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서울은 궁의 도시다. 조선시대 500년 세월을 품고 있는 5대 궁이 옛 도읍지 한양의 유구한 변천을 증언한다. 궁은 수백 년 전 존재했던 한 나라가 겪은 흥망성쇠를 품고 있는 살아있는 역사 교과서다. 그 속에 정무를 보던 곳이 아닌 사대부가를 연상시키는 한옥이 오롯이 자리하고 있어 책을 통해 소개하려 한다.
저자소개
출판사리뷰
[연경당]은 창덕궁 안에 조선 후기 상류층 사대부 가옥을 모방하여 지은 건축물 연경당에 관한 기록입니다. 조선 순조 무자년(1828년)에 효명세자는 어머니 순원왕후의 40세 생신을 축하하여 연경당에서 잔치를 열기도 했습니다.
민가는 주로 덤벙주초 위에 지어졌는데, 궁궐 속 한옥은 잘 다듬어진 숙석 위에 지어졌습니다. 주초부터 그 위용이 남다른 이 한옥은, 오랜 세월 한옥을 주제로 촬영해 온 저에게도 쉽지 않은 대상이었습니다. 물리적인 접근에서도 사진 적 표현에서도 그러했습니다.
실재하는 연경당의 보존만큼이나 기록의 중요성이 큰 만큼, 다른 어느 때보다 ‘구중궁궐 속 한옥’의 형태와 기능에 충실하고자 했습니다. 숙석 위에 지어졌듯이, 그 기초 위에 연경당의 아름다움을 세우고자 했습니다. ‘오랫동안 즐거움을 누리라’는 뜻을 담고 있는 솟을대문인 장락문이 있습니다. 여러 채로 구성된 사랑채·안채·별당채·반빗간 사이는 모두 중문으로 연결되어있는 전형적인 사대부가의 99칸집을 모방하여 여성의 공간과 남성의 공간으로 나뉜 위계가 있는 집이 연경당입니다.
[낙선재]는 조선 24대 임금인 헌종이 후궁을 경빈으로 맞이하며 헌종 13년(1847년)에 낙선재를, 이듬해에 석복헌, 수강재를 동시에 건축했습니다. 낙선재는 헌종의 서재 겸 사랑채였고, 석복헌은 경빈의 처소였으며, 수강재는 당시 대왕대비인 순원왕후(23대 순조의 왕비)를 위한 집이었습니다. 후궁을 위해 궁궐 안에 건물을 새로 짓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었습니다. 건축은 단청을 하지 않고 반가의 형식을 따랐으나 궁궐 침전의 양식을 가미했습니다. 낙선재, 석복헌, 수강재 세 영역을 합하여 일반적으로 낙선재라 부릅니다. 낙선재의 큰 특징은 건축주의 염원이 담긴 다양한 문양들이 있다는 것입니다. 방문마다 다른 문양을 창호에 넣었는데 다산을 상징하는 포도와 여인의 사랑을 의미하는 매화에는 경빈에게서 후사를 잇고 싶은 헌종의 염원을 담았습니다. 만(卍)자살무늬, 아(亞)자살무늬, 교살무늬, 정(井)자살무늬, 용(用)자살무늬, 숫대살무늬, 띠살무늬 등 창호의 무늬가 두루 다양하게 쓰였습니다. 그 외에 숨은그림찾기하듯 이 책을 통해 다양한 한옥의 아름다움을 찾아보시길 바라며 발간의 취지를 마칩니다. 오랫동안 한옥만을 바라기해온 한 사진가의 눈과 발을 빌어, 일반인들이 [연경당]과 [낙선재]에 보다 더 가까워지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사진가의 글
‘조선 순조 무자년(1828년)에 효명세자는 어머니 순원왕후의 40세 생신을 축하하여 연경당에서 잔치를 열었다.’
창덕궁 안에 조선 후기 상류층 사대부 가옥을 모방하여 지은 건축물 연경당에 관한 기록이다. 민가는 주로 덤벙주초 위에 지어졌는데, 궁궐 속 한옥은 잘 다듬어진 숙석 위에 지어졌다. 주초부터 그 위용이 남다른 이 한옥은, 오랜 세월 한옥을 주제로 촬영해 온 나에게도 쉽지 않은 대상이었다. 물리적인 접근에서도 사진적 표현에서도 그러했다.
