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금융시장에서는 이야기가 현실을 결정짓는다
불확실한 예측을 설득력 있는 이야기로 만들어내는 애널리스트에 관하여
이 책의 기본 관점은 경제나 금융활동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인 “미래 예측”이 기본적으로 “이야기(내러티브) 만들기”라는 것이다. 시장에서 지배적인 이야기가 만들어지면, 동의하지 않는 사람이 많다 하더라도, 그 이야기는 모든 활동의 기준점이 된다. 이러한 내러티브 경제 원리의 예로는 금리 등 시장 상황에 대한 중앙은행 총재들의 발언이 실제 경제활동에 미치는 영향에서 발견된다.
저자는 자본주의 금융시장에서 이러한 미래 예측 이야기를 생산하고 유통하는 데 가장 주도적인 시장 참여자로 재무분석가, 즉 애널리스트에 주목한다. 애널리스트는 주로 대형 금융회사에 소속되어 기업이나 국가가 발행하는 증권을 비롯해 가격평가 대상이 되는 그 어떤 것이라도 분석하는 일을 담당한다. 가치평가 대상에 관한 이야기를 만들어 유통시키는 역할로 인해 애널리스트는 어느 정도는 금융시장을 지배하는 셈이 된다. 이 책은 저자가 금융이 발달된 자신의 고향 스위스 취리히에 위치한 대형은행 재무분석 부서를 사회금융학 관점에서 현장 연구한 결과물이다.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애널리스트라는 직업 및 관련된 다양한 배경 지식에 대해 흥미롭고도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을 것이다.
목차
감사의 말
제1장 예측하는 사람들과 만나다
애널리스트들은 왜 존재하는가?│애널리스트와 내러티브 경제
제2장 예측과 경제 이론
신고전파 경제학│행동경제학│신제도파 경제학
제3장 스위스 은행의 내부
스위스 은행 산업의 간략한 역사│스위스 은행가의 범주
제4장 애널리스트들 사이에서
재무분석 부서│애널리스트 되기
제5장 내재가치, 시장가치, 그리고 정보 탐색
교과서 및 “야생”에서의 기본적 분석│정보 탐색
제6장 투자 내러티브의 구성
내러티브 구성의 기초│실적 공시 시즌: 내러티브로 번역하기│기업 보고서
제7장 내러티브 유통의 정치학
자산관리 내러티브의 정치학│고객자문 내러티브의 정치학│고객에게 이야기 팔기│“애널리스트를 쏴 죽여라”: 실패 책임의 외부화
제8장 촉진자 애널리스트
애널리스트의 회사 내 역할│애널리스트의 외부적 관계│공공 담화와 애널리스트
제9장 왜 경제는 내러티브가 필요한가?
시장 관행과 수행성 효과│내레이션과 시장 대리인│왜 금융시장 경제는 내러티브가 필요한가?
부록 방법론에 대한 설명
주│참고문헌│찾아보기│옮긴이의 말
저자소개
출판사리뷰
내부자의 시각으로 스위스 금융시장의 내부를 파헤치다스위스 대형은행 재무분석 부서를 2년간 현장 연구한 결과물
이 책은 저자가 스위스 취리히에 위치한 대형은행 재무분석 부서를 사회금융학 관점에서 2년간 현장 연구한 결과물로, 현장 연구를 진행했던 금융기관에 대해 실명 대신 ‘스위스은행(Swiss Bank)’이라는 가명을 사용한다. 책의 기초가 되는 현장 연구를 위해 저자는 스위스은행의 리서치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프로그램은 연구자가 회사 내부의 실증적 자료를 수집하는 것과 업무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을 허용했다. 2010년 9월부터 2012년 8월까지 2년의 프로그램 기간 동안 이 책의 저자인 슈테판 라인스는 애널리스트 집단의 핵심 부서에 속해 있었다. 그는 애널리스트들의 언어, 문화 코드, 업무 절차, 그리고 일상적인 일과를 배웠다. … 은행에서 근무한 2년 동안 연구 일지를 작성했고, 모든 관찰, 인상, 수집된 데이터를 기록했다. 이 책에서 저자가 사용한 자료는 회의, 교육, 비공식 토론, 업무용 점심, 퇴근 후 회식 모임에 참여하고 관찰한 결과에서 비롯되었다. 더 나아가 스위스은행의 기록 문서, 은행 지침, 업무 절차에 대한 매뉴얼, 그리고 은행의 내부 구조를 분석했다. 마지막으로, 이 책에서 제시된 결과들은 현장 연구 기간 동안 직접 애널리스트로 활동하면서 획득한 지식에 의한 것이기도 하다.
