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안전가옥 오리지널 38, 이산화 작가의 장편소설 《도난: 숨겨진 세계》가 나왔다. 《밀수: 리스트 컨선》의 후속작이다. 전작이 희귀 동식물 밀수라는 범죄 행위를 통해 진짜 희귀한 것은 무엇인지, 우리가 생각해 봐야 할 것은 무엇인지 전했다면 이번 《도난: 숨겨진 세계》는 지금 우리가 사는 기후 재앙의 시대에 이미 사라진 생태계, 지금도 끊임없이 사라지는 생태계와 미래에도 사라질 생태계, 그럼에도 재발견될지도 모를 새로운 생태계에 관한 이야기다. 이 ‘숨겨진 세계’를 찾아 전작보다 더 광활하고 신비한 야생 속으로 떠나는, 이산화 특유의 쾌활한 모험이 펼쳐진다.
과격파 야생동물 보호단체 LC의 조직원으로 세계 최대의 야생동물 밀수 조직을 궤멸시킨 로키. 그의 새 임무는 조직의 신입 멤버가 연루된 듯한 밀거래 사건을 조사하는 것이다. 하지만 정작 밀거래 현장에서 대면한 문제의 신입, 마모는 뜻밖의 제안을 한다. 최근 유럽 곳곳의 박물관과 대학에서 벌어진 소장품 도난 사건을 함께 조사하자는 것. 사라진 것은 생태 탐사 일지, 엉망으로 만든 새 박제 같은 귀하지 않아 보이는 것들. 하지만 그중에 아주 희귀한 큰박쥐태양새의 표본이 포함되어 있음을 로키와 마모는 알게 되고, 서둘러 조사를 시작한다. 둘은 협력하며 도난 사건의 배후를 쫓고, 완벽주의에 집착하는 불법 박제사 솔라라, 전직 갱 루치가 합세하며 모험은 더욱 빠르게 점입가경으로 흐른다. 도대체 누가 이 잘 알려지지도 않은, 그리 큰 가치도 없어 보이는 새 표본과 일지를 훔친 걸까? 눈에 보이는 것 외에 숨겨진 거대한 무엇이 있음을 직감한 그들은 진실을 찾아 동아프리카로, 아주 비밀스러운 생태계, 숨겨진 세계를 찾아 나아간다.
목차
프롤로그
지하생태학
이기적인 무리
사악한 사중주
현혹과 기만
오래 살다가 죽어 사라지길
에필로그
작가의 말
프로듀서의 말
저자소개
출판사리뷰
기후 슬픔의 시대,
우리는 어디에 숨을 수 있을까?
실로 마음 불편한 나날이다. 재난을 피할 수 없다는 사실은 점점 더 명백해졌고, 인류가 그 재난을 막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는 사실 또한 갈수록 뚜렷하게 드러났다. 기후 위기로 인한 불안과 죄책감 등의 부정적인 감정을 의미하는 ‘기후 슬픔’(Climate grief)이 새 로운 화두가 된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다. 어쩌면 우리는 긍정적인 미래 전망이 그저 현실을 직시하지 않기 위한 기만일 뿐인 시대, 현실에서 눈을 돌려 얻는 희망보다 현실을 직시하며 느끼는 절망이 차라리 더욱 값진 시대를 살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작가의 말 중에서
말로만 듣던 기후 위기가 살인 더위로, 말도 안 되는 폭우로, 태풍으로 세차게 다가온다. 작가의 말처럼, 이제는 피할 수 없다는 느낌이 점점 뚜렷해지고 있다. 한 지역만의 문제도, 선택할 수 있는 사안도 아니다. 우리는 마침내 어디로도 숨을 수 없어 보인다. 그러나 현실에서 희망이 완전히 멸종해 버린 건 또 아니다. 이상하다 싶을 만큼 ‘희망찬’ 소식도 종종 들린다.
우리는 아직 할 일이 있고, 아직 다 끝난 건 아니니까, 이것저것 할 일을 생각하며 여러가지 상상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이 소설 《도난: 숨겨진 세계》는 그런-아직 인류가 살 만한 새로운 어딘가가 있다면, 혹은 빠른 속도로 사라지고 멸종되는 모든 종을 위로하는, 이 잔인한 멸종의 시대에 생전 처음 보는 신비한 종이 살아가는 미지의 생태계가, 숨겨진 세계가 어딘가에 있다면-이라는 상상에서 출발한다.
