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세계의 평등을 향한 전진
피케티의 이번 ‘평등의 짧은 역사’는 기존 그의 책들이 가지고 있던 약 1000쪽에 달하는 3권의 책들을 읽기 힘들다는 독자들의 요청에 대한 답으로 그것에 대한 간결한 요약과 그동안 그의 연구가 촉발한 다양한 논의들을 되짚고, 불평등의 역사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기 위해 쓰인 것이다. 그는 평등을 향한 여정은 오래전에 시작된 투쟁의 역사이고, 이 투쟁은 21세기에도 여전히 계속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책은 불평등의 역사적 비교를 하고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역사적으로 사회적·경제적·정치적 평등의 확대를 향한 장기적인 흐름이 있어왔음을 논증하고 있다. 18세기 말부터는 평등을 향한 역사적 움직임이 있었으며, 그 후로 지금까지 세계는 꾸준히 평등을 향해 전진해 왔다는 것이 피케티의 견해이다. 평등을 향해 전진해 왔다고 해서 이 세계의 모순과 불평등이 사라졌다는 것은 아니다. 이 책에서 그는 불평등의 내용과 기원을 밝히고 평등을 향해 어떠한 방향으로 우리가 나아가야 하는지 밝히고 있다.
그는 교육과 의료 부분에서의 진보적 성과를 살피면서도 세계의 인구, 생산, 소득의 전반적인 증가가 지속 가능한지 살피자고 제안하고, 그러한 측면에서 거시 경제 지표로 ‘국내 총생산(GDP)’보다는 ‘국민 소득(National Income)’ 개념을 사용하는 게 훨씬 바람직하다고 제시한다. 그의 두드러진 특징은 소유를 일련의 규칙들과 사회 집단들 간 특수한 권력 관계가 존재하는 특정 사회 내에서만 온전한 의미를 가지므로 사회적 관계로 보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즉, 소유를 역사적 맥락에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소유는 상위 1%의 점유율이 낮아지는 추세를 보였다는 점에서 평등을 향한 장기적인 움직임으로 해석하지만, 하위 50%의 소유는 거의 늘어나는 변화가 없었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고 본다. 그는 불평등의 완화를 위해서 누진세와 상속세의 확대 강화를 주장하고 있다.
목차
감사의 말
들어가며
새로운 경제·사회사
불공정에 맞선 반란들과 공정한 제도들에 대한 학습
권력관계와 그것의 한계
제1장 평등을 향한 여정 : 첫 번째 지표들
인류의 진보 : 모두를 위한 교육과 의료
세계 인구와 평균 소득 : 성장의 한계
사회-경제적 지표의 선택 : 정치적 문제
복수의 사회적·환경적 지표를 위하여
불평등의 측정 없이 지속 가능한 발전은 불가능하다
제2장 서서히 일어난 권력과 소유의 탈집중화
18세기 이후 나타난 소유 집중의 변화
소유와 권력 : 권력의 다발
생산 수단, 주택, 국가, 그리고 나머지 세계의 소유
중위 자산 계급의 힘겨운 등장
소득 평등의 확대를 향한 긴 여정
제3장 노예제와 식민주의의 유산
산업 혁명, 식민주의, 그리고 자연 생태계
대분기의 기원 : 유럽의 군사적 지배
면화 제국 : 세계 섬유 산업의 장악
보호 무역주의, 중심부-주변부 관계, 세계체제
유럽을 하나의 지방의 관점에서 바라보기, 서구의 특수성에 대해 다시 생각하기
경제·사회사와 국가 건설의 역사
제4장 배상의 문제
노예제의 종말 : 노예 소유주들에게 이루어진 금전적 보상
아이티가 갚은 부채를 프랑스 국가가 되돌려줘야 하나?
1833년과 1848년 노예제 폐지에 따른 영국과 프랑스의 배상 방식
미국: 노예제 공화국의 긴 여정
노예제 이후의 식민주의와 강제 노동 문제
스스로는 식민 공화국임을 모르는 프랑스
배상의 문제 : 초국적 정의를 다시 생각하기
제5장 혁명, 지위, 계급
특권과 지위의 불평등은 사라졌는가?
