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세계 3대 단편 작가, 체호프의 대표 단편 선집
“체호프는 세계 최고의 이야기꾼이다.”- 톨스토이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작가 중 하나로 꼽히는 안톤 체호프는 러시아의 단편 작가, 산문가, 극작가로 25년 동안 남긴 단편 소설만 해도 600여 편에 이르며, 그의 희곡에서 현대 사실주의 연극이 시작되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제임스 조이스, 버지니아 울프, 어니스트 헤밍웨이 등에게 영감을 주었으며, 톨스토이는 그를 세계 최고의 이야기꾼이라고 일컬었다. 또한 그의 작품들은 현재까지도 영화나 연극, 드라마 등으로 제작될 정도로 체호프는 세계 문학사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특히 ‘세계 3대 단편 작가’, ‘현대 단편 소설의 완성자’라고 불릴 만큼 단편 분야에서 그를 빼놓고는 이야기할 수 없을 정도다. 체호프는 소시민의 일상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세심히 관찰하고 인물들의 심리를 냉정히 그려 냄으로써 인간의 존재와 삶의 진실이 무엇인지 생각하게끔 한다. 아르테에서 펴낸 『사랑에 관하여』에서는 체호프의 특징이 잘 드러나는 단편 11편을 엄선해서 실었다. 오랜만에 만난 학창 시절 친구의 사회적 지위를 알게 되자 태도가 일변하는 인물의 모습을 그린 「뚱뚱이와 홀쭉이」부터 무지로 인해 자기 잘못을 끝내 알지 못한 채 감옥에 수감되는 한 농민의 비극적 상황을 보여 주는 「피고인」, 자신만의 견고한 성안에 갇혀 사는 인물들의 삶을 다룬 단편 연작 「상자 속 사나이」, 「구스베리」, 「사랑에 관하여」, 세상에 나오자마자 큰 반향을 일으킨 체호프의 대표작 「귀여운 여인」에 이르기까지 체호프의 작품 세계 전반을 아우르는 주요작들로 구성되어 있다.
목차
뚱뚱이와 홀쭉이 7
피고인 11
애수 18
카시탄카 26
검은 수사 55
로트실트의 바이올린 102
상자 속 사나이 116
구스베리 135
사랑에 관하여 150
귀여운 여인 163
개를 데리고 다니는 여인 181
해설 205
작가 연보 217
저자소개
출판사리뷰
평범한 일상에서 발견하는 인생의 진실과 아름다움
1860년 러시아 남부의 항구 도시 타간로크에서 태어난 체호프는 열여섯 살이 되던 해 아버지가 운영하던 잡화점이 파산하여 가족들이 모스크바로 이주하자 학업을 위해 홀로 고향에 남아 김나지움을 졸업하고 1879년 모스크바대 의학부에 입학한다. 이때부터 생계를 위해 여러 잡지에 단편을 기고하기 시작해 의사가 된 뒤로도 창작 활동을 이어 나갔는데, 약 8년간 500여 편을 기고할 정도로 매우 많은 작품을 쏟아 냈다. 1886년 원로 작가 드미트리 그리고로비치로부터 작품 수를 줄이고 좀 더 정성을 쏟은 작품을 내놓으라는 충고를 듣고 길이가 긴 글을 쓰기 시작했다. 이후 안톤 체호프라는 본명을 사용하며 작품을 발표하는데 이전의 작품들이 주로 재치 있는 유머가 담긴 것과는 달리 인간 내면의 고독과 삶의 비참함, 죽음 등의 비관적인 정서를 다루었다. 1888년에 푸시킨 문학상을 받으며 명성을 얻은 그는 의사이자 사회활동가로 활동하면서 얻는 경험을 바탕으로 사회 문제를 주제로 한 현실 비판적인 작품을 집필했다. 이 책에서는 활동 초기의 작품부터 후기의 대표작에 이르기까지 전반적인 작품 세계를 한눈에 살펴보면서 단편의 대가다운 체호프의 매력을 발견할 수 있다.
체호프는 흥미롭고 극적인 사건보다는 소시민의 평범한 일상을 통해 삶의 진실을 드러낸다. 그의 작품 속 인물들은 권력 앞에서 비굴해지고, 어리석은 탓에 죄를 짓고, 독선과 아집으로 스스로를 불행에 빠트리고, 저항할 수 없는 비극에 무기력하게 허우적거린다. 그러나 체호프는 우스꽝스럽고 어리석으며 보잘것없는 인생들을 사회적인 잣대로 재단하거나 계도하려 하거나 조롱하지 않는다. 객관적인 관찰자의 시선을 유지하면서 인물의 표정과 말투에 주의를 기울이고, 행동이나 심리, 대화를 깊이 들여다보며 다양한 삶의 모습을 생생하고 현실적으로 그려낼 뿐이다. 「뚱뚱이와 홀쭉이」에서 학창 시절 친구였던 두 사람이 뜻밖의 만남에 반가워하는 것도 잠시, 그간의 세월 동안 친구에서 상사와 부하 직원의 관계로 변해 있는 것을 알게 되자, 홀쭉이는 연신 굽실거리며 잘 보이려고 억지웃음으로 일관한다. 당시 러시아 작가들이 일반적으로 농민을 선량한 인물로 그린 것과는 달리 「피고인」에 나오는 농민 데니스는 험상궂은 외모에 자신의 절도를 인정하면서도 그 행위가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에 대해선 생각해 본 적이 없는 무식한 인물로 나온다. 「애수」의 주인공 마부는 며칠 전에 아들을 잃어 깊은 슬픔에 빠져 있으나 승객들은 이런 마부의 고통을 웃음거리로 여긴다. 「귀여운 여인」의 올렌카는 줏대 없이 사랑하는 사람의 생각, 행동, 말투 등 모든 것을 따라 하는 사람으로 사랑 없이는 살 수 없는 것처럼 그려진다. ‘소 3부작’이라 불리는 「상자 속 사나이」, 「구스베리」, 「사랑에 관하여」에서도 체호프는 스스로를 가두고 그 속에 틀어박혀 살아가는 등장인물의 삶에 대해 시시비비를 가르지 않고 상황을 구체적으로 형상화함으로써 독자가 개인적인 삶의 가치를 되돌아보게 할 뿐이다.
체호프의 작품에는 유독 죽음이 자주 등장하는데 이는 인간이 처한 비극의 원인을 죽음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인류를 구원하겠다는 과대망상으로 가족과 자신의 삶을 망쳐 버린 남자의 이야기인 「검은 수사」, 평생을 지독한 구두쇠로 살다가 구박하던 아내의 죽음으로 진정한 삶을 깨달은 노인의 이야기 「로트실트의 바이올린」에서 인간은 죽음을 피할 수 없고, 삶은 죽음으로 가는 여정임을 주지시킨다. 그러나 체호프가 인생의 부조리함을 날카롭게 보여 주는 것만은 아니다. 그 시선 속에는 인간에 대한 연민과 애정을 담겨 있고, 모순적인 삶 속에서 유희를 찾아내기를 권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