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우리는 방금 도저히 믿을 수 없는 패배를 당했다. 누구에게 잘못이 있는가?”
프랑스 아날 학파의 위대한 고전, 22년 만의 재출간
『이상한 패배─1940년의 증언』은 20세기 역사학에 혁명적인 업적을 남긴 마르크 블로크의 1940년 저작이다. 그는 자신이 직접 참전한 1940년 5월의 전투에서 독일에 패배한 직후, 피로와 절망과 싸우며 이 “이상한 패배”의 원인을 파헤친다. 이 책은 오늘날 제2차 세계대전 초에 프랑스가 독일에 패배한 원인을 가장 정확하고 심도 있게 분석한 글로 평가받고 있다. 블로크는 1944년 나치 친위대에게 총살당할 때까지 독일에 저항하는 레지스탕스 단원으로 활동하는 등, 패배 후에도 현실 참여적인 역사가로서의 사명을 이어갔다. 따라서 “1940년의 증언”이라는 부제목을 가진 이 책은 양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대위이자 레지스탕스 역사가였던 그가 후세를 위해 남긴 피의 증언이라고 할 수 있다.
목차
제1부 이상한 패배
1 증인 소개
2 피정복자의 진술
3 한 프랑스인의 자성
제2부 마르크 블로크의 유서
제3부 지하출판물
1 나는 왜 공화주의자인가?
2 식량과 국제무역, 핫스프링스 토론
3 진정한 심판자의 계절
4 어느 상류층 철학자
5 잘 알려지지 않은 책에 대하여
6 교육개혁에 대하여
부록
1 제1군의 보급에 대한 보고서
2 마르크 블로크가 받은 군대 표창, 1915-40
3 『이상한 패배』의 제사(題詞)
4 부대를 잃어버린 장군
5 마르크 블로크와 프랑스 유태인 전국연합
6 괴벨스 박사가 독일 국민의 심리를 분석하다
마르크 블로크 연보
역자 후기
인명 색인
저자소개
출판사리뷰
프랑스 아날 학파의 창시자
마르크 블로크의 역사적 실천을 증언하는 대표작
1929년, 마르크 블로크와 뤼시앵 페브르가 창간한 역사 잡지 「아날Annales」은 현대 역사학을 근본적으로 새롭게 했다는 평가를 받는 아날 학파의 기초가 된다. 이들이 주창한 “새로운 역사학”은 정치 또는 몇몇 위인들을 중심으로 서술되어온 기존 역사학을 거부하고, 사회, 경제, 지리와 같은 구조적 차원의 역사 서술을 중시했다.
아날 학파의 창시자로서 마르크 블로크는 역사는 “전체”에 관한 것이어야 하고, 또한 “사회 구조”를 보여주어야 한다는 그의 역사관을 여러 저작들을 통해 집대성했다. 『프랑스 농촌사의 기본 성격』과 『봉건사회』에는 그의 독창적인 연구방법론과 역사 인식이 잘 나타나 있는데, 이는 후대 역사가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역사가로서 블로크의 위대함은 학문적 업적에서뿐만 아니라 그의 현실 참여적인 면모에서도 드러난다. 그는 제1차 세계대전에 이어 제2차 세계대전에도 최고령인 54세의 나이에 대위로 자원입대하여 나치 독일에 맞서 싸웠다. 1940년, 프랑스가 히틀러의 독일에 패배한 사건은 프랑스의 모든 지식 계층에게 커다란 충격을 안겨주었다. 그리고 이 책은 바로 그 “이상한 패배”에 관하여 마르크 블로크가 쓴 것이다. 『봉건사회』가 그의 학문적 연구업적의 대표작이라면, 『이상한 패배』는 그의 실천적 삶을 증언하는 대표작이다.
20세기 프랑스를 대표하는 레지스탕스 역사가
마르크 블로크가 말하는 그날의 “이상한 패배”
『이상한 패배』는 증인 소개, 피정복자의 진술, 한 프랑스인의 자성이라는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먼저 “증인 소개”에서 블로크는 자신을 30년 동안 역사를 가르치고 글을 써온 사람, 유태인이지만 유태교당에 나가지 않는 사람, 그리고 반유태주의에 대항하는 경우 이외에는 유태인임을 주장한 일이 없는 사람이라고 소개한다. “피정복자의 진술”에서는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이 “이상한 패배”의 직접적인 원인은 바로 사령부의 무능이라고 지적한다. 1940년의 패배는 군사적 패배이며 또한 지적이고도 행정적인 파산의 결과라는 것이다.
그러나 그는 원인을 사령부의 책임으로 돌리는 데에서 멈추지 않는다. 군 사령부는 언제나 해당 사회가 제공하는 도구를 가지고 움직이는 집단이기 때문이다. “한 프랑스인의 자성”에서 블로크는 당시 프랑스 사회와 정치체제를 분석하면서 그 안에서 패배의 요인을 찾고자 한다. 그는 프랑스의 모든 제도와 계층을 비판 대상으로 삼으며, 프랑스의 운명이 프랑스에 달려 있지 않은 당시의 상황을 인정한다. 그럼에도 “나는 우리가 아직도 흘릴 피가 있기를 바란다”라는 강한 어조로 글을 끝맺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