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무엇이 영국을 ‘해가 지지 않는 나라’로 만들었는가?
이 책은 영국 입문서다. 영국인들이 성공한 나라를 만들어낸 비결을 밝힌다.
영국의 역사는 브리튼섬을 두고 여러 민족이 다투고 경쟁해 온 것으로, 그러한 과정에서 영국인들은 타협과 합의의 정신을 배양할 수 있었다. 이 책의 저자는 이러한 영국인 특유의 타협과 합의의 자세, 이를 통한 중용과 실용의 중시가 영국을 세계적인 모범 국가로 만들었다고 분석한다. 영국이 자랑하는 의회주의, 성공회, 코먼로 그리고 세계 최초의 복지국가 형성에 영국적 중용의 정신이 반영되어 있다.
이 책은 영국을 의회주의(입법부), 정부론(행정부), 법제도(사법부), 교회(종교), 문화자산(사회문화), 공동체 서비스(복지국가)로 나누어 성공 요인을 분석한다. 영국의 저명한 정치학자가 자국에 대해 솔직하게 (때로는 자랑스럽게) 쓴 내용이 돋보인다. 1942년에 나온 초판을 옮긴 것으로 오늘날 독자를 위해 여러 상세한 각주를 부기했다. 옮긴이는 인권 친화적인 법학자로 널리 알려진 안경환 서울대학교 명예교수다.
목차
제1장 영국 공동체
제2장 영국 의회주의의 천재성
제3장 영국 정부론
제4장 잉글랜드의 법제도
제5장 영국의 종교와 교회
제6장 영국의 문화적 자산
제7장 구성원에 대한 영국 공동체의 서비스
저자소개
출판사리뷰
해가 지지 않는 나라, 대영제국
영국은 ‘해가 지지 않는 나라’다. 이 책의 옮긴이의 말을 빌리자면 영국사는 태양을 향해 밝게 다가간, 태양의 역사다. 정치적으로 의회주의, 경제적으로 산업혁명, 법률적으로 코먼로(영미법) 등 현대 인류사의 형성에 영국만큼 기여한 나라도 드물다.
초강대국 미국도 영국의 식민지에서 시작했으며 세계 공용어도 영어다. 그래서 어떻게 영국인들이 이렇게 성공한 나라를 만들었는지 많은 사람이 궁금해한다. 이 책이 나온 1940년대에도 이미 그랬던 모양이다. 무엇이 대륙 주변부의 평범한 크기의 섬나라를 해가 지지 않는 제국으로 만들었는가? 이 책의 저자는 영국 출신의 저명한 정치학자로 자국이 성공한 요인에 대해 분석한다.
타협과 합의 그리고 중용의 길
잘 알려져 있다시피 영국은 잉글랜드, 스코틀랜드, 웨일스, 북아일랜드로 구성된 연합 왕국(United Kingdom)이다. 영국이 이렇게 다채로운 모습을 띠게 된 것은 이들이 선주민 켈트족(스코틀랜드, 웨일스, 아일랜드의 기원), 로마의 지배, 게르만족(잉글랜드의 기원)의 이동, 노르만족의 정복으로 이어지는 복잡한 역사를 품고 있기 때문이다.
다양한 민족이 다투고 경쟁한 브리튼섬(영국 본토)의 역사는 영국인들에게 타협과 합의의 정신을 중시하게 만들었다. 끊임없는 타협, 조율, 이해, 양보의 과정을 통해 각자의 다름을 존중하고 공존을 추구하는 것이 영국인들이 터득한 삶의 자세다. 저자는 이러한 타협과 합의의 자세, 이를 통한 중용(via media)의 추구가 영국을 세계적인 모범 국가로 만들어낸 원동력으로 본다. 그리고 현대 영국이 자랑하는 의회주의, 성공회, 코먼로가 바로 이러한 영국적 정신이 구현된 산물이라고 주장한다.
의회주의, 성공회, 코먼로, 세계 최초의 복지국가 …
영국에서 기원한 현대 의회주의는 의회에 참여하는 모든 정당에게 타협과 합의를 강제한다. 국사를 정할 때 여야의 합의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영국 의회에서 여당과 야당은 모두 ‘국왕의 여당’과 ‘국왕의 야당’으로 정통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국정에서 여당의 독주를 허용하지 않으며 야당도 일정 부분 정책 결정에 참여하게 해 훗날 정권이 바뀌어도 급격한 정책 변화가 없도록 만든다. 저자는 하원(House of Common), 타협(Compromise), 연속성(Continuity)의 3C가 영국 의회정치의 요체라고 강조한다.
