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국정원, 검찰, 경찰을 장악하는 데 일주일,
대통령 아들을 파헤치는 데 일주일,
재벌그룹과 그 고리의 멱을 잡는 데 일주일,
그리고 쓰레기를 모아 세상 밖으로 버리는 데 일주일!
“한 달의 시간만, 저에게 주시겠습니까?”
세상을 뒤엎기 위해 대통령 시해를 결심한 국무총리와
그를 막아 권력을 손에 넣으려는 경제부총리
한 치도 물러설 수 없는 두 ‘악’이 펼치는 숨가쁜 진격의 템포!
목차
추천의 말 6
일러두기 8
등장인물 관계도 9
등장인물 소개 10
용어 정리 24
1부 25
2부 83
3부 135
4부 189
5부 241
6부 301
7부 351
8부 401
9부 453
10부 505
11부 557
12부 607
작가의 말 652
저자소개
출판사리뷰
대본집으로 곱씹는 명대사, 명장면
넷플릭스 시리즈 「돌풍」 대본집이 민음사에서 출간되었다. 지난 6월 말,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12부작 드라마 「돌풍」은 눈이 다 따라가지 못할 정도로 빠른 전개, 뇌가 하는 예측을 보란 듯이 벗어나는 반전의 반전, 귀가 아니라 가슴에 꽂히는 대사, 저마다 다채롭게 타락한 권력자들에 대한 묘사까지… 한 번 보기 시작하면 밤샘도 불사하게 만드는 몰입감으로 올여름 한국 사회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보고 듣는 쾌감뿐만 아니라 읽는 재미까지 확실한 박경수 대본은 그야말로 소장하고 싶게 만드는 글이다. 시의적절하게 인용하는 시구나 고사, 경구 등은 박경수 극본만의 특징으로, 그가 왜 배우들이 선호하는 작가이자 작가들의 작가 불리는지 확인시켜 준다. 품위 있는 동시에 타격감 넘치는 대사들로 인해 박경수 드라마에는 항상 명장면과 명대사가 쏟아진다. 이번 작품 역시 등장인물 모두가 명언 제조기라는 점에서 주연과 조연의 구분이 무색하다.
대본집 『돌풍』은 영상을 통해 즐겼던 속도감에 활자의 맛을 더해 명대사와 명장면을 곱씹으며 드라마 「돌풍」의 진면목을 느낄 수 있는 책이다. 「돌풍」이 한국 사회에 던진 의미를 정확하게 포착하는 이응준 소설가의 추천의 말, 「돌풍」을 집필하게 된 계기와 극중 인물들에 대한 박경수 작가의 생각을 확인할 수 있는 작가의 말 등은 대본집에서만 즐길 수 있는 매력이다. 올여름, 대본집 『돌풍』을 읽고 소장하는 것은 스스로가 이 뜨거운 드라마의 감독이 되어 완전한 「돌풍」을 감상하는 절호의 기회가 될 것이다.
박경수표 정치스릴러
박경수는 「추적자 THE CHASER」, 「황금의 제국」, 「펀치」 등 완성도 높은 대본으로 정평이 난 드라마 작가다. 작가에 대한 팬덤이 본격화된 건 「추적자 THE CHASER」부터다. 2012년에 방영된 이 드라마는 딸의 죽음에 얽힌 진실을 파헤치는 과정에서 한국 사회의 부조리를 신랄하게 비판하는가 하면 거대 권력에 맞서는 소시민의 분투를 폭발력 있게 그려 시청자들의 열띤 호응을 얻었다. 이어진 「황금의 제국」(2013)에서는 판자촌 출신 주인공이 재벌가에 입성해 살벌한 권력 다툼을 벌이며 괴물로 변해 가는 내용을 다뤘다. 역시 재벌가의 민낯을 고스란히 드러내며 시청자들로부터 호평을 얻었다. 이후 부패한 검찰총장과 법무부장관을 파멸시키는 과정을 다룬 「펀치」(2014~2015)에 이르며 박경수표 권력물은 팬덤을 넘어 대중에까지 각인됐다. 「돌풍」은 ‘권력물의 장인’이라 불리는 작가 박경수가 7년 만에 선보이는 지금 한국 사회에 대한 또 한편의 우화이다.
이 시대의 빌런, 검은 영웅들
드라마의 중심에는 박동호와 정수진이 있다. 먼저 위험한 신념의 주인공 박동호. 국무총리로서 대통령을 시해하고 대통령 권한대행이 되고자 한다. 그러나 박동호가 원하는 건 대통령 자리가 아니다. 그의 목표는 대통령과 결탁해 부패의 고리 역할을 하는 정수진을 파멸시키는 것. 오직 이기기 위해 박동호는 불법에는 탈법으로 맞서고 음모에는 협잡으로 대응하며 그들보다 더 추해지는 것마저 감수한다.
그 반대편에 타락한 신념의 주인공 정수진이 있다. 젊은 날을 민주화 운동에 바친 그는 전대협 의장 출신 선배와 결혼, 3선 국회의원을 거쳐 현재는 경제부총리로 승승장구하는 중이다. 그러나 한때 자기 삶의 자부심이었던 남편이 이제는 내려놓을 수 없는 짐이 된 지 오래. 자신의 치부를 덮기 위해 정경유착의 핵심 통로가 되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 정수진에게 정의로운 나라, 평등한 세상은 철 지난 추억일 뿐이다.
상대방을 죽이지 않으면 자신이 죽게 되는 벼랑 끝 혈투에서 최후의 승자는 누가 될까. 애초에 이 싸움에 승자가 존재할 수는 있을까. 극중 두 사람의 존재는 이 시대 ‘악’의 얼굴이 무엇인지 실토한다. 그들은 조커 같은 예외적 괴물의 형상이 아니다. 그들은 오히려 권력의 말끔한 정장을 입고 ‘정의’와 ‘신념’을 부르짖는 영웅의 모습을 하고 있다. 「돌풍」은 그들을 검은 영웅이라 부른다.
성찰 없는 분노의 최후
이 드라마는 서로를 끌어내리고자 하는 두 권력자의 대결을 다루지만, 그들의 진흙탕 싸움을 통해 드러나는 것은 그들 각자의 분노가 지닌 한계다. 정수진은 독재와 반민주에 분노한다. 극중 공안검사 출신의 국회의원 조상천은 북한과 빨갱이에 분노한다. 그리고 박동호는 그들 모두의 위선에 분노한다. 그들 각각의 입장에서 자신의 분노는 너무나도 정당하다. 그렇기에 상대를 압박하고 제거하기 위한 모든 행동이 정당화된다. ‘성찰 없는 분노’가 그들 모두를 괴물로 만든 것이다. ‘나의 분노는 정당한가?’ 라는 질문에서 써 내려간 작품이 바로 「돌풍」이라는 박경수 작가의 말은 이 대본집을 읽는 독자들의 질문이기도 할 것이다.
작가의 말
이미 낡아 버린 과거가 현실을 지배하고, 미래의 씨앗은 보이지 않는, 답답하고 숨 막히는 오늘의 현실을 리셋하고 싶은 갈망에서 시작한 작품입니다. (중략) 나이 마흔이 넘으면 자신이 사는 세상에 책임이 있다는 말이 있습니다. 이 사회에 문제가 있다면, 그건 저의 책임입니다. 이 세상의 불합리는 내 안의 악마가 만들거나, 침묵하거나, 묵인한 결과입니다. 그래서 아픕니다. 나의 침묵으로 만들어진 불합리한 세상을 나의 주인공이 살아가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