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북다의 단편소설 시리즈
로맨스 서사의 무한한 확장, ‘달달북다’
‘달달북다’ 시리즈는 지금 한국문학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작가 12인의 신작 로맨스 단편소설과 작업 일기를 키워드별(로맨스×칙릿, 로맨스×퀴어, 로맨스×하이틴, 로맨스×비일상)로 나누어 매달 1권씩, 총 12권의 특별한 사랑 이야기를 선보인다.
‘사랑’의 모양은 늘 위태로울 만큼 다양하며, 그것과 관계 맺는 우리의 자리 역시 매 순간 다르게 아름답다. 여기에 동의하는 이에게 새로운 로맨스 서사의 등장은 여전한 기쁨일 것이다. ‘달달북다’는 로맨스의 무한한 변신과 확장을 위해 마련된 무대다.
목차
러브 누아르
작업 일기 : 목표는 언제나 멜로한 엔딩
저자소개
출판사리뷰
『쿄쿄와 쿄지』 『줄리아나 도쿄』 한정현
신작 로맨스 단편소설과 작업 일기
‘달달북다’의 세 번째 작품은 한정현의 『러브 누아르』이다. 역사와 문학의 경계에서 탐구적 태도를 가지고 윤리적 질문을 해온 작가는 데뷔 이후 적극적이고 활발한 창작 활동을 해왔다. 역사의 줄기를 따라 이어지는 한정현의 소설은 독자가 몰랐던 타인의 진실을 향한 슬픔과 애도의 방식에 다가갈 수 있게 한다. 공식적인 주류 역사가 삭제시킨 이름들을 발굴해온 작가는, 이번 작품을 통해 ‘미쓰’라 불리며 지워졌던 여자들의 새로운 이름을 발견해내려 한다. 1980년대 서울을 배경으로 가장 스펙터클한 장르, 러브와 누아르를 선보인다.
1980년대 서울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가장 스펙터클한 장르
이름 없는 여자들의 러브 그리고 누아르
한정현은 이번 작품 『러브 누아르』를 통해 ‘하루하루 꿋꿋하게 살아가는 직장인의 일과 사랑’, 로맨스×칙릿을 키워드로 로맨스 없는 암흑기의 ‘칙릿’에 도전한다. 1986년 여름, ‘미쓰 막걸리’라는 별명을 가진 주인공 ‘박 선’은 한양물산 2층에서 공장 경리로 근무하고 있다. 선은 딸이라고 천대받는 집안에 태어나 언니들처럼 시골에서 서울로 상경해 시급 138원을 받으며 일하고 있다. 어느 날 평소 부장의 예쁨을 받던 ‘미쓰 김’이 출근하지 않고, 선은 한양물산에서 가장 똑 부러지며 남다른 분위기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미쓰 리 언니’에게 이에 대해 묻는다. 미쓰 리 언니는 미쓰 김이 임신했다고 말하고, 선은 미쓰 리 언니가 전에 했던 말을 떠올린다. “여기서 웃으면 딱 두 꼴이거든요. 임신 아니면 낙태.”(29쪽)
이곳은 서울이다. 무엇보다 이곳은…… 남자와 여자를 짝지어준다는 사이비 종교의 거대한 운동장과 같은 판이다. 남자와 여자는 무조건 사랑에 빠지고 엉겨 붙는 줄 아는…… 서울은 그런 곳이다. 그 끝은 결혼이어야 하는 막장 드라마. 그곳이 서울. 이곳에 ‘나’는 없다. (25쪽)
로맨스라곤 가능할 것 같지 않은 시대. 그럼에도 선에게는 사랑이 있다. 선은 삭막한 서울살이를 해나가면서도 독재자가 총에 맞을 때 곁에 있었다는 이유로 사라진 ‘그 여가수’의 노래를 부르고, 미쓰 리 언니가 낙서처럼 휘갈겨 쓴 종이 뭉치를 훔쳐본다. 그러던 선은 모종의 이유로 남영동에 끌려가게 되지만 미쓰 리 언니가 남긴 종이 뭉치, 소설 『서울 누아르』의 원고만은 지켜낸다. 선은 『서울 누아르』를 읽으며 로맨스만으로는 이 시대를 대적할 수 없다는 불변의 사실을 깨닫는다. 선은 로맨스 없는 암흑기에서 어떻게 살아남을까?
로맨스 없는 암흑기에서 살아남는 법
미쓰 리와 미쓰 막걸리와 그 여가수 이야기
‘남자와 여자가 결혼해서 애 낳고 나라를 위한 일꾼 만들기. 독재자의 계획이죠. 여자가 성공하는 소설? 이야기? 그런 장르? 앞으로는 몰라도 지금은 없어요.’
‘장르? 장르가 뭐예요?’
‘주제요. 여자가 성공하는 장르가 있다고 하면 나는 그걸 세상엔 없는 이야기, 환상 소설이라고 하겠어요.’ (50쪽)
『러브 누아르』에는 ‘칙릿’이라는 장르에 대한 한정현의 숙고가 담겨 있다. 「작업 일기 : 목표는 언제나 멜로한 엔딩」에서 작가는 “칙릿은 없다”(75쪽)고 선언하며 “칙릿=환상 소설”이라 정의한다. 한정현은 1980년대라는 시대 배경과 여성 공장 노동자의 삶을 톺아보며 그들에게도 분명 사랑이 있었으리라는 희망을 이 작품에 아로새겼다. 고로 이 작품은 “칙릿이 없는 칙릿 소설”(80쪽)인 동시에 칙릿이라는 장르에 대한 도전이자 ‘러브 누아르’라는 새로운 장르에 대한 발견이다.
‘달달북다’는 12명의 젊은 작가가 로맨스×칙릿(김화진, 장진영, 한정현), 로맨스×퀴어(이희주, 김지연, 이선진), 로맨스×하이틴(백온유, 예소연, 함윤이), 로맨스×비일상(이유리, 권혜영, 이미상)의 테마를 경유해 각별한 로맨스 서사를 선사한다. 독자들은 오늘날 각기 다른 형태로 발생하는 사랑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작가의 말
여성 공장 노동자의 사랑이라는 것이 수월하게 쓰일 구석이 없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그렇기에 그들의 사랑에 좀 더 초점을 맞추고 싶었다. 그들도 분명 사랑을 하고, 누군가를 그리워하고 동경했을 테니까. 당찬 면도 있었을 것이고 그럼에도 희망을 버리지 않은 부분도 있었을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 시퍼런 시대에도 꿋꿋한 사람들이, 모두가 무시했던 여성 공장 노동자들에게도 그런 사람들이 있었다고 오히려 말하고 싶었다. 그래서 자신의 꿈 앞에, 좋아하는 사람 앞에 조심스러우면서도 끈질기게 희망하는 캐릭터를 만들고 싶었다. 그들의 슬픔보다 사랑에 초점을 맞추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