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내 통장 잔고는 알 수 있지만 내 인생 잔고는 모른다
산티아고 순례길은 제주 올레길과 무척 닮아 있다. 노란 유채꽃과 푸른 호밀밭, 나지막한 구릉이 펼쳐진 들판은 영락없는 제주다. 제주에서 자란 최기송 작가는 올레길을 걷듯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었다. 종교적인 목적이 아닌 단지 걷는 게 좋아서. “삶이 버거운 자, 화해와 용서, 새로운 모럴을 위하여 산티아고로 떠나라”고 말하는 걸로 보아 어쩌면 그는 울고 싶은 마음의 병이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런 그에게 산티아고는 마음의 평안과 행복을 선물로 안겨주었다.
이 책은 최기송 작가가 10여 년간 나 홀로 여행을 다닌 발자취를 기록한 여행서이다. 1부에는 산티아고, 이탈리아와 튀르키예, 스탄 3개국, 동남아 이야기를 담았다. 익숙한 여행지인데도 그의 글을 읽으면 왠지 낯선 오지를 다녀온 듯한 기분이 든다. 유명 스팟을 관광하거나 편안한 힐링을 추구하는 여행이 아니라 현지인의 삶 속으로 들어가 그들과 오롯이 하나가 되어 살아가는 시간을 보내기 때문이다. 2부에는 제주에서 국민학교를 다니던 그때 그 시절 이야기를 생생하고 재미나게 풀어냈다. 제주 사람 특유의 투박한 듯하면서도 따뜻한 감성이 담겨 있어 글을 읽다 보면 가슴 한 켠이 뭉클해진다.
여행은 누군가와 함께 떠나면 즐거움과 행복감을 안겨준다. 대신 나 홀로 떠나면 감사와 희망, 용기를 가져다 준다. 최기송 작가는 “걷는 것은 예방 불가능한, 명의도 치료할 수 없는 악마 같은 불치의 병이며, 이 병은 치료받고 싶지 않은 행복한 병”이라 말한다. 일상이 지루하거나 무감각해진다면 이 책과 함께 미지의 세상에 나를 맡기고 행복한 불치의 병에 걸려 봄은 어떨까. 내 통장의 잔고는 알 수 있지만 인생의 잔고는 모르는 게 인생이다. 인생에 정해진 길은 없다.
목차
머리말
1부 배낭 메고 나 홀로 세상 속으로
1. 산티아고 : 삶을 돌아보고 싶을 때 산티아고를 걸어라
도전! 산티아고 순례길 800킬로│업보? 행운?│부엔 까미노!│이제야 보인다│대성통곡│형벌과 자비│걷는 것은 불치의 병│길 위의 사람들│아! 산티아고│영혼의 끝없는 여정을 마치고
2. 이탈리아, 튀르키예 : 변함 없이 그 자리를 지키는 것들
시칠리아│그저 살았다│시대를 존중하는 영광을 누리다│보헤미안 베가본드│아브라함 탄생 동굴│지중해 안탈리아│슬프고 아름다운 곳, 또다시 찾고 싶은 나라
3. 스탄 3개국 : 오지 여행이 가져다준 선물
실크로드를 걷다│타지키스탄 파미르고원│키르기스스탄 이식쿨 호수│사마르칸트, 타슈켄트│아름다운 추억과 삶의 흔적
4. 동남아 : 소박하고 단순한 행복을 누리다
구름과 하나 되는 여행│인도네시아 기차 여행│롬복섬 홈스테이│굿바이 롬복│섬과 섬 사이를 항해하다│석가탄신지 룸비니│히말라야 푼힐 3200미터│세상살이 딱 한 번의 경험│여행의 참맛│인도양의 눈물 스리랑카│숟가락과 맨손│인도양의 끝 갈라 비치│코타키나발루
2부 떠날수록 더욱 그리운 그곳, 제주
오월의 제주 보리밭│비양도│삶│삭발│본부 나와라!│이 아침│격세지감(제주행 여객선)│눈의 나라│C123 수송기 특전사 한라산 추락 사고│에리사의 추억│배낭│한림오일시장 대장간│한형수 정원│못 부친 편지│8.15광복절 기념 협재해수욕장 콩쿠르대회│옹포 예배당과 한라산 소주공장│가을이잖아 울지 마세요!│이름을 삭제하며│벤또│눈길│옹포에 비가 내린다│초저녁 잠 깊은 밤│나의 바다│오마니의 국화│제주행 비행기에서│어머니날│우리는 젊었었다 그리고 특전부대 용사였다│보리개역 미숫가루?│일몰│보따리│궁민연금│억새│오래된 비밀 장소│비양도가 찌그러졌어요│나이롱 뽕!│국밥집에서│한림극장의 추억│강순경 국수와 몰막 교실│시계 이야기│삼촌과 삼춘│여름방학 아침 체조│바다는 파도를 원망하지 않는다│선풍기│잠│한림항│한림초 개교 100주년 기념 기수별 졸업사진│3삶│송년│마라톤 이야기│제주의 봄│제주의 4월을 팝니다│새우 이야기│도시샤 대학의 윤동주 시비(詩碑)와 태극기
