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부지런하고 바지런한 그리고 알뜰하고 살뜰한,
무엇보다도 당차다는 표현이 딱 어울리는 동고비!
17년의 기록에 담긴 생명 사랑에 흠뻑 빠져들다!
생태학자 김성호가 동고비라는 생명을 오래도록 바라보며 기쁜 마음 하나로 써내려간 기록이다. 2년 동안 동고비를 관찰한 기록 《동고비와 함께한 80일》 이후로 15년을 더한 17년이라는 세월에 동고비라는 한 종의 삶을 깊이 들여다보고, 그들의 삶에 동행하면서 새로운 다름과 새로운 차이를 발견한 기쁨이 곳곳에 스며 있다. 10센티미터 남짓한 몸길이에 우리나라에서 텃새로 살아가는 동고비와 함께 자연에 깃들인 모든 생명의 치열함과 간절함이 다큐멘터리를 보듯 생생하게 펼쳐진다. 17년을 이어온 동고비와의 여정, 그의 마음이 행복하듯 읽는 이 모두가 행복한 생태 에세이다.
목차
들어가는 글
|1부| 처음 2년의 만남, 『동고비와 함께한 80일』의 몇 이야기
동고비를 만나야 했던 이유
기다림과 만남
둥지 다툼과 둥지의 주인
진흙을 나르는 동고비
|2부| 그 이후의 15년
동고비 둥지와 나무(수종)
동고비의 번식 일정
둥지 탐색과 둥지 청소 | 진흙으로 딱다구리 둥지 입구 좁히기 | 나뭇조각 나르기 | 얇은 나무껍질 나르기 | 둥지 모양의 완성과 보수 및 굳히기 | 둥지 짓기와 짝짓기 | 알 낳기와 알 품기 | 어린 새 키우기(육추) | 이소/ 어린 새 둥지 떠나기
둥지 다툼, 둥지 전쟁
딱다구리 | 다람쥐 | 하늘다람쥐 | 청설모 | 숲속 작은 새들/ 기웃거리는 친구들 | 벌 | 소쩍새 | 찌르레기 | 원앙 | 큰소쩍새 | 파랑새 | 호반새 | 둥지 전쟁
둥지의 역사
동고비 정신
동고비 정신-무승부 | 동고비 정신-실패 | 동고비 정신-성공
가을, 무너지는 동고비의 보금자리
저자소개
출판사리뷰
짧다 할 수 없고 길다 할 수도 없는 시간,
동고비 이야기를 다시 펼치다!
몸길이 10센티미터 남짓의 몸집이 아주 작고 무척 빠른 데다 겉으로 보기에 암수의 구별조차 까다로운 동고비! 2010년 당시 서남대학교 생명과학과 김성호 교수가 동고비 한 쌍이 8마리의 새끼를 키우는 과정을 2년에 걸쳐 관찰한 기록 『동고비와 함께한 80일』을 펴낸 지 어언 14년이다. 동고비는 당시 국내에서 본격적인 연구 대상으로 다룬 적이 없었던 터라 『동고비와 함께한 80일』은 많은 이의 뜨거운 관심과 찬사를 받았다. 이제 그가 30여 년 동안 몸담았던 서남대학교를 떠나 생태작가라는 이름표를 달고 15년의 관찰을 더해 『동고비의 시간』을 펴냈다. 부제는 ‘생명 사랑으로 이어온 17년의 기록’이다.
2년에 걸쳐 관찰한 『동고비와 함께한 80일』을 펴낸 이후 묘한 여운이 가슴속에 남았다던 그는 “동고비라 하여 다 같을까?” 하는 궁금증으로 계속 동고비 곁에 머물렀고, 그 시간들이 쌓여 어느덧 17년이 되었노라 고백한다. 그가 17년이라는 긴 시간을 동고비를 지켜보았던 까닭은 곧 동고비라는 한 생명의 ‘같음이라는 바탕’에 ‘다름’이 많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전작이 동고비가 딱다구리의 둥지 입구를 좁히기 시작한 첫날부터 어린 새 여덟 마리를 잘 키워 둥지를 떠나기까지 80일의 기록이라면, 이 책 『동고비의 시간』은 『동고비와 함께 한 80일』의 몇 이야기와 함께 그 이후의 15년에 걸쳐 동고비라는 한 종의 ‘같음이라는 바탕’에 ‘다름’을 알 수 있는 여러 사례를 담은 기록이다. 새끼를 키우는 어미 새의 눈물겨운 노력은 물론 둥지를 둘러싼 다양한 종의 치열한 다툼, 수시로 주인이 바뀌는 둥지의 역사, 마지막으로 그 작은 새가 치열한 둥지 경쟁 속에서 어떻게 살아내는지를 정리한 동고비의 정신을 담았다. 곁들이자면, 17년 동안 그가 카메라에 담았던 엄청난 사진들 가운데 고민을 거듭한 끝에 추려낸 600여 장은 장면마다 사건과 상황을 알 수 있는 서사가 있어 마치 생태계의 단면을 다룬 한 편의 자연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 생동감이 넘친다.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것이 아니다!”