실재하는 연경당의 보존만큼이나 기록의 중요성이 큰 만큼, 다른 어느 때보다 ‘구중궁궐 속 한옥’의 형태와 기능에 충실하고자 했다. 숙석 위에 지어졌듯이, 그 기초 위에 연경당의 아름다움을 세우고자 했다.
경사스런 행사를 연다, 연경당
궁궐 속 한옥인 이 독특한 집은 1827년 진장각 옛터에 지어지기 시작했다. 사대부가 99칸집의 구성을 잘 표현한 집으로 왕세자가 왕권강화를 위해 지은 연회용 공간이다. 1828년 호명 세자가 순원왕후의 40세 생신 축하연과 부친 순조에게 존호를 올리는 경축 의식을 맞아 진작례를 올리기 위해 건축한 것이다. 그래서 이름도 ‘경사스러운 행사를 연다’는 의미의 연경당이다. 사랑채의 당호였으나 지금은 이 주위 건물 전체를 통틀어서 일컫는다. 단청을 하지 않았지만 남녀유별과 장유유서의 규율이 채나눔과 평면구성 등에 세심하게 적용되어, 사대부가 집의 원형을 잘 표현하고 있다. 고종 때에 가서야 완성되었고 대한제국 시절 외국사절단의 접빈 공간으로 활용하였다.
낙선재의 큰 특징은 건축주의 염원이 담긴 다양한 문양들이 있다는 것이다. 방문마다 다른 문양을 창호에 넣었는데 다산을 상징하는 포도와 여인의 사랑을 의미하는 매화에는 경빈에게서 후사를 잇고 싶은 헌종의 염원을 담았다. 만(卍)자살무늬, 아(亞)자살무늬, 교살무늬, 정(井)자살무늬, 용(用)자살무늬, 숫대살무늬, 띠살무늬 등 창호의 무늬가 두루 다양하게 쓰였다. 그 외에 숨은그림 찾기를 하듯 화계와 꽃담, 기와, 합각, 난간, 굴뚝 등에 다채로운 문양을 장식해 넣었다. 거북이 등, 불로초, 목숨수(壽)자 문양은 장수, 공작새 문양은 덕망, 도깨비 문양은 벽사, 박쥐 문양은 다복(多福)의 상징이다. 낙선재 누마루 아래엔 빙렬의 문양을 넣었는데 함실아궁이가 바로 뒤에 있어 방화의 벽사를 위해 넣은 것이다. 화계 위에는 취운정(翠雲亭), 한정당(閑靜堂)이 있으며, 그 외에 상량정(上凉亭), 칠분서(七分序), 만월문(滿月門), 삼삼와(三三窩), 승화루(承華樓) 등이 있다.
책도 이 수순을 따랐고, 구성 요소들을 빠짐없이 기록코자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은 책자에 ‘구중궁궐 속 한옥’의 웅장함과 섬세함, 계절이 들고나는 아름다움을 다 담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다만 이 책이 오래 한옥만을 바라기해온 한 사진가의 눈과 발을 빌어, 일반인들이 ‘연경당’과‘낙선재’에 보다 더 가까워지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끝으로, 오래 머묾이 허락되었던 ‘연경당과 낙선재에서의 시간’에 감사한다.
맺으며
창덕궁(昌德宮)은 자연과 조화를 이룬 가장 한국적인 궁으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궁이다.
창덕궁(昌德宮)은 1405년(태종 5) 법궁인 경복궁의 이궁(離宮)으로 창건되었다. 1592년(선조 25) 임진왜란으로 소실되었다가 1610년(광해군 2) 궁궐 중 처음으로 다시 지어졌으며, 이후 역대 왕들이 1867년 경복궁이 중건될 때까지 약 270여년 동안 창덕궁을 더 많이 사용하여 실질적인 법궁의 역할을 하였다. 특히 연경당과 낙선재는 단청이 없는 궁궐속의 사대부가를 엿 볼 수 있는 왕의 침전이었던 공간이다. 낙선재 권역은 광복 이후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실 가족(순정황후(순종 두 번째 황후), 의민황태자비(이방자 여사), 덕혜옹주(고종의 딸))이 생활하다가 세상을 떠난 곳이기도 하다. 궁궐속에 한옥을 지은 분의 뜻을 세기며 답사할 때 이 책이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