길을 찾을 수 있다. 사고방법으로서의 애니미즘은 우리의 활기 있는 일상을 돕는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을 따라가면서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다시 한번 물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