저자소개
출판사리뷰
# 이번 여행은 어떤 시나리오가 쓰여질까?
1부는 산티아고 순례길, 이탈리아와 튀르키예, 스탄 3개국, 동남아 여러 나라를 여행한 이야기다. 10여 년 전 걷기 열풍이 불면서 너도 나도 산티아고로 갔다. 부산에서 서울까지 왕복하는 것보다 더 먼 그 길을 ‘시작했으니 끝장을 봐야지’ 하는 심정으로 목적지를 향해 경주하듯 걸었다. 지금도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저자는 산티아고에서 우리와 다르게 천천히 느리게 걷는 사람들을 만난다. 75세 네덜란드인, 80세 일본인, 장애인 할머니 등 도저히 완주할 수 없을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이 그 길을 걷는다. 심지어 애견을 손수레에 태우고 텐트에서 숙식을 하며 걷는 할머니도 있다. 며칠 걷다가 집으로 돌아갔다가 몇 달 뒤 다시 돌아와 걷기를 이어가는 가는 사람도 있다. 걷다가 중지하면 걸은 만큼 행복하니 굳이 완주를 고집하지 않는 것이다. 순례길의 종착지인 콤포스텔라 성당 앞에서 저자는 두 팔을 벌려 크게 외친다. “나는 살아 있다!” 저자는 산티아고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 역시 나 홀로 배낭을 메고 천천히 세상을 거닐며 소박하고 단순한 행복을 누린다. 여행을 통해 살아 있음에 감사하고 현지인의 삶 속으로 들어가 함께 행복을 공유한다.
2부에는 제주 풍광, 제주 사람들, 제주의 삶을 담았다. 제주의 산과 오름, 바다를 놀이터 삼아 어린 시절을 보낸 저자는 여행지 제주가 아닌, 삶의 터전으로서의 모습을 생생하게 묘사했다. 또한 진공관 라디오, 깡보리밥 벤또, 통통배... 지금은 까마득히 잊힌 단어들에 생명력을 불어넣어 존재감을 드러내고 빛바랜 흑백사진은 그때 그 시절의 기억을 소환한다. 그리고 중간중간 나오는 외국어처럼 낯선 제주도 사투리는 생경한 말맛에 빠져 읽고 또 읽게 만든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최기송 작가의 여행은 단순한 관광이 아니라 삶임을 알 수 있다. 낯선 타국이든 고향인 제주든, 어디에 살든 인생은 나 홀로 감당해야 할 여행의 연속이지 않을까. 나 홀로 여행은 외롭고 힘들 것 같지만 길 위에서 만난 인연들이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주고 따뜻하게 보듬어준다.
인생의 길은 끝이 없다. 저자는 선뜻 떠나지 못하는 이들에게 느리게 천천히 걸으며 미지의 세상으로 나아가보라고 권한다. 지갑이 가벼워도 쇠 같은 용기만 있으면 튼튼한 신발에 의지해 새로운 세상을 경험하게 될 것이라며 희망과 용기를 북돋워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