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브이 캡슐》은 SF, 판타지, 추리, 공포 등 여러 장르를 포괄하는 문학 시리즈 ‘텔레포터’의 세 번째 책이다. 최첨단 비주얼 기술이 적용된 미래 도시, 비주얼 시티. 그곳에선 누구나 원하는 외모를 구매하여 착용한다. 얼굴 생김새는 물론이고, 옷이며 신발, 머리카락, 눈동자 색까지 살 수 없는 것은 없다. 고교생인 차도은은 이런 비주얼 시티에서 가장 유명한 인플루언서다. 도은의 엄마가 바로 이 비주얼템을 개발한 회사 ‘이너피스’의 대표이기 때문이다. 어느 날, 길을 걷던 도은은 비주얼템 착용을 반대하는 시위대와 맞닥뜨리게 되고, 시위대 중 한 명이 비주얼템의 효과를 잠시 무력하게 만드는 ‘브이 캡슐’을 꺼내든다. 브이 캡슐을 본 사람들은 혼비백산하여 도망가기 시작하는데……. 과연 도은의 운명은?
목차
가짜와 진짜
런웨이
냄새와 향기
너 같은 애
솔직한 공원
추억의 맛
찬성과 반대
사각지대
연결
피해
중독자들
다시 연결
해제
작가의 말
저자소개
출판사리뷰
참신한 상상력의 신예 작가
이재은 작가의 첫 장편 SF 소설
《브이 캡슐》
그곳에선 누구나
우월한 외모를 돈으로 살 수 있다
《브이 캡슐》은 어린이 책 작가에서 영어덜트 독자를 위한 SF 문학에 도전한 이재은 작가의 첫 장편 소설이다. 가상의 미래 도시 비주얼 시티에서는 홀로그램 기술을 구현하기 위한 레이저 광선이 늘 도시 전체에 뿌려진다. 이 레이저 광선에 의해 사람들은 얼굴 모습은 물론이고, 체형 및 신장, 의류와 장신구에 이르기까지 외모와 관련된 모든 것을 마음대로 바꿀 수 있다. 다만, 그러한 우월한 외모를 가지기 위해서는 비주얼템이 필요하고, 비주얼템을 사기 위해서는 많은 돈이 필요할 뿐이다.
고교생 차도은은 이런 비주얼 시티에서 가장 유명한 인플루언서다. 그녀의 엄마가 비주얼템을 최초로 개발한 회사인 ‘이너피스’의 대표이기 때문에 차도은은 아주 어린 시절부터 주목받는 삶을 살았다. 늘 곁에는 화려한 의상과 장신구가 넘쳐났고, 기분에 따라 얼굴 모양을 바꾸고, 눈동자와 머리 색을 정했다. 비주얼템이 없는 세상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고, 심지어 비주얼템을 착용한 채로 잠자리에 들었다. 누군가에게 본 모습을 보인다는 것은 끔찍하게 두려운 일이었다. 그리고 그건 비주얼 시티에 사는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마찬가지로 공포스러운 일이었다.
언제부터인지 비주얼 시티에서는 테러 사건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비주얼 기술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도시 곳곳에 출몰해 시위를 벌이고, 브이 캡슐을 터뜨리기 시작한 것이다. 브이 캡슐은 일정 시간 동안 비주얼템 효과를 차단해 본 모습이 드러나게 하는 장치로, 비주얼 시티에 사는 사람들에겐 무한한 공포의 대상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차도은은 바로 눈앞에서 시위대를 맞닥뜨린다. 브이 캡슐이 바로 눈앞에서 터지고 때마침 도은은 브이 캡슐의 피해자 가장 가까운 곳에 서 있었다. 피해자는 도은에게 절박한 도움을 요청하는데……. 이대로 피해자를 돕는다면 도은마저 본 모습을 들켜 버릴지도 모른다. 과연 도은은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또, 이렇게 브이 캡슐을 둘러싼 소리 없는 전쟁에 휘말려든 도은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참신한 상상력으로
현대 사회의 슬픈 자화상을 도발적으로 그린 소설
《브이 캡슐》은 최첨단 기술을 통해 누구나 원하는 외모를 가지고 살아갈 수 있는 가상의 도시를 배경으로 하는 매우 흥미로운 SF 소설이다. 이 작품은 성형 수술과 온갖 명품으로 외모를 치장하며 살아가는 것이 당연해진 현대 사회를 상징하는 것 같기도 하고, 소셜 네트워크 등에서 잔뜩 가공된 사진으로 자기 자신의 본모습을 감춘 채 ‘이것이 진짜 나’라고 홍보하는 것이 일상이 된 우리의 세태를 보여 주는 것 같기도 하다. 둘 중 어느 쪽이든 작가는 기술의 발전이 ‘나라는 사람의 본질’을 점점 잃어버리게 만들고 있다는 점을 포착하여 한 편의 흥미진진한 SF 소설로 멋지게 풀어낸다.
주인공 차도은은 이 작품 속에서 누구보다 외모에 대한 강박에 시달릴 수밖에 없는 환경에 놓여 있으나 첫사랑인 송모현과 만나면서 변화를 겪는다. 비주얼 기술이 적용되지 않는 내추럴 시티 출신의 송모현에게서 진실된 사랑의 가치를 발견하고, 기꺼이 사랑에 자신을 내던지는 주인공 차도은의 모습은 결코 의존적이지 않고 주체적이며 강인하다. 그리고 이 모든 사랑의 과정은 매우 발랄하고 로맨틱해서 여러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할 것이다.
또한 이 작품에는 빈부격차에 의해 외모가 등급화, 서열화되는 현실이 녹아 있는데 여기서 드러나는 계급 간의 갈등이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절대적인 선도 절대적인 악도 존재하지 않는, 배신과 신뢰가 공존하는 세상. 그것이 비주얼 시티와 내추럴 시티 사이의 관계이며, 이 작품이 전달하고자 하는 세상의 진실이다. ‘진실한 사랑이란 대체 뭘까? 눈앞에 보이는 것이 과연 언제나 진실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일까? 지금 내가 옳다고 믿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가?’ 하는 질문들이 독자의 예상을 철저하게 깨부수는 마지막 대반전의 결말을 통해 극대화된다.
가짜의 삶을 진짜의 삶처럼 사는 요즘 시대에 지친 젊은이들이라면, 《브이 캡슐》을 통해 잠시 멈춰서 자신의 본모습을 점검하고, 비록 가짜로 살 수밖에 없더라도 더 나은 삶은 없을까 고민해 보는, 값진 경험을 해 볼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