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이켜보면 나라고 할 만한 것이 없으며,
세상에 ‘이래야만 하는 인생’은 없다.
나를 외면하여 인생이 외로웠던 모든 어른들에게
어쩌다 이 지경까지 왔을까? 나는 놀라 자문했다. 바라온 것을 다 가졌는데 왜 이렇게 괴로울까? 암울했던 그 순간, 하나의 작은 불꽃이 내게 힘을 주었다. 바로 이 질문이었다. ‘다시 나 자신에게 돌아가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행복하게 살려면 무엇을 바꾸어야 할까? 이 질문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_본문 중에서
‘내가 누구인지 아는 것이 왜 중요한가.’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이 질문은, 번아웃으로 무너진 저자가 다시 일어서기까지 버팀목 삼았던 물음이다. 불행해지려고 노력하는 사람은 없다. 그저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았을 뿐인데 문득 돌아보니 나라는 사람이 불투명해졌을 뿐. 이제라도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보고 싶지만, 나를 잃어버린 채 산 세월이 너무 길어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하다. 《내가 누구인지 아는 것이 왜 중요한가》는 저자처럼 ‘자신에게 되돌아가는 여정’을 찾아나선 이들에게 귀한 동행이 될 책이다.
‘무한한 기회, 불투명한 확신.’ 저자는 현대사회를 이렇게 정의한다. 자유가 넘치지만 많은 것이 불확실하다. 내가 진정으로 무엇을 원하는지, 인생에서 정말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확신이 부족하기에 남들이 좋다는 인생을 따라 살고, 종일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을 들여다보며, 광고회사나 유튜브가 말하는 제품과 목표를 허겁지겁 좇기 바쁘다. 못 가질 것이 없는 세상인데 딱히 행복한 것 같지가 않다. 저자 또한 바라오던 것을 다 가졌는데도 왜 이토록 괴로운지 의문을 품기도 했다. 이렇듯 외적인 행복에 연연하며 살다가, 직장에 문제가 생기거나, 돈이 모자라면, 혹은 아이들이 골치를 썩이고 파트너가 화를 내면 곧바로 삶이 흔들린다. 바깥세상으로의 탈출은 우리를 진정 자유롭게 해주지 못한다. 저자의 표현대로 ‘지극히 개인적인 혁명’이 필요한 때가 온 것이다.
이 혁명은 ‘의식적으로 경험’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우리는 대부분의 시간(하루 최대 95퍼센트)을 무의식적으로 산다. 바깥세상의 온갖 자극과 문제들에 반사적으로 대처하는 데 다 써버리는 탓이다. 의식적으로 깨어 있지 않으면, 우리 내면은 무의식 중 바깥세상에 잠식되게 마련이다. 이때 의식이란 “광고산업이나 사회규범에서 벗어난 자신만의 욕구”를 알아차린다는 뜻이다. 아파트냐 단독주택이냐 하는 취향과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의식은 인생의 근본, 즉 내가 누구인지, 나는 무엇을 원하는지를 질문한다.
의식적으로 경험한다는 말이 아직 어렵게 느껴지더라도 괜찮다. 책은 나의 생각과 감정, 과거의 경험에서 비롯된 각인을 의식적으로 톺아볼 수 있도록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해준다. 저자가 운영하는 마음챙김 아카데미에서 이 과정을 먼저 걸은 내담자들의 사례를 안내자 삼아 조급함을 거두고 한 발짝씩 ‘나’에게 가까워져보자.
‘완벽주의자’는 한계를 인정하지 못하고 ‘유쾌한 사람’은 울지 못한다.
삶의 파도에 몸을 내맡길 때 찾아오는 자유,
진정한 나를 만나는 연습
다시 자신에게 돌아가기로 마음을 먹었는가? 책의 2부부터는 그 구체적인 방법들을 살펴본다. 나를 마주하려 할 때 우리는 가장 먼저 생각과 감정을 만난다. 미래 걱정, 자신의 상황에 대한 부정적인 상념, 거기서 비롯되는 불안과 슬픔……. 따라서 무엇보다 먼저 생각과 감정의 속성을 제대로 알고, 과거, 역할, 재산, 성격 등과 나를 분리하는 연습을 해보길 권한다.
1) “생각은 내가 아니다”
우리는 보통 생각이 온전히 나의 것이라고 믿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어렸을 때부터 우리는 사회시스템에 맞춰 ‘잘못’을 교정하며 살아왔기에 사회규범이나 비판이 수없이 누적되었다. 실제로 18세 청소년이 살면서 들어온 부정적 암시는 평균 18만 종이나 된다고 한다. 즉 내 생각이 곧 나일 수 없고, 내 믿음이 다 진실은 아닌 것이다.
결국 생각이 세상의 수많은 소음 가운데 하나일 뿐이라는 사실을 깨닫는 것만으로도 자유는 찾아온다. 의식적으로 어떤 생각에 에너지를 줄지 결정하면, 나를 괴롭히던 부정적 각인은 어느새 긍정적 각인으로 바뀐다. 마음은 어떤 방향, 어떤 얼굴로도 가능하다. 저자의 안내를 따라 생각을 의식적으로 캐묻고 나와 분리하는 연습을 해보자.
2) “감정을 내려놓는 연습”
생각에는 감정이 동반한다. 우리는 늘 괴로운 감정을 털어버리길 바란다. 때로는 특정 감정을 느끼지 않기 위해 감정을 억압한다. 하지만 인간이라는 것은 온갖 감정을 느낀다는 뜻, 좋은 감정만 느껴야 한다는 망상을 버리고, 그것이 설령 부정하고 싶은 감정이라 하더라도 온전히 받아들이는 연습을 해보자.