지난한 과정을 거쳐 사라진 강제 노동과 반강제 노동
1900년 스웨덴 : 한 명이 100표
특권의 변신 : 금권 민주주의
납세 유권자 투표의 존속 : 경제 분야의 금권 정치
참여적 사회주의와 권력의 분유
제6장 ‘대규모 재분배’, 1914~1980년
사회적 국가의 창안 : 교육, 의료, 사회 보장
조세 재정 국가의 두 번째 도약 : 인류학적 혁명
누진 소득세와 누진 상속세의 탄생
실질적 누진성과 사회 계약 : 세금 수용성의 문제
세전 불평등을 감소시키는 도구로서의 누진세
식민 자산과 국채의 청산
국채 탕감을 통한 유럽의 재건
제7장 민주주의, 사회주의, 누진세
평등의 한계 : 소유의 극단적 집중
사회적 국가와 누진세 : 자본주의의 체제적 변화
소유와 사회주의 : 분권화의 문제
민주적·자주 관리적·분권적 사회주의를 위하여
자본의 자유로운 이동 : 새로운 납세 유권자 권력
제8장 차별에 반대하는 실질적 평등
늘 부르짖지만 한 번도 실현된 적 없는 교육 평등
사회적 기준에 바탕을 둔 적극적 우대 조치를 위하여
가부장제와 생산주의의 존속에 대하여
정체성을 고착화시키지 않고 차별을 철폐할 방법은 무엇인가
사회적 동수(同數)와 부의 재분배의 절충
인종 차별의 측정 : 종족-인종 범주의 문제
종교적 중립성과 프랑스식 세속주의의 위선
제9장 신식민주의의 극복
영광의 30년과 후진국 : 사회적-민족 국가가 지닌 한계
신식민주의, 무역 자유화, 조세 피난처
허울뿐인 국제 원조와 기후 정책
가난한 국가들의 권리 : 중심부-주변부 논리에서 벗어나기
사회적-민족 국가에서 사회적-연방제 국가로
사회 민주적 연방제를 위하여
제10장 민주적·환경적·다문화적 사회주의를 향하여
변화의 요인들 : 온난화와 이데올로기 간 각축
중국식 사회주의 : 완벽한 디지털 독재의 단점들
자본주의 간 전쟁에서 사회주의 간 전투로
화폐가 우리를 구원해줄까?
보편주의적 주권주의를 위하여
저자소개
출판사리뷰
피케티의 새 책을 한국에 소개한다. 프랑스에서 2021년에 출간된 책인데, 출판사 사정으로 한국에서는 이제야 출간이 된다. 독자들의 너그러운 용서를 바란다. 소득불평등의 문제를 인지한 경제학자들은 많았겠지만, 방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여 소득불평등의 문제를 실증적으로 연구해서 인정받은 학자는 토마 피케티이다. 그의 원고를 읽으며 여러 가지가 인상적이었지만, 그가 ‘소유’를 신성불가침의 권리로 보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관계’ 속에서 바라본다는 것이었다. ‘소유’를 ‘사회적 관계’ 속에서 바라본다면 ‘상속세’ 폐지와 같은 주장은 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의 ‘소유’에 대한 태도는 마이클 샌델의 주장을 연상케 했고, 관점의 공통점도 찾을 수 있을듯 했다. 마이클 샌델의 주장은 정교한 논리적 추론의 결과였지만, 피케티는 그러한 논리에 엄밀한 사회과학적 통계로 그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누진세가 역사적으로 불평등의 완화를 이루게 했다는 논증도 흥미로웠다. 그리고 지금의 서구 사회의 부가 세계 경제 시스템과 국제 노동 분업의 효과 때문이라며 다국적 기업과 세계 억만장자들에게 세금을 부과해 가난한 나라에 줘야 한다는 주장도 역시 흥미로웠다. 진보적인 측면에서의 주장이 때로는 논리의 완성도는 높으나, 통계적 수치의 뒷받침 부족으로 ‘단순한 주장’으로만 치부되기가 쉬운데, 그러한 주장에 정당성의 데이터적 근거를 제시하는 학자라서 반가웠다. 많은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고, 논리적 근거를 갖게하는 책이 되기를 바란다.
민족적 주권주의에서 보편주의적 주권주의로
꽤 많은 부분을 피케티는 노예제와 식민주의의 유산에 대해서 다룬다. 노예제와 식민주의가 서구의 부의 축적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 부분을 논증하고 그에 따른 배상의 문제에서의 불공정의 문제를 다룬다. 그러한 식민주의에 의해 만들어진 불공정을 해결하는 방법에 대한 해법도 그는 제기한다. 그리고 그는 현대의 신자유주의에 의해 형성된 자본의 자유로운 국가 간 이동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다. 이러한 오늘날의 경제시스템은 부자들을 위한 신식민주의에 불과하다는 것이 피케티의 결론이다. 이러한 신식민주의의 유산을 극복하고 우리가 어떻게 평등의 세계로 나아갈 수 있는지 그는 다양한 층위에서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피케티는 이 책에서 민주적이고, 연방제적이며, 분권화되고, 참여적이며, 환경적이고 다문화적인 사회주의의 가능성을 주장하였다. 그는 역사적으로 무수하고 다양한 경제 모델이 전 세계에 존재해왔다는 사실을 상기시킨다. 피케티는 평등을 향한 여정이 결과가 불확실한 투쟁이며 미리 정해져 있는 길은 아니라며, 지구 구성원들이 사회적 화합과 지구의 생존에 관련된 문제에서 이제 민족적 주권주의가 아닌 보편주의적 주권주의의 원칙에 따라야 한다고 결론을 맺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