오늘날 잉글랜드의 국교인 성공회도 영국적 중용의 산물이다. 성공회는 이른바 가장 구교(로마가톨릭)를 닮은 신교다. 다른 신교 교파와 비교할 때 영국 성공회는 구교와 공유하는 전통이 많다. 하지만 로마가톨릭처럼 하나의 구심점 아래 일사분란하게 모인 조직은 또 아니다. 구교와 신교의 사이 어딘가에 서서 중용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성공회는 매우 영국다운 종교라고 할 수 있다.
로마법과 함께 세계의 법을 양분하는 코먼로(영미법)는 어떤가? 코먼로의 특징으로 불문법, 판례법(판사가 만든 법) 등 여러 가지가 있지만 이 책에서 말하는 영국적 특징에서 볼 때 눈에 띄는 것은 배심원제다. 코먼로는 뛰어난 법률가인 몇몇 판사에게 재판 결과를 전적으로 의지하는 대신에 평범한 시민들의 상식과 이들 간의 합의를 통한 재판을 추구한다. 일반 시민의 상식과 경험이 법률가의 전문 지식을 조력한다.
끝으로 미국의 뉴딜 정책 이전에 영국에서 뉴딜 정책(New National Deal)이 먼저 있었다. 노동과 평등을 중시하는 사회주의와 자본과 자유를 중시하는 자본주의 경제 사이에서 혼합경제를 지향하며 세계 최초의 복지국가 타이틀을 단 나라가 바로 영국이다.
지금 이 책을 번역 출간하며, 현대 한국인들을 위한 시사점
이 책의 원서는 1942년에 초판이 나온 책이다. 80여 년 전, 무려 제2차 세계대전 중에 지구 반대편에서 출간된 책을 지금 시점에서 읽어야 할 필요가 있을까? 거의 한 세기 전의 책이 현대의 한국인들에게 어떤 시사점을 줄 수 있을까?
먼저 영국의 모습을 보자. 80여 년 전 영국인들은 여러 민족 간에, 여당과 야당 간에, 국교와 비국교 간에, 노동과 자본 간에 합의와 타협의 정신으로 나라를 운영했다. 그리고 (이 책의 초판이 나온 뒤의 일이지만) 인류사의 비극이었던 세계대전을 자유 진영의 승리로 이끌었다. 오늘날 영국은 어떠한가? 21세기 글로벌 시대에 영국은 이민자의 나라가 되었다. 현대 영국은 미국보다 더 많이 이민을 받아들이는 나라다. 그 단적인 증거를 현대 영국을 이끄는 지도자들의 면면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 책을 번역 출간하는 2024년 현재 영국, 스코틀랜드, 런던시의 수장 자리는 남아시아계 이민자들의 자녀가 차지하고 있다. 여기에 북아일랜드와 웨일스를 이끄는 수장들은 영국 본토가 아닌 외국에서 태어난 이들이다.
현대 영국은 민족, 정치, 종교, 이념의 문제를 넘어 원주민과 이민자 간에 합의와 타협, 균형과 공존의 과제를 고민하고 있다. 그 특유의 타협과 합의의 정신을 무기로 개방과 관용의 나라를 지향하고 있다. 바로 이러한 모습이 오늘날에도 영국을 세계에서 지도적인 위치의 나라로 만들어주는 비결이 아닐까? 이제 한국의 모습을 보자. 오늘날 한국은 내부적으로 지역 간, 세대 간, 성별 간, 이념 간에 상당한 수준의 갈등을 치르고 있다. 큰 선거를 치를 때마다 온 나라가 여러 갈래로 갈리고 나뉘는 모습이다. 그러면서도 다른 한편으로 외부적으로는 G20에 참여하고 나토 및 G7과의 협력을 강화하는 등 늘어난 국력에 걸맞은 국제적 역할을 희망하고 있다.
영국은 매우 오랫동안 세계의 존경과 찬사, 때때로 질시를 받아온 선진 강대국이다. 이 책은 그 비결이 영국인들이 가진 중용과 실용의 정신에 있음을 밝힌다. 내부적으로 나라의 역량을 한데 모으고 외부적으로 국제사회에서 모종의 역할을 희망하는 우리에게 영국만 한 본보기도 없다. 이 책을 통해 이 멋진 나라가 성공한 비결을 배워보자. 그 비결의 일단이 이 책에 담겨 있다. 한국헌법학회장과 국가인원위원장을 지낸 안경환 서울대학교 명예교수가 번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