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이름만 다를 뿐이지, 여기서 말하는 것은 당신 자신의 일이다.”
이 책은 우치다 다쓰루와 이시카와 야스히로라는 일본의 두 학자가 카를 마르크스의 『자본론』에 관해 주고받은 편지를 엮은 것이다. 두 저자는 『자본론』을 해설하고자 했지만, 경제적 측면에 초점을 맞추지는 않았다. 그보다는 오히려 마르크스가 『자본론』을 통해 말하고자 했던 것에 초점을 맞추었으며, 마르크스 사상의 집약체로서 『자본론』을 해설하고자 하였다. 이 책을 통해 독자는 두꺼운 경제서로서 『자본론』이 아니라, 인간 마르크스를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자본론』 읽기의 첫걸음은 거기에서 시작된다.
목차
한국어판을 위한 서문
서문
1장 그 연혁, 개요, 최신의 연구 성과 ―이시카와 야스히로의 첫 번째 편지(2021년 2월 15일)
1. 『자본론』은 어떻게 성립하였는가?
2. 『자본론』 전 3부의 개요를 해설하기
3. 최신의 연구 성과와 관련해서
2장 자본이 처음으로 날것의 인간에 닿을 때 ―우치다 다쓰루의 첫 번째 편지(2021년 5월 8일)
1. ‘청년이여, 마르크스를 읽자’가 중국과 한국에서 받아들여지다
2. 자본주의의 시작에 본질이 집약되어 있다
3. 자본주의는 이렇게 생성되었다
3장 미래 사회는 어떻게 그려졌는가 ―이시카와 야스히로의 두 번째 편지(2022년 6월 27일)
1. 마르크스의 공황론, 혁명론의 발전
2. 자본주의의 발전이 미래 사회를 준비한다
3. 미래 사회란 어떤 사회인가
4. 미래 사회의 몇 가지 측면에 관해서
4장 대홍수란 무엇인가: 자본주의와 세계의 미래 예측 ―우치다 다쓰루의 두 번째 편지(2023년 1월 11일)
1. 홍수는 내가 죽은 후에 와라
2. 인구가 증가하지 않는 시대에 대한 예측
3. 자본주의가 종언하는 역사적인 조건은 여기에 있다
4. 계급투쟁보다도 좀 더 근원적인 투쟁이 벌어진다
5장 관련 문헌
『영국 노동계급의 상황』에 관해서 ―이시카와 야스히로의 편지(2016년 8월 15일)
1. 대공업이 만들어 낸 노동자 생활의 비참함
2. ‘노동운동’의 급속한 발전과 사회개혁의 전망
3. 젊은 엥겔스의 사상 형성
『청년이여, 마르크스를 읽자 2』 중국어판을 위한 서문 ―이시카와 야스히로, 우치다 다쓰루
일본에서의 마르크스주의 운동과 연구
일본에서 마르크스 수용의 특징에 관해서
후기: 그래서 마르크스주의자는 누구냐고?
한국어판을 위한 후기
옮긴이의 말
저자소개
출판사리뷰
편집자의 말
이 책은 『자본론』을 읽어 보지 못한 사람들에게 『자본론』을 읽어 나가기를 권하는 책이다. 그러나 여타의 해설서처럼 『자본론』에 나오는 마르크스의 자본주의 분석을 경제적으로 해설하는 책은 아니다. 그보다는 오히려 마르크스가 그러한 분석을 해야만 했던, 그 동기에 초점을 맞추고, 마르크스가 분석한 당대 사회와 마르크스가 예측한 미래 사회로부터 마르크스가 하고자 했던 이야기를 해설하고자 한 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마르크스는 자신이 살아가던 당시를 어떻게 분석했으며, 미래 사회를 어떻게 예측했을까?
저자에 의하면, 마르크스는 자본주의가 인위적 인구 과잉을 조장함으로써 노동자의 권리를 약화하고 착취하며, 이러한 착취가 계속된다면 언젠가 막을 수 없는 대홍수가 발생해 자본주의가 끝을 맞이할 거라고 보았다. 그리고 저자는 이러한 대홍수로 “인구 감소”를 꼽는다. 현재 선진국들에서 발생하고 있는 저출산과 인구 감소가 자본주의의 폐해로 인한 것이며, 자본주의가 이를 통해 결국에는 수탈할 대상을 사멸시킴으로써 자본주의에도 종말을 고한다는 것이다. 과연 이러한 상황에 대해 자본주의는 어떻게 대처하고 있을까? 저자는 지방의 소멸 및 도시 집중화와 그로 인한 의도적 인구 과잉의 창출을 꼽는다. 자본주의는 계속해서 인구 감소라는 대홍수를 마주하고서도 의도적으로 인구 과잉을 유발하면서 착취할 대상을 찾는다는 것이다.
그런데 자본주의가 의도적 인구 과잉을 창출한다고 할 때, 우리는 한 가지 방식을 더 생각해 볼 수 있다. 바로 AI 기술로 인한 일자리 축소와 그로 인한 노동 인구의 과잉이다. AI 기술의 발전이 인간의 직업을 대체한다면, 아무리 인구가 감소하더라도 취업 인구는 과잉 상태에 놓이게 될 것이다. 감소한 인구보다도 일자리가 더 적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는 도시의 과밀화와 더불어 인구가 급격히 감소한 사회에서의 인구 과잉을 극대화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마르크스가 말한 대홍수의 의미도 우리는 한 가지를 더 생각해 볼 수 있다. 바로 청년들의 ‘포기’와 ‘바틀비의 무위’이다.
최근에는 조금 잦아들었지만, 한때 언론들은 청년 세대들을 ‘N포 세대’라는 호칭으로 범주화했다. 청년들이 연애, 결혼, 출산 등을 포기하고는 취업, 내 집 마련까지 포기하더니, 건강과 외모 관리, 인간관계와 희망까지 포기하는 것에서 나아가 종국에는 삶까지 포기한다는 것이었다. 이는 결국 청년들이 그동안 사회에서 당연하게 받아들여졌던 것을 ‘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어떻게 보면 이는 ‘착취’를 거부하는 것이고, ‘착취의 대상’이 되기를 거부하는 것이며, ‘착취의 구조’를 유지하기를 거부하는 것이다. 마치 바틀비가 그러했듯이 말이다. 그리고 이렇게 착취의 대상이 소멸하게 되면 자본주의는 지속될 수 없다. 이렇게 보면 대홍수는 이미 시작된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러한 대홍수에 맞서 자본주의가 쌓고 있는 제방은 아직도 인구의 도시 집중화와 AI 기술 발전을 통한 ‘의도적 인구 과잉의 창출’이라는 흙둑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흙둑은 대홍수를 맞이하면 무너질 수밖에 없는 것임을 우리는 경험으로부터 알고 있다. 그러므로 이제는 제대로 된 벽을 세워야 할 것이다. 그 벽은 쌓는 데 많은 공력과 시간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예산도 많이 소요될 것이니 사회 구성원들끼리의 긴밀한 협의도 필요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이제는 벽을 쌓아야 한다는 데 사람들이 합의하고 연대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더 늦기 전에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논의를 시작하기 위해서는 현재 상황에 대한 분석과 고려할 수 있는 대안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에 대한 분석과 대안으로 “살아 있는 사람 가운데 가장 위대한 사상가가” 내놓았던 생각을 참고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할지 모른다. 그런데 그것이 『자본론』처럼 어려운 책의 외양을 하고 있다면, 우리에게는 조금 도움이 필요하다. 그 점에서 『되살아나는 자본론』은 좋은 도우미가 되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