세상에서 가장 슬픈 일, 자기마저 자기를 포기하는 것은
절대 하지 않는 동고비 정신을 배우다!
딱다구리과의 옛 둥지를 있는 그대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제 몸에 맞게 다시 꾸며서 번식하는 친구, 동고비는 둥지 입구가 참외만 한 까막딱다구리의 둥지를 선호한다. 그 둥지를 고쳐 쓰려면 둥지 청소를 시작으로 둥지 입구를 좁히기 위해 진흙을 날라 입구를 메우고, 또 굳히기까지 무려 한 달이 걸리는 데 여간 부지런하지 않으면 이루어낼 수 없는 작업이다. 비가 와도 줄기차게 진흙을 물고 나르고, 혹여 진흙을 실수로 떨어뜨리면 쏜살같이 뒤따라가 곡예하듯 공중에서 낚아채거나 땅에 떨어지면 끝까지 찾아 둥지로 물고 온다. 어디 그뿐인가, 무너지면 또 쌓고, 또 무너지면 다시 쌓는다. 이를 가리켜 작가는 동고비를 ‘부지런하고 바지런하다’, ‘알뜰하고 살뜰하다’ 그리고 ‘당차다’라고 표현한다.
이 책은 1부 ‘처음 2년의 만남, 『동고비와 함께한 80일』의 몇 이야기’로 동고비와의 인연과 2년에 걸쳐 둥지 짓는 과정을 간략하게 소개한다. 이후 “동고비라 하여 다 같을까?” 하는 궁금증을 떨치지 못하고 그 시간이 쌓여 어느새 17년, 한 생명의 ‘같음이라는 바탕’과 그 위에 서는 ‘다름’의 세계로 안내하는 2부 ‘그 이후의 15년’으로 구성되어 있다. 17년이라는 세월은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다. 동고비라는 한 종을 지켜보면서 그의 마음속에 담긴 장면은 이루 헤아릴 수 없을 것이다. 손 한 뼘만 한 동고비가 어린 새를 키우려고 온갖 먹이를 물고 오는 100여 장에 이르는 장면과 마침내 잘 자란 어린 새가 둥지를 떠나는 50여 장의 장면은 오랜 세월을 관찰하지 않으면 얻을 수 없는 집념의 결과물이다.
그 결과물을 바탕으로 동고비가 딱다구리의 나무 둥지를 고쳐 쓰는 다양한 나무들의 둥지 탐색과 청소, 진흙으로 딱다구리 둥지 좁히기와 꾸미기, 번식 일정에 맞춰 짝짓기, 마침내 알을 낳고 품고, 어린 새가 둥지를 떠나기까지의 동고비의 번식 일정이 세세하게 펼쳐진다. 게다가 숲에 깃들여 사는 생명들이 딱다구리 둥지를 둘러싸고 벌이는 치열한 다툼과 주인이 수시로 바뀌는 둥지의 역사는 곧 자연의 섭리를 압축하는 한 편의 서사라고 할 만큼 이야깃거리가 풍부하다.
딱다구리 영역에서 둥지 주인 딱다구리를 비롯한 다람쥐, 하늘다람쥐, 청설모, 소쩍새, 말벌, 원앙, 큰소쩍새, 파랑새, 호반새 그리고 동고비가 펼치는 둥지 전쟁 이야기, 작가가 17년 동안 만나온 딱다구리의 열두 둥지에서 어떻게 해마다 둥지 주인이 바뀌는지 살펴보는 둥지의 역사, 그리고 그 속에서 무모하리만큼 과감한 동고비의 행동까지, 그 모든 것이 하나로 귀결된다. 무너지면 또 짓는 동고비 정신이라는…….
우리의 눈이 닿지 못했을 뿐, 숲에서는 둥지 다툼과 둥지 전쟁이 자주 벌어진다. 뺏고 빼앗기는 것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먹고 먹히는 것마저 모두 자연의 섭리 안에 있다. 우리의 숲에 좋은 나무가 부족하여 이러한 다툼이 다툼을 넘어 전쟁이 되고, 그 전쟁의 수준마저 점점 처절해진다면 문제는 다르다. 오랜 노력에 힘입어 우리의 숲이 예전보다 울창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 속내까지 건강하지는 않다. 그 아픈 현실에 대한 이야기를 작가는 동고비와 함께한 17년의 관찰 기록 『동고비의 시간』에 빗대어 들려주고 싶었던 것이고, 그래서 그의 생명 사랑은 더욱 소중한 감동으로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