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사람들이 만든 것들 속에서 사는 게 고달픈 날에
‘여기 좀 보세요’라고 말을 걸어 줄 것 같은 책
정원의 길, 교회의 길
한국은 정원 빅뱅 시대를 맞았다. 2013년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가 성공적으로 개최된 것을 기폭제로 서울식물원을 비롯한 대규모 국립 수목원 두 곳이 새롭게 문을 열었다. 2015년 민간정원 제도가 도입된 지 8년 만에 100번째 정원이 주무관청에 등록됐다. 지역 축제에 ‘정원’과 관련된 테마가 빠지지 않고, 지방 자치 단체마다 경쟁적으로 정원을 조성하고 있다. 순천만 일대 정원은 제1호 국가 정원으로 지정되었고, 산업도시 울산 태화강 일원이 생태 복원의 상징이 되며 제2호 국가 정원으로 등록되었다. 정원의 르네상스, 대 부흥기 시대라 불릴만한 시대를 맞이한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교회는 르네상스, 대 부흥기라는 말과는 거리가 먼 길을 걷고 있는 것만 같다. 정원가인 저자에게 이러한 대비는 이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바울은 자연에 하나님의 은총이 임했다고 말한다(롬1:20). 그래서 우리는 하나님의 계시가 성경과 자연에 임했다고 믿는다. 그러니 성경을 연구하는 신학도, 자연을 탐구하는 과학도 결국은 절대자를 향한 여정일 수밖에 없다. 저자는 신학뿐 아니라 자연을 탐구하는 여정 동안 올바른 방향감각을 지켜내는 힘은 ‘영성’이라고 말한다. 하나님과 인간의 손상된 관계를 회복하고 인간과 자연의 손상된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교회가 걸어가야 할 길과 정원이 걸어가야 할 길과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저자가 걸어온 정원의 길이 곧 교회의 길이며 영성의 길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은 저자가 정원을 말할 때 교회를, 풀과 나무를 말할 때 사람들을, 이끼를 말할 때 예수님을 만나보게 된다.
목차
추천사
프롤로그 : 나의 수목원, 나의 수도원
환대의 정원_ 당신이 필요합니다
두 정원 이야기 | 정원에서 길을 잃다 | 정원에서 길을 찾다 | 하나됨의 완전성
빛의 정원_ 빛을 포용한 정원 같은 교회
빛이 있으라 | 창조의 역동성 | 나는 세상의 빛이니 | 너희는 세상의 빛이라
공유의 정원_ 상실한 낙원을 회복하는 연습
소유의 정원 | 공유의 정원 | 향유의 정원
공감의 정원_ 우는 사람들 사이에 겸허히 자리 잡기
각자의 언어 |슬픔도 품은 아름다움 | 공감의 언어
경계의 정원_ Revival, Restoration, Resilience, Reconciliation
숲 정원의 부상 | 경계의 정원 | 경계의 교회 | 프로젝트 R
인내의 정원_ 창조주가 지으신 그대로
뜨거운 지구, 목마른 정원 | 희망의 언어가 된 정원 | 인내의 정원 | 뿌리 깊은 교회
지역의 정원_ 기억하고, 드러내고, 품고, 치유한다
난 곳 식물로 | 좋은 정원은 지역이 결정한다 | 좋은 교회도 지역이 정의한다
연결의 정원_ Get Involved
네 발을 담그라 | 땅의 저주 | 땅의 회복 | 연결과 연대 | 교회라는 네트워크
모두의 정원_ 나비 한 마리를 대접할 수 있는 교회
자연을 위한 정원 | 사람을 위한 정원 | 사회를 위한 정원 | 만물을 위한 정원
대지의 정원_ 미생의 향연, 대지의 식물들
대지와 대기의 경계에서 | 대지의 식물 | 대지의 교회
파송의 정원_ 흩어져서 더 멀리
노박덩굴 이야기 | 정원을 탈출한 식물들 | 세 교회 이야기 | 거센 바람 때문에 | 바벨탑과 다락방
겨울의 정원_ 신이 침묵할 때, 마음이 가난할 때, 고뇌가 가득할 때
직면의 계절 | 공존의 계절 | 생명의 계절 | 안식의 계절
에필로그 : 나의 정원, 나의 성소
저자소개
출판사리뷰
짐을 버리고 길을 물었다
저자가 미국에서 정원가로 자리 잡기까지의 여정은 교회와 관련된 경험과 생각들을 복기하는 여정이기도 했다. 새로운 진로를 찾아 떠났던 모험은 참된 교회를 찾아 헤맸던 구도의 길과 새끼줄처럼 엮여있었다. 대학생 시절 주말마다 서울에서 청주로 오갔던 고속버스 안에서 찬양하고 기도하며 만났던 하나님. 고향 내성천의 물고기를 살려 달라고 온 가족이 탐사 여행을 떠나는 길에서 드렸던 예배. 발리의 보르네오섬에서 야자 기름 농장을 위해 열대우림을 개간하느라 오랑우탄 서식지가 사라지는 것을 보며 드렸던 오랑우탄 보호구역에서의 예배. 그리고 미국에 건너간 지 3년째 되던 해 편입한 대학을 다니기 위해 집과 거리를 오가며 차 안에서 드렸던 예배까지. 안갯길, 빗길, 눈길, 맑은 날, 흐린 날, 바람 부는 날에도 길 위에서의 예배는 끊이지 않았다. 그렇게 길 위의 예배를 드렸던 저자는 드디어 정원의 언어로 하나님 나라와 교회와 지역의 의미가 통합되는 것을 경험할 수 있었다. 자신이 왜 한국을 떠나 춥고 낯선 뉴욕 북부의 땅과 식생에 정을 붙이게 되었는지 깨닫게 되었다. 한국에서 30년간 세 교회에서 분열되고, 변질되고, 사라진 교회를 경험하며 지쳐있던 마음이 회복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정원에서의 예배를 통해 “교회는 이긴다”는 소망을 얻게 되었다. 이렇게 이 책에서 소개하는 열두 개의 정원은 저자가 길 위에서 그리고 정원에서 만난 하나님 앞에 짐을 버리고 길을 묻는 여정이기도 하다.
열두 개의 정원, 열두 가지 영성
이 책에서 저자는 미국의 대표적인 식물원인 뉴욕식물원의 다양한 사계절의 식생뿐 아니라 북미 자연 숲의 식생을 소개한다. 수천 종의 식물 분류와 생태 그리고 원예적 지식으로 식물을 관리하며 공부한 지식에 깊은 사색과 성찰을 더한 정원 이야기를 건넨다. 어디서도 찾아보기 힘든 독특한 열두 가지 관점으로 정원을 소개한다. 그래서 소유와 과시의 수단으로 시작된 과거의 정원을 넘어 공유와 포용을 지향하는 정원을 바라볼 수 있게 해 준다. 최근 가장 주목받는 자연주의 또는 생태주의 정원의 추세를 소개하며 이것이 공공성과 지역성을 회복하고자 하는 교회의 움직임과 본질적으로 같은 가치를 추구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하나님의 피조 세계인 자연에서 ‘성소’의 의미가 빠지면 욕망의 수단으로 전락하듯 성소의 의미가 사라진 교회는 제도, 건물, 조직일 뿐이라고 강조한다. 그래서 저자는 자연에 대한 감수성을 깨우는 것이 곧 하나님을 알고 경험하는 것이고 이것이 바로 영성을 회복하는 의미 있는 길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열두 개의 정원은 우리 시대의 교회가 기대하는 열두 가지의 영성이라고도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