큰박쥐태양새가 부르는 곳,
숨겨진 세계를 찾아서
과격파 야생동물 보호단체 LC의 조직원으로 세계 최대의 야생동물 밀수 조직을 궤멸시킨 ‘로키’ 한누리. 그의 새 임무는 조직의 신입 멤버가 연루된 듯한 밀거래 사건을 조사하는 것이다. 하지만 정작 밀거래 현장에서 대면한 문제의 신입, 마모는 뜻밖의 제안을 한다. 최근 유럽 곳곳의 박물관과 대학에서 벌어진 소장품 도난 사건을 함께 조사하자는 것. 사라진 것은 생태 탐사 일지, 엉망으로 만든 새 박제 같은 귀하지 않아 보이는 것들. 하지만 그중에 아주 희귀한 큰박쥐태양새의 표본이 포함되어 있음을 로키와 마모는 알게 되고, 서둘러 조사를 시작한다. 둘은 협력하며 도난 사건의 배후를 쫓고, 완벽주의에 집착하는 불법 박제사 솔라라, 전직 갱 루치가 합세하며 모험은 더욱 빠르게 점입가경으로 흐른다.
로키 일행은 프리랜서 절도단 쥐의 왕보다 먼저 단서를 손에 넣으려 본격적인 행동에 나서는 중에, 여러가지 새로운 사실과 맞딱뜨리게 된다. 문제의 새 박제가 20세기 초 독일령 동아프리카 지역 외교관이었던 아마추어 동물학자 리하르트 오일렌발트와 연결되어 있다는 것, 그가 학계에 보고한 동식물 중에는 두 번 다시 발견되지 않은 수수께끼의 종도 많다는 것, 게다가 쥐의 왕 뒤에는 거대한 세력이 웅크리고 있다는 것. 도대체 누가 이 잘 알려지지도 않은, 그리 큰 가치도 없어 보이는 새 표본과 일지를 훔친 걸까? 로키 일행은 진실을 찾아 동아프리카 탄자니아로, 존재할지도 모를 아주 비밀스러운 생태계로, 숨겨진 세계를 찾아 나아간다.
우리의 시대가 문명의 황혼이라면
적어도 저녁놀이 아름답기를
민물게나 황금두더지 한두 종이 멸종 하지 않았다고 해서 인류 또한 멸종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전혀 없습니다. 기후 위기는 여전히 실재하는 위협이며 우리는 그리 잘 해내고 있지조차 못합니다. 하지만 적어도 우리는 이제 데이비드경긴코가시두더지를 보호할 수 있습니다. 바트만강종개를 보호할 수 있습니다. 거의 100년 가까이 나타나지 않았던 거미 한 종이 소리 소문 없이 멸종하기 전에 재빨리 찾아냈기에, 다가올 기후 재난에 속절없이 휩쓸리지만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할 수 있습니다. 비록 우리가 스스로 초래한 재앙으로부터 문명과 사회와 미래를 상처 없이 구해 낼 기회는 영영 오지 않을지라도, 최소한 경이로운 동식물 몇몇 종을 저승길 길동무로 데려가지 않을 기회는 주어진 셈입니다.
-작가의 말 중에서
지구는 실시간으로 활활 타고, 인류는 멸종을 향해 빠른 걸음으로 나아가고 있다. 우리에게는 정말 아무런 희망도 없을까. 아마도 아직은 그렇지 않을 것이다. ‘지구에 이로운 일’을 하는 사람들도 있는 것 같고, 멸종된 줄 알았던 종이 어딘가에 아직 살아 있다는 소식도 ‘종종’ 들리니까. 장미빛은 아니어도, 적어도 마지막 순간에는 무언가 옳은 일을 할 수 있다는 희망 정도는 있지 않을까.
이산화 작가의 《도난: 숨겨진 세계》는 그런 정도의 희망을 갖고, 써 내려간 이야기다. 고결한 인류애와는 거리가 멀며 여러 사람의 필사적인 노력이 제대로 보답받지 못하는 이야기다. 그럼에도 어쩌면 그 허무와 절망 가운데에서야말로 어떠한 미래가, 진보가, 희망이 존재할지도 모른다고 슬며시 속삭이는 이야기다. 있을지 없을지 모를 숨겨진 세계를 찾아 떠나는, 희망이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지만, 일단 하고 보는 모험담이다. 아직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하나도 없는 건 아니니까.
등짝을 때려 주고 싶지만, 도무지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들, 비관도 낙관도 하지 않는 숨가쁜 사건 전개, 이산화 작가 특유의 시니컬한 쾌활함이 사라진 큰태양박쥐새를, 그리고 어딘가 있을지도 모를 숨겨진 세계를 쫓는 모험 위에 펼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