시장에 애널리스트는 왜 존재하는가?경제학자들이 답하지 못한 이 질문에 인류학적 답변을 제시하다
시장에 애널리스트는 왜 존재하는가? 이 책은 경제학자들이 답하지 못한 이 질문에 인류학적 답변을 제시한다. 먼저 시장 관행으로서의 예측과 경제 이론 간의 관계를 자세히 설명한다. 시장 예측이 경제 이론에서 왜 오랫동안 문젯거리였는지 간단히 훑어본 다음, 은행의 내부를 살펴본다. 그리고 애널리스트들이 자신들을 특별한 전문가 집단으로 보이게 하는 방식에 대해, 그리고 어떻게 은행 내에서 다른 그룹들과 자신들을 차별화시키는지에 대해 주목한다.
다음으로 애널리스트들이 관여하는 실무적인 시장 관행과 그들이 투자 내러티브를 구성하는 방식에 초점을 맞춘다. 여기서 초점은 애널리스트라는 행위자로부터 재무분석이라는 행위 자체로 옮아간다. 애널리스트들이 사용하는 방법론을 설명함으로써 재무분석이 계산 방식과 문화적 해석 사이를 오가는 시장에서의 실무적 관행임을 보인다. 마지막으로 애널리스트의 시장중개자 역할에 눈을 돌린다. 어떻게 시장 예측이 은행 내부에서 유통되는지 그리고 어떻게 다른 이해관계자가 그것을 투자 결정에 이용하는지 설명한다. 그리고 애널리스트들은 대개 시장의 중립적 관찰자이자 독립적 해설자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투자 촉진 역할을 적극적으로 수행한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인류학적 관점에서 살펴보는, 애널리스트에 대한 최초의 문화서술적 연구
이 책은 단순한 역설로 시작했다. 경제학자들의 공통된 기본 가정이 금융시장은 효율적이어서 시장 전개를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이라면, 왜 재무분석과 애널리스트가 존재하는가? 애널리스트와 그들의 일상적인 업무 관행을 연구하면서, 필자는 시카고 스타일의 신고전파 경제학의 주요 이론적 기반과 시장근본주의자들의 신념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에 대해 인류학의 문화서술적 그림(ethnographic picture)을 그려보고자 했다.
이 책의 실증적 부분에서는 애널리스트의 근무 환경, 가치평가 관행, 그리고 시장 중개자 역할을 설명하면서 그들의 업무를 탐구한다. 애널리스트들이 어떻게 자신을 다른 시장 참여자와 차별화하여 별개의 전문가 집단이 되는지 살펴본다. 이들은 말하는 방식이나 옷차림, 그리고 자신을 표현하는 방식과 같은 문화적 코드를 이용하여 시장 환경에서 전문가 역할을 맡게 되고 다른 금융 전문가들과 자신들을 구분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그들은 시장에서 영향력을 갖게 하는 상징권력(symbolic power)을 창출한다. 그들은 뛰어난 학력과 함께 복잡한 계산적 접근 방식 및 전문 지식을 통해 금융시장을 분석할 수 있는 능력을 강조함으로써 자신들의 전문성을 돋보이게 한다.
비판적 경제학자들이 이에 대해 즐겨 하는 농담이 두 가지 있다. 첫 번째는 신고전파 경제학자가 친구와 함께 길을 걷고 있는 이야기이다. 친구가 땅에 떨어져 있는 100달러 지폐를 보고 주우려고 하자 경제학자가 말한다. “주우려고 수고하지 마라. 진짜 100달러 지폐라면 누군가 이미 주워갔을 거다.” 다른 농담은 다음과 같다. “전구가 고장 나면 바꿔 끼우려는 신고전파 경제학자는 몇 명일까? 0명. 그들은 어두운 데 앉아서 시장이 그 일을 해주기를 기다린다.” _ 218쪽/ 9장 왜 경제는 내러티브가 필요한가?
내러티브는 “통화정책의 주된 수단”데이터를 넘어서는 입소문의 힘중앙은행 총재들의 ‘말’을 통해 시장이 움직인다
이 책은 애널리스트들이 자신들의 예측을 설득력 있는 이야기로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고 주장한다. 이에 따르면, 시장 예측은 그것을 내러티브 구조에 짜맞출 수 있는 애널리스트의 능력에 고도로 의존하게 된다. 또한 중앙은행 총재들의 의사소통은 시장에 대한 반응을 표현하는 것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시장 자체를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경제 이론이 중앙은행 총재들의 행위를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다. 중앙은행 총재들이 말을 통해 시장을 움직이는 것이다. 현재의 시장 환경에서 내러티브는 “통화정책의 주된 수단”이 되었다. 애널리스트는 경험적으로 검증 가능한 트렌드를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을 합리적이고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으로 제시함으로써 스스로의 역할을 확립한다. 『금융시장의 이야기꾼들』은 불안정한 시장 상황에서도 은행이 어떻게 투자를 계속 늘리는지 미묘하게 살펴보고, 글로벌 경제를 형성하는 불투명한 금융 관행에 대한 보기 드문 내부자의 시각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