물론 감정을 마주하는 데에는 용기가 필요하다. 때로 사람들은 묻어두었던 감정을 마주하기 시작하면 통제력을 잃을까 봐 불안해한다. 약해 보이기 싫어서 감정 자체를 부정하기도 한다. 하지만 감정에서 달아나는 것으론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는다. 저자가 개발한 ‘감정해방과정’의 네 단계가 감정을 마주하는 데 도움이 되어줄 것이다. 먼저 무엇이 나의 감정을 촉발했는지 트리거를 찾아낸다. 그다음으론 몸에서 감정이 어떻게 나타나는지 느껴본다. 감정을 인지했다면, 감정이 충분히 머물다 갈 수 있도록 시간과 공간을 허락한다. 마지막으로 평화롭게 감정의 변화를 지켜본다.
3) “과거로부터 자유로워지다”
마지막으로 ‘고정된 자아’라는 망상을 버리고 변화하는 나를 받아들이는 과정이 남았다. 우리는 직업, 역할, 혹은 과거의 경험과 타인의 말을 통해 ‘나’라는 자아를 만들어낸다. 하지만 불교에서 ‘무아(無我)’라 일컫듯이, 세상에 고정된 자아는 없다.
확립된 자아상을 유지하기 위해 우리는 삶을 거스르는 싸움을 한다. ‘완벽주의자’는 한계를 인정하지 못하고 ‘유쾌한 사람’은 울지 못한다. 저자는 ‘포기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자아상에 매달려 오히려 스스로를 방치했다. 모순적이게도 ‘나’가 약할수록 더 행복하다고 이 책은 말한다. 생물학적으로도 2년에서 10년 사이에 우리 몸의 모든 세포는 교체된다. 평생을 허상의 ‘나’를 좇으며 살았지만 세상에 ‘이래야만 하는 인생’은 없다. 나는 이런 사람이라는 생각을 버리고 삶의 파도에 몸을 내맡길 때 찾아오는 자유를 만끽해보자.
주먹을 휘두르며 삶을 헤치고 나아가면
절대 평화가 찾아오지 않는다.
내 삶을 평화롭게 마주하는 방법
책은 ‘나’를 구성하는 요소를 입체적으로 살펴본 다음 이제 실천의 영역으로 넘어간다. 마음은 근육과 같아서 훈련할수록 단단해진다. 마지막 5부에서는 앞서 배운 지식을 습관화할 수 있도록 명상과 마음챙김을 바탕으로 일상 속 ‘나를 돌보는 연습’을 여럿 소개한다.
저자는 마음챙김을 습관화할 때 우리 마음이 ‘안정된 마음’, ‘맑은 마음’, ‘평화로운 마음’의 성품을 갖게 된다고 말한다. ‘안정된 마음’은 흐트러진 마음을 집중시키는 기능을 한다. 집중력 부족이 사회적 신드롬이 된 오늘날 더없이 필요한 성품이라 하겠다. ‘맑은 마음’은 자기 생각과 감정, 더 나아가 타인의 감정까지 보다 명료하게 파악할 수 있게 해준다. 마지막으로 ‘평화로운 마음’은 삶의 방향을 설정한다. 여기서 저자가 유독 강조하는 점이 있다. 바로 평화는 결정이라는 것. 이를테면 ‘자신을 비하하지 않고 흠과 결점을 평화롭게 받아들이기로 결정한다.’ ‘이 세상에는 절대 갖지 못할 일이 있다는 사실을 평화롭게 받아들이기로 결정한다.’ 일생을 싸우면서 쟁취하고 투쟁하는 것이 승리하는 것이라 믿어왔던 저자는 말한다. 평화는 투항이 아니다. 결심하고 세상을 오래오래 평화롭게 마주하여 실현해내는 것이다.
오래전 나 역시 편안해지고 싶다는 간절한 바람이 있었다. 당시 나는 그 바람을 투쟁으로 이루려 했다. 나는 싸워서 모두에게 잘하고 싶었다. 그러면 스트레스가 사라질 것이라 믿었다. (…) 평화를 결정해야 평화가 찾아온다. 주먹을 휘두르며 삶을 헤치고 나아가면 절대 평화가 찾아오지 않는다. 평화는 세상을 오래오래 평화롭게 마주할 때 생기는 것이다. 평화는 결정이다. _본문 중에서
이렇듯 마음챙김 수행을 통한 ‘알아차림’은 맑은 정신을 키워 자신과 타인을 더 잘 이해하게끔 돕는다. 저자는 이를 시야에서 흐리던 부분이 차츰 선명해지는 것과 같다고 표현한다. 아들을 위해 이 책을 처음 기획했으나, 쓰면서 점차 지구를 위한 책이라는 생각이 커졌다고 고백하는 이유다. 내 안에 잠재된 사랑을 찾는 사람이 늘어날수록 세상은 더욱 평화로워질 터, 결국 나를 보살피는 일은 세상을 보살피는 일과 같다. 평생 자신을 홀대했기에 물론 처음에는 나를 돌보는 일이 무척 낯설고 괴롭다. 정신은 자꾸 도망가려고 한다. 하지만 자책할 필요도, 포기할 이유도 없다. 자신을 찾는 길은 경기가 아니다. 이리저리 달아나는 정신을 사랑으로 보듬어 다시 데려오면 된다. 먼저 자기인식의 길을 걸어봤기에 누구보다 사랑과 평화의 힘을 확신하는 저자의 목소리에 크게 감명받은 편집자로서, 이 책이 인생의 미로를 헤매온 많은 사람에게 내면의 확신을 줄 수 있기를, 오래 외로웠던 어른들에게 행복을 선물해주기를 